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海菊
해국海菊/정정민
철새도 떠난
쓸쓸한 바닷가 바위틈
잠들지 못한 꽃 한 송이
그리움을 버리지 못해
모든 꽃 진 한겨울
찬 서리에 굴하지 않고
보라색 꽃대 피웠다
눈물마저 얼어 버렸는데
파도까지 조용한
아픈 계절
차라리 웃고 있는 꽃
사랑은 견디는 것
안으로 울고
겉으로 찬란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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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줄기는 아래쪽이 목질화하여 반과목 상태로
높이 30~60cm 정도로 비스듬히 자라며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아래쪽의 잎은 방석 모양으로 퍼져 자라며
위쪽의 잎은 어긋나게 달린다.
잎몸은 난형 또는 주걱형으로 질이 두껍고
양면에 털이 많아 부들부들하게 느껴진다.
가장자리가 밋밋하거나 몇 개의 큰 톱니가 있으며
반상록성으로 겨울에도 잎이 남아 있다.
7~11월 줄기와 가지 끝에 지름 3~4cm 정도의 머리 모양의
연한 자주색 꽃이 핀다.
총포는 반두형이고 포조각은 3줄로 배열한다.
제주도 및 전국의 바닷가 절벽이나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반목본성 초본이다.
원산지는 한국으로 일본에도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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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海菊)의 전설/옮긴 글
옛날 조선시대 함경도의 깊고 깊은 산골에 재간둥이 올케와 시누이가 있었다.
그들은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되자 다시 함께 모였는데
자수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손재간이 얼마나 좋고 기묘했던지 그들이 자수를 하게 되면
냇물도 더욱 낭랑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듯하고
새들도 단박 지지잴 지지잴 노래하며 속삭이는 것만 같아
온 팔도강산에 그 소문이 짜하게 퍼졌다.
그런데 그 때 갓 등극한 임금은 각별히 유람하기를 즐기는지라
그 바쁜 정사에도 불구하고 나라 안의 몇몇 명승지를 급급히 돌아보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그는 무엇보다 소문 높은 금강산과 백두산 두 명산 중
어느 한 산을 먼저 돌아보아야 하겠는데,
도무지 어느 산이 더 볼 만한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곳 지방관더러 각각 백두산과 금강산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림을 그려 올리라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을 접한 두 곳 지방관리들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 못해
이 일을 함경도 시골에 사는 이 두 여인, 올케와 시누이에게 맡겨
어서 두 곳으로 가서 경치를 보면서 그림을 색실로 떠 오라고 엄히 분부하였다.
명령을 받은 두 여인은 별 수 없이 두 곳으로 갈라져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몸이 좋은 올케는 백두산으로 떠나고,
시누이는 금강산으로 떠나기로 약정했다.
그들은 남북으로 갈라져 떠났다.
북쪽 백두산으로 떠난 올케는 백두산에 이르자 그 장엄하고 호연한 기상을
몇 일이고 돌아본 뒤 그것을 한 땀 한 땀 새하얀 천에다 뜨기 시작했다.
그는 옹근 한 달 동안 시간을 들여 삼천삼백삼십삼의 색칠을 가지고
구천구백구십구 번을 바느질하여 끝내 백두산을 다 떠 넣었다.
그리고 그 자수품 네 귀에다 일년 사계절을 상징하는 계절꽃
네 포기도 덧보태어 떠 넣었다.
이를 본 관리들은 너나없이 너무 기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단 일을 끝마친 올케는 그것을 곱게 포개어 품에 품은 채
아직도 일을 다 못 끝냈을 시누이를 생각하여 금강산으로 달려갔다.
이때 시누이도 올케 못지 않는 솜씨로 꼭 같은 한 달 동안에
삼천삼백삼십삼 태의 색실을 써서
구천구백구십구 번 바느질로 금강산을 자수에 넣었다.
그 때 금강산 관리가 자수품을 들어다보니 네 귀에
계절 꽃이 희한하게 새겨져 있는지라 그것이 참 멋지다고 하면서
그보다 더 멋지게 이 시누이더러 네 귀에 일년 열두 달에 피는 꽃,
열두 포기를 새겨 넣으라고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시누이는 얼른 손을 써서 1월부터 시작하여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10월, 동지, 섣달 모두 척척 떠 넣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9월에 피는 꽃만은 얼른 떠오르지 않아
그려 넣지 못하였다.
과연 그 때까지만 해도 9월에 곱게 피는 꽃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을 본 올케는 노란 색실, 흰 색실, 파란 색실을 가지고
전에 보지 못한 꽃 한 송이를 떠 넣었다.
그런데 그것은 팔도강산에서 여태 보지 못했던
그렇듯 신기하고 훌륭한 꽃이었다.
“이것은 무슨 꽃인고?"
관리가 묻자 올케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내 마음속의 꽃이지요. 말하자면 구월꽃이랍니다."
드디어 두 폭 자수품은 임금에게 상주되었다.
두 폭 그림, 백두산과 금강산을 앞에 놓은 임금님은
모두가 장엄하고 기묘하고 정결한지라
도대체 어디부터 먼저 가 보아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임금이 다시 네 변두리를 보니 금강산 주위에 그린 뭇꽃 중
구월꽃만은 도무지 처음 보는 꽃인지라 이게 웬 꽃이냐고 묻게 되었다.
“구월에 피는 구월꽃이라고 하옵니다."
“그럼 그 꽃을 가져오라."
그 지방관은 즉시 두 여인을 찾아갔다.
두 여인이 생각하니 이것 참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잘못하다간 임금님을 속인 죄로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각각 생각하던 동해기슭 산 언덕에 이르러 키가 작은 쑥대 끝에
색실로 꽃송이를 수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번 금강산 그림 귀에 떠 놓았던 꽃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은 꽃이요, 생생히 살아 핀 꽃은 아니었다.
“아, 이제 아무래도 큰 봉변을 당하겠구나."
이렇게 근심하고 있는 그 때,
두 여인의 뛰어난 자수 솜씨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동해바다 여신이 살그머니 나와 보고 그들이 수놓은 흰색과 노란색의 꽃들이
그렇듯 훌륭한지라 자기의 신통력을 불어넣어
꽃송이 마다 이슬을 살랑살랑 뿌려 주었다.
그랬더니 과연 꽃들이 생생히 살아나 짙은 향기를 온 누리에 풍겼다.
이것을 다시 임금에게 올렸더니 임금은 매우 기뻐했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꽃이 바로 오늘날의 [해국(海菊)]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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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꽃 해국/정정민
꽃구경 좋아하는 나에게
겨울은 아쉬움이 생긴다.
다양한 꽃구경을 할 수 없어.
그런데 이처럼 제법 화경이 큰 꽃을 보면
화려하지 않아도 반가움이 생긴다.
더구나 이름만 들었던 해국을 대하게 되어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더러 사진을 찍긴 했지만
늘 시든 꽃이었다.
그것도 한 송이 정도 겨우 남아 있는 것이었다.
잎도 초라하고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갈증처럼 해국에 대한 생각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피는 때를 기억하여
남쪽 어느 바닷가나 제주도에 가기는
내 열정이 부족했는데
우연하게 바람도 차가운 12월
식물원 구석에서 사진을 얻게 되었다.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바람 소리도 없었다.
그러나 추웠다.
초겨울 추위에 긴장한 탓이었다.
다행이라면 물소리는 작게 들렸다.
인공으로 만든 개울이었지만
그곳에 해국이 옹기종기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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