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8. 4. 15. 07:22

수족관

  

수족관/茂正 鄭政敏 흐르지 않는 물이라도 물속에 살아야 하는 물고기의 삶이 행복하다. 파도를 만나지 않아도 돼 거친 폭력자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먹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유영하는 일만 하면 돼 잠을 자고 일어나면 작은 공간 구석구석 돌고 돌면 돼 물이 마를까 독극물이 들어올까 무서운 새가 날아들까 헌데 친구가 그립다 오래전 헤어진 친구를 만날 수 없다. 다 채우고 살 수 없나 봐.

  

수족관 물고기/정정민 수족관 속의 관상어는 정말 행복할까 그거야 내가 알길 없다. 보는 사람마다 그 관점이 다르지 않겠는가 내가 보기엔 행복하다 싶다 일단 근심 걱정이 많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수족관 주인이 알아서 물도 교환해 줄 것이고 먹이도 줄 것이며 청소도 해줄 것이다. 물고기가 살기에 최적의 상태는 아니라 해도 침입자도 없고 먹는 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먹이를 찾고 같이 태어난 친구와 놀거나 새로운 환경을 만나 극복하는 재미와 즐거움은 없을지 모른다 그것이 진정한 가치인지 평온하고 근심 걱정 없이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는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것도 분명히 보통의 사람이 원하는 삶의 방법의 하나니 물고기 또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수의 구속을 생각할 때가 있다. 그 구속 속에 있을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 행복이 있다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