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정민/시

담쟁이 2

무정 정 정민 2017. 10. 26. 07:05

담쟁이 2

 
 

담쟁이 2/茂正 鄭政敏 절망을 모르는 담쟁이 수직의 담벼락도 손잡이 하나 없는 기둥도 망설이지 않았다 하물며 바위 하나 정도가 두려울까 나를 부르는 음성이 들리면 귀를 새우고 그곳으로 간다 비를 맞으며 바람도 견디며 작열하는 태양도 추위도 아랑곳없다 어느 가을 해가 지는 저녁에도 붉게 물든 단풍으로 그대에게 가고 있었다.

 
 

담쟁이/茂正 鄭政敏 담쟁이 사진을 매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월미문화관의 담벼락과 성공회대학 올해는 화려한 담쟁이 사진을 얻진 못했다 그렇지만 담쟁이는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것도 그렇고 열매가 설탕을 대신했다는 것도 그렇고 붉게 변하고 결국 지고 말지만 벽에 남아있는 줄기가 벽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담은 오르는 일이 절대 쉽지 않다 물론 인간의 관점이다 손잡이 없는 담을 오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 어쩜 절망일지도 모른다 그런 담을 오르는 담쟁이를 보며 절벽처럼 느껴지는 사랑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생각했다 아무런 조건도 거부한 순수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