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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사

  

풍경 소리/무정 정정민 고요한 내 마음에 그리움이 일렁일 때마다 아련하게 들리는 소리 산굽이 돌아 흘러내리는 청강한 물소리 인가하면 잠 못 이루는 아기 새의 잠투정 같기도 하여 두 귀를 바짝 새우면 끊긴 듯 잠긴 듯 먼 듯 가까운 듯 밤새워 들리는 소리 잠 못 드는 그리움이었어.

  

자존심 시/해조 이숙인 사진/무정 정정민 절간 마당 누각이란 감옥에 묶여 자유의지란 애초에 썩어 문드러졌소 그런데 어찌하오 평생을 두드려 맞고 살았어도 꼿꼿했던 어떤 놈 넋이 씌웠는지 대가리 처박는 바람이 세차면 세찰수록 비틀리는 사지 바로 일으켜 악문 이 사이로 밀어내는 소리는 맑고 고운 소리로 산야의 초목에 들려주고 싶었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오 당신네가 보기엔 순종이라 웃겠지만 하찮게 보는 속내는 피 튀기며 울부짖는 악다구니요 절대 동화되지 않겠노라 사지 잘린놈의 투쟁이요

  

내마음의 풍경 소리 시/세이하니 한휘준 사진/무정 정정민 내마음에 그대를 위해 에머랄드빛 투명한 풍경하나 걸어두고싶다 그대 투명한 물빛 그리움으로 파도가 부서지듯 다가서도 빛나는 울음 울어 줄 수 있도록 내 마음에 그대를 위해 흑진주같이 까아만 풍경하나 걸어두고 싶다 깊은밤 꿈결에 살그머니 다가서 그대 아련한 체취 머리맡에 남겨 둘때 부서지는 달빛에도 향기로운 사랑의 울음 울 수 있도록 내마음에 그대를 위해 향기로운 울음 번져나는 풍경하나 걸어두고싶다

 

용주사/옮긴 글 본래 용주사는 신라 문성왕 16년(854년)에 창건된 갈양사로써 청정하고 이름 높은 도량이었으나 병자호란 때 소실된후 폐사되었다가 조선시대 제22대 임금인 정조(正祖)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옮기면서 절을 다시 일으켜 원찰로 삼았습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부왕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8일만에 숨을 거둔 사도세자의 영혼이 구천을 맴도는 것 같아 괴로워 하던 정조는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설법을 듣게되고 이에 크게 감동, 부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울 것을 결심하면서 경기도 양주 배봉산에 있던 부친의 묘를 천하제일의 복지(福地)라 하는 이곳 화산으로 옮겨와 현릉원(뒤에 융릉으로 승격)이라 하고, 보경스님을 팔도도화주로 삼아 이곳에 절을 지어 현릉원의 능사(陵寺)로서 비명에 숨진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호하고 그의 명복을 빌게 하였습니다. 불교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억압을 당하고 있던 당시에 국가적 관심을 기울여 세웠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낙성식날 저녁에 정조가 꿈을 꾸었는데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했다 하여 절 이름을 용주사라 불렀고 그리하여 용주사는 효심의 본찰로서 불심과 효심이 한데 어우러지게 되었습니다. 전국 5규정소(糾正所:승려의 생활을 감독하는 곳) 중의 하나가 되어 승풍을 규정했으며, 팔로도승원(八路都僧院)을 두어 전국의 사찰을 통제했습니다. 또한 일찍이 31본산의 하나였으며 현재는 수원, 용인, 안양 등 경기도 남부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80여개의 말사, 암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현재 절의 신도는 약 7천여 세대에 달하며 정기, 비정기적으로 많은 법회가 이루어지고 또 법회를 통해 교화활동을 행하고 있습니다. 용주사는 이와 같은 수행자들이 모여 면벽참선하면서 진리를 찾고 한편으로는 다양한 대중포교 활동을 통해 부처님의 지혜를 전하며, 또한 정조의 뜻을 받들어 효행교육원을 설립, 운영을 통해 불자교육을 서원으로 일반인도 누구든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효행교육으로 불교신행관과 인성교육을 사회로 회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용주사/무정 정정민 융·건릉에서 가까운 사찰 사진을 볼 때마다 용주사와 왕릉은 같이 올라올 때가 많았다. 왕릉에 벌써 세 번째 갔지만 용주사가 어디에 있는지 규모나 모양을 알지 못해 궁금했었다. 이번 기회에 구경한 번 나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효행관도 있어 둘러보고 주변을 구석구석 잘 둘러보았다.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며 절을 세우고 다하지 못한 효를 안타까워한 정조를 생각하며 늘 아파 계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했다. 내게 유난히 잘해 주신 아버지는 자식인 내가 다리를 다쳐 고생할 때 가슴으로 우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은 화를 내시며 내가 딛고 다니던 지팡을 발로 밟아 동강을 내시며 앞으로는 절대로 지팡이를 딛지 말라고 하셨다 인자하신 아버지의 성난 얼굴 지금도 그대로 생각난다. 이제는 돌아가셨던 당시의 아버지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또 그때의 내 나이보다 더 큰 자식을 둔 지금 내 아버지를 생각하고 내 자식을 생각했었다. 정조 왕의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뒤주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어린 이산은 얼마나 눈물로 보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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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추억 23-겨울 찻집에서

 
 

겨울 찻집에서-무정 정정민- 어느 작은 역이 있는 조용한 찻집이었다. 붉은색 2층으로 되어 있는 이 집은 아래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날씨가 차가운 겨울에 가기 좋은 집이었다. 창가에는 오후의 햇살이 정겹게 비추고 그 창 너머로 한강이 어설프게 보였다. 간단한 식사도 할 수가 있으니 오래 앉아 있어도 되는 집으로 보였다.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싶다면 차를 마시면 되는 너무 편한 집이었다. 이런 집에 혼자 앉아 있다면 너무 청승맞다. 호기심을 견디지 못할 누군가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면 바람이 지나가는 창문 밖의 겨울이 더욱 낭만적으로 생각될만한 곳이다. 잘 웃는 사람을 만나서 전설처럼 아득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몹시 슬픈 과거가 있었어도 당당하고 담담하게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건강하고 멋있게 보일까? 서러운 가슴을 노래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 못하는 노래를 보태어 한순간 일지라도 서로에게 기쁨이 되고 싶다. 짧은 겨울 햇살이 한강으로 숨어 버리기 전에 들꽃 향기 같은 작은 목소리로 다 드러나지 않은 행복의 문을 열어 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눈물이 있는 것이다. 그 눈물을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고 위로가 되고 싶기도 하는 것이니 한가한 겨울의 찻집은 그런 마음을 내려놓기 참으로 좋은 곳이지 않는가. 찻잔에서 느끼는 온기처럼 창문을 투과한 햇살의 온기처럼 겨울 특유의 위로가 찻집에는 있을 법하다. 꿈꾸는 소년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해가 지는 한강을 바라보는 그 맞은 편에는 소녀 같은 눈을 가진 어떤 여인이 꿈을 꾸는 사람처럼 역시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겨울의 찻집은 아름다운 풍경이 노을 속에 있었다.

 
 

겨울 찻집-무정 정정민 요즘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아름다웠던 일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쉽지 않아 그런지 살아온 시간이 많이 축적되어 그런지 아스라한 옛일을 돌아 보곤 한다 사소한 것처럼 생각되었던 일들이 지금 와서 오히려 아름답게 생각되기도 하는 것은 이제 그런 일이 나에게 생기지 않을 것 같아서 일 것이다. 사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일을 돌아 보니 벌써 20년이 가깝다 파주 부근의 붉은 색의 찻집 찻집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만났던 분과 분위기는 기억한다 내 글을 가끔 읽으시던 한 분이 만나고 싶어 하시여 주말 오후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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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春大吉

춘첩자/입춘첩 옛날 대궐에서는 설날에 내전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것을 춘첩자(春帖子)라고 한다. 춘첩자는 입춘첩(立春帖), 춘첩(春帖), 입춘축(立春祝)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사대부 집에서는 흔히 입춘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썼으며 서민들도 새 봄을 새롭게 맞이한다는 각오로 입춘첩을 써 붙이는 풍속이 있었다. 현대인들도 세시풍속을 모두 지킨다는 것은 어려우나 입춘축 붙이는 일은, 한 해를 의미있게 보내고자하는 기원을 담은 행사이기 때문에 행하면 좋을 것 같고 자녀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 본다. 붙이는 곳은 좌우 대문짝이 좋으나 현대인의 가옥은 대문이 없는 경우도 많으므로 현관문이나 기둥에 붙여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쓰는 방법은 흰 종이에 붓글씨가 좋겠다. 중국에서는 붉은 바탕에 금빛 글씨로 쓰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붉은색은 행운을, 금색은 부와 번영을 상징하며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다. 입춘축의 여러 가지 예 龍虎 용(은 복을 부르고)호랑이(는 재앙을 몰아낸다) 壽如山富如海 산처럼 수하고바다처럼 부하게 去千災 來百福 모든 재앙 물러가고모든 복 들어오리 立春大吉建陽多慶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 立春大吉民國多慶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백성들의 나라엔 경사가 많으리라 龍輸五福虎逐三災 용은 오복을 들여오고 호랑이는 재앙을 쫓아낸다. 國泰民安家給人足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리. 雨順風調時和豊年 절기가 순조로우니 화평하고 풍성한 세월이 되겠네 堯之日月舜之乾坤 요임금,순임금 때 처럼 모든 것이 평화롭게 千災雪消萬福雲興 모든 재앙 눈처럼 녹아 없어지고많은 복 구름처럼 일어나리 天下太平春四方無一事 온 세상 태평한 봄이요사방 어느 곳에도 탈 없기를 天上近三陽 人間五福來 하늘은 삼양에 가깝고 사람에겐 오복이 오리니 鳳鳴南山月麟遊北岳風 봉는 남산의 달 아래 울고 기린은 북악의 바람에서 노닌다 父母千年壽子孫萬歲榮 부모님 오래 사시고 자손은 길이 영화를 누리리라. 掃地黃金出開門萬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문을 열면 많은 복이 들어온다. 春風和一家淑氣擁重門 봄 바람이 일가를 화애롭게 하고숙기가 중문을 옹호한다 禍逐夏雲興災從春雪消 화를 쫒아내니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고 재앙은 봄의 눈처럼 녹아서 없어지네 瑞日重門啓春光福地來 상서로운 태양이 중문을 열고봄 빛이 복된 땅에 오도다 門迎春夏秋冬福 戶納東西南北財 문으로는 사시사철 복을 받아들이고 집으로는 사방으로 재물을 들여온다 立春大吉吉無窮建陽多慶慶有餘 입춘대길하니 길함이 무궁하고 건양다경하니 경사가 많으리라 和氣自生君子宅春光先到吉人家 화애로운 기운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요 봄 빛이 먼저오니 길인의 집이로다 天增歲月人增壽春滿乾坤福滿家 하늘은 세월을 늘리는데 사람은 수명을 늘리고 봄은 온 천지에 꽉 찼는데 복은 집집마다 가득하네 時時掃地黃金出日日開門萬福來 때때로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날마다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 堂上父母千年壽膝下子孫萬歲榮 집의 부모 오래 사시고슬하의 자녀 오래도록 번영하네 春滿乾坤福滿家和氣自生君子宅 봄은 천지에 차고 복은 집안에 가득한데 온화한 기운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로다. 和氣自生君子宅春光先到吉人家 화기가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요 봄 빛이 먼저 오니 길인의 집이로다. 春光映物生長促瑞氣滿家福祿連 봄 빛이 사물을 비추이니 생장을 재촉하고상서로운 기운이 집에 가득하니 복록이 이어지네 不老草生父母國無窮花發子孫枝 불로초 자라는 부모님의 나라요무궁화 만발하는 자손들의 가지로다 雲開萬國同看月花發千家共得春 온 세상에 구름 걷히니 달을 보는 것 같고 꽃이 모든 집에 피니 함께 봄을 얻었네 長生不老神仙府與天同壽道人家 장생불로하니 신선의 마을이요오래 살 수 있으니 도인의 집이로다 積善堂前無限樂長春花下有餘香 선을 쌓은 집 앞에 즐거움이 끝 없고봄 꽃 아래엔 향기가 넉넉하네 兄友弟恭喜滿家夫和婦順敬如賓 형은 우애롭고 동생은 공손하니 기쁨이 집에 가득하고 남편은 화애롭고 아내는 유순하여 서로 손님 같이 공경하네 吉地祥光開泰運重門旭日耀陽春 길한 곳의 상서로운 햇빛 큰 운수를 열고 중문에 해가 솟으니 밝고 따스한 봄이라 身健功成有福人春到門前增富貴 몸이 건강하고 공을 이루니 유복한 사람이라 봄이 문 앞에 찾아오니 부귀가 더하겠네 玉洞桃花萬樹春 우리 마을 복숭아꽃 가지마다 맺히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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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은 감동

  

사랑의 말은 감동/무정 정정민 -전략- 사랑으로 하는 말 진심으로 하는 말 그 말은 사람을 울리고도 남는다.

  

사랑의 말은 감동/무정 정정민 2세 작은 숙녀가 식사중이다. 아버지는 생선에서 뼈를 골라내고 아이의 숟갈에 올려놓는다. 맛이 좋은 생선은 아이의 구미를 돋군다. 작은 숙녀는 급하게 생선을 재촉한다. 그런데 생선의 잔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당황하여 쩔쩔매는데 숙녀는 성질이 급하여 마구 재촉이다. "아이야! 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구나!" 하고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지만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돋보기 안경을 휴대하지 못하여 생긴 일이다. 그러나 철없는 아이는 어서 생선을 달라는데 아무렇게나 생선을 줄 입장이 아니다. 어린 것에게 가시가 든 생선을 주면 목에 걸려서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던 5세의 사내아이가 "아버지! 눈이 안 보여? 내 눈을 빼줄까?" 아버지는 금세 울 것만 같이 감동하고 있었다. 늦게 둔 아이들이다. 50을 넘기고 둔 아이들이니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밥을 먹이는 것도 생선을 골라주는 것도 아이들과 식사하는 것도 커다란 감동인데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눈을 주겠다는 말이지 않는가. 철이 없어 한 말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라 할지라도 아이는 아무에게나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이기 때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사랑으로 하는 말 진심으로 하는 말 그 말은 사람을 울리고도 남는다. 오늘도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말았다.

  

사랑의 말/무정 정정민 사랑의 말은 언제나 신난다 기분이 더없이 좋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 부부가 서로에게 하는 말 형제가 서로에게 하는 말 그렇다면 어린 자식이 부모에게 하는 말은 그것도 늦둥이가 하는 말은 거의 기절 수준이 아닐까 오래전 늦은 50대에 남매를 얻은 교수이며 장로님인 친구가 전해 준 이야기다 나도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나 역시 늦둥이 얻었기 때문이다 하나님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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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차 

-전략- 그 카페를 지나거나 허브향기를 맡으면 그녀가 그 향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그녀가 선물한 허브차를 혼자서 맛보지만 곧 연락이 와 그 카페에서 파도소릴 들으며 허브차를 같이 음미하고 싶다. -茂正 鄭政敏의 산문 "허브향기 같은 사람"-

허브향기 같은 사람 글. 寫眞/茂正 鄭 政敏 문득 차 한 잔이 하고 싶어 찻물을 끓이며 무슨 차를 맛볼까 하고 차를 놓아둔 곳을 보니 작은 유리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몇 해전이던가 키가 크고 피부가 뽀얗던 한 여자분이 아내에게 선물한 것인데 꽤 오랫동안 그 차 맛을 보지 않았다. 코르크로 뚜껑이 되어 있어 습기도 들지 않았고 향기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차를 끓이자 온 집안이 향기로 가득하였다. 그러자 같이 차을 마셨던 그 찻집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진지한 표정과 맑은 눈빛 바다를 보던 기품이 넘치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 찻집엔 군자란 이 곱게 피어 있었고 햇살이 홀 깊숙하게 들어와 온화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그녀는 흰 블라우스를 입고 있어 홀의 분위기와 아주 조화로웠다. 때마침 바닷물도 카페 문턱까지 다가와 철썩거리던 때라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해도 기분 좋았던 한 때였다. 이젠 아무 소식도 없어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그 카페를 지나거나 허브향기를 맡으면 그녀가 그 향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그녀가 선물한 허브차를 혼자서 맛보지만 곧 연락이 와 그 카페에서 파도소릴 들으며 허브차를 같이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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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여인

기도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도 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한다. 원망이 감사가 되기도 하고 가볍게 여겼던 것들이 소중하게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정정민의 수필 "기도하는 여인"중에서-

  

기도하는 여인 글 사진/무정 정정민 내가 어렸을 적에 나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음성을 들었다. 기도는 정갈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하든가 정화수를 떠 놓고 하든가 하는 것으로,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나 어머니를 통해서 봤는데, 당시의 모습을 보면 목욕도 하고 머리도 감고 머리를 정성을 다해 깨끗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옷도 좋은 것으로 차려 입으시는 것을 봤다. 조금 자라서는 교회에 다니시는 고모님이 나를 위해 정성스럽게 기도하시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더 성장하여서는 많은 기도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기도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과 뜻을 다해서 하는 것이다. 이런 기도를 하는 여인을 봤다. 내가 모르는 여인이다. 사십대 중반의 수려한 용모를 지닌 여인이 하는 기도는 무척 아름다웠다. "내 남편을 통해서 우리 가족 모두가 은혜를 받게 해 주세요. " 이런 기도를 하고 있었다. 가끔은 "여보! 나, 너무 힘들다. 나를 안고 기도를 좀 해 주라. 응!" 이렇게 말을 하는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남편이 있을까.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여인을 만난 남자는 행복하다. 이렇게 말을 하는 여인에게 왜 남편을 통해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연이 기가 막힌다. 자신이 극구 만류한 사업을 남편이 시작했단다. 그 사업이 실패를 했단다. 한 번도 아니고 5번이나 실패를 했으니 이제 자신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바닥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남편은 빈둥빈둥 놀고 자신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어야 했단다. 지금도 돈을 벌고 있으니 그 남편이 얼마나 미운지 모르겠단다. 아이들도 남편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집에서 빈둥거리니 영 불편하고 다른 집과 달리 엄마가 돈을 버니 은근히 아버지를 무시하는 것을 봤단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도 남편에게 목소리를 크게 내고 남편에게 함부로 하는 것을 봤단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진탕 먹고 오기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교만 해진 자신을 반성하고 위에 말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남편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며 가장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 본인도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책무를 다 한다는 떳떳함이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단다. 지금은 비록 사업이 실패한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했단다. 사랑은 사랑을 할 수 있을 때만 편리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힘든 남편을 사랑할 때라고 생각을 해서 지금 더욱 사랑을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본인이 힘들면 남편에게 응석을 부리면서 자신을 안아 달라고 하면서 가장인 당신이 나를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여보! 나, 힘들다. 나를 안고 기도해줘!" 남편의 눈이 젖어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경제는 바닥이지만 마음은 부자가 되었다고 했다. 어느 때 보다도 풍요해 졌다고 했다. 여인의 기도는 능력이 있어서 하마터면 깨질 뻔한 가정을 든든히 붙드는 밧줄이 되는 것을 보았다. 기도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도 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한다. 원망이 감사가 되기도 하고 가볍게 여겼던 것들이 소중하게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겸손해진 마음에 이 세상의 아름다운 그 무엇이 자리 잡지 않겠는가. 그 밝은 미소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무래도 그 가정의 소원이 꼭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봄 소식과 함께. 200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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