무정 정 정민
2017. 3. 5. 13:57
옹이
옹이/무정 정정민
천방지축
날뛰던 세 살의 아이
장애물도 낭떠러지도 없어
지붕 위에 날아 내리고
마루에서도 엎어지고
문턱도 평지 같았다
무릎이 부서져
신열이 들끓어도
지팡이 하나 딛고
천하를 주유하다
스무 여덟에 가슴이 아렸다
이 병원 저 병원 기웃거리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꽃보다 아름다운
천사를 만났건만
하나의 옹이가
더 필요했던 게지
세상을
한 눈으로만 봐야 했으니
귀여운 둘째 딸이
태어난 다음해였다
세 개의 옹이는 지워지지 않고
지천명의 나이엔
더 단단하고 더 커지고 말았다
그래도 내 나무는
옹이가 아닌 곳이 훨씬 더 많다.
옹이-무정 정정민
옹이가 있는 나무
심한 상처가 있는 나무를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아름다운 나무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
바로 나를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어릴 적 1m에 가까운 마루에서 떨어졌고
좀 회복될 무렵 초가지붕에 올라가 썰매를 탔다
처마 높이만도 어른 키가 넘는 정도였다
그곳에서 떨어졌을 때는 무릎이 지독하게 아팠다
당시 나이가 3세였다고 생각되는데
정신없이 우는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한 모친께서
젖을 물렸다. 당연히 젖먹을 나이가 지났지만
모유는 어떤 진정효과 있는 것인지
어머님 품에 안긴 것이 정신적 안정을 주는 것인지
모르긴 해도 어지간한 통증을 가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지붕에서 떨어져 고장 난 무릎은
아파도 너무 아팠다. 젖을 먹어도
도무지 진통도지 않았다. 한없이 울었다
결국 열이 펄펄 끓었다 그리고 얼마간 지나서부터
걷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내가 4킬로의 먼 거리를 걸어 학교에 가는 것
직장을 구하는 일 결혼하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이 상처를 나무의 옹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지독하게 아팠지만
결국은 진통되었고 커다란 상처를 갖고도
잘 살아가고 있다. 거목이 된 나무처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