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아/茂正 鄭政敏
내 얼마나 사랑해야
눈물 같은 달개비 꽃 하나
피어나게 할 수 있나
천 번을 부르며
눈물로 그 이름을 씻어도
내 맑은 가난으로는
그에게 향기가 되지 못했다
한 번의 사랑으로도
수만 송이 피우는 꽃이 있는데
내 사랑은
죽도록 아프기만 한
유리 꽃이 되었나
만지면 부서지고 마는
아까워 이름마저 부르지 못할
서러워 피지 못하는
내 사랑아!
달개비 전설-옮긴 글
옛날 어느 마을에 내기를 좋아하는
두 사람의 남정네가 있었는데,
자나깨나 내기에 몰두하였다.
처음엔 하잘 것 없는 내기를 하여
진 사람이 술을 사주는 식이었으나,
날이 갈수록 내기의 정도가 심각해졌다.
남정네들의 아내는 제발 내기를 그만두라고
애원했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이 남정네들은
끔찍한 내기를 하게 되었다.
마을 뒤편의 절벽으로 올라가서
절벽 아래에 있는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어
누가 살아나오는 지를 내기한 것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내기를 하게 되자
아내들은 울면서 남편을 말렸다.
하지만 이미 내기에 중독된 남정네들은
아내들의 간곡한 만류도 뿌리친 채
절벽으로 기어 올라가서
푸른 파다 속으로 뛰어내렸다.
절벽까지 함께 따라 올라간 아내들은
남편이 물 위로 올라오기만을 기다렸으나,
두 남정네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내들의 간절한 기도가 허사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자릴 뜰 수 없어 기도하다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는데,
이듬 해 그 자리에 풀이 한 웅큼 돋아났다
바닷물의 색을 닮은 꽃이 피었다고 한다.
두 손을 모은 형상을 한 달개비가.
꽃말 : 순간의 즐거움, 그리운 사이
달개비/무정 정정민
달개비는 논둑 밭둑 산길 화단
어디에나 흔하다
잡초라 화단에서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러 심는 달개비도 있다
달개비 중에도 희귀하거나 예쁜 것들이다
내가 만난 달개비를 몇 종류 모아 보았다
흰색 자주색 등이다
살아있는 동안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모아가는 사진들이 쌓여
내 창고엔 헤아리기도 벅찰 수많은 사진이
사용되길 기다린다
오늘은 얼마 전 서울 푸른 수목원에서
모셔온 달개비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