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부르는 음성

  

내 이름을 부르는 음성 글 정정민 송년 모임에 가는 중에 전화가 걸려 왔다. 모임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10분이나 지났다. 너무 많이 지나버린 시간이다. 이만한 시간쯤에 걸려올 전화는 내용이 무엇인지 너무 뻔하게 알 수 있지만 그 전화라도 누구에게 걸려 오는가에 따라서 어떤 음색과 톤으로 시작하는가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 내가 이 송년모임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3년 결석을 하게 될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늘 아주 당연한 출석을 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 중 하나였으니 나를 빼놓고 생각한 사람이 없어 약속시간보다 늦어지는 나를 그 친구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전화가 아주 독특했다. 전화를 걸어서 내가 받자 하는 말이 " 민박!~~~" 하고 길게 부르기만 했다. 그 속에서는 천 마디의 말이 들어 있었다.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느냐고 묻고 있었다. 네가 보고 싶다는 말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도 너무 간단하게 하는 말 "가고 있다." 단어가 같은 말일지라도 평소에 나에게 어떻게 대하는 사람인가에 따라서 그 단어의 의미는 달랐다. 어떤 사람이 하면 정감 어리게 들리고 어떤 사람이 하면 나무라는 것처럼 들린다. 말이란 단순한 단어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말하는 사람의 정서와 성향 심지어는 사랑의 정도까지 다 들어 있었다. 단순한 단어적인 의미로만 치우쳐 듣는 것은 실수할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봤다. 지나치게 비약이나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사전적인 의미로만 들을 때도 오해가 생길 수 있음을 알았다. 같은 말이라도 가슴으로 듣고 선의적인 생각과 감사로 듣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다정한 음성 행복한 사람에게 들리는 소리다. 친구에게 불리는 이름이 된다면 행복한 사람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밸런타인자스민 시. 사진/茂正 鄭政敏 친구는 처음 보는 화분 하나 내게 주고 갑니다 작은 꽃 보라 꽃잎 사이로 향기 날리는 꽃 사랑하여 지침 없고 그리워하여 지침 없는 내 마음 아는 그는 웃는 듯 새잎 돋는 발렌타인 소목 날마다 그를 본 듯 물을 주고 정을 주고 만져보고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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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자스민 시. 사진/茂正 鄭政敏 친구는 처음 보는 화분 하나 내게 주고 갑니다 작은 꽃 보라 꽃잎 사이로 향기 날리는 꽃 사랑하여 지침 없고 그리워하여 지침 없는 내 마음 아는 그는 웃는 듯 새잎 돋는 발렌타인 소목 날마다 그를 본 듯 물을 주고 정을 주고 만져보고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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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을 잡아요

제 손을 잡아요/무정 정정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듣는 말은 늘 감동이다. 작아도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그 자체가 감동이라 그 속에서 나오는 말들이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은 참으로 오묘하고 아름다운 것이라서 밥을 먹지 않아도 신이나고 없던 힘도 생기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방학을 맞은 중학 2년 아들과 그 친구들에게 한여름의 행복한 추억을 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의 단짝 친구 둘을 초대하게 하여 나와 넷이서 소라를 잡아 보자고 했다. 들떠서 나온 아이들과 달리 아들은 이미 경험이 있어서 제법 의젓하게 동행하는 것이 맘에 들었다. 바닷가에 이르자 아이들은 신선한 바닷바람과 넘실대는 파도에 무척 흥분하는 것 같았다. 넓은 바다 위를 거칠 것 없이 비행하는 갈매기의 우아한 포즈에 환호를 하기도 하고 작은 깃발을 날리면서 유유자적하는 고깃배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정경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갯바위에 넷이 내려섰는데 몸이 부자유한 내가 슬리퍼를 신고가서 몹시 힘들었다. 45도 경사로를 내려서는 것도 힘들었지만 갯바위가 평평하지 않고 따개비와 굴이 잔뜩 붙어 있어 걷는 것이 몹시 불안했다. 가끔 크게 부딪혀 오는 파도도 신경이 거슬릴 정도였으니 내 움직임이 무척 조심스러웠다. 불규칙한 바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몸의 중심을 잡는 것이 신발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참 힘들었다. 그러나 경험 많은 나는 곡예를 하는 것처럼 중심이동을 아슬아슬하게 하여 작은 소라를 줍기 시작했다. 갯바위처럼 변해있는 작은 고둥도 같이 주었는데 그런 중에 밀려 갔다 다시 크게 부딪혀 온 파도에 발이 젖고 말았다. 기온이 높아서 오히려 시원했다. 아이들과 행복한 한때를 그렇게 보낼 수 있어서 마음마저 바다처럼 넓어지는 나를 느꼈다. 이런 바다에 와보지 않은 아들친구들은 이것저것 보이는 것 움직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여 눈빛을 빛내는데 그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더 기쁨을 느꼈다. 또 다른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동하려는데 내려온 경사길을 올라가려니 신발이 미끄러워 올라가는 길이 힘이 부쳤다. 아들은 얼른 달려와서 내 손을 잡아 내가 조금도 힘들지 않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어느 사이 내 키 보다 더욱 커버렸고 손도 내 손보다 커버렸다. 손에서 느껴지는 힘이 나를 이미 앞지른 것 같았다. 아들은 " 제 손을 잡아요!" 이 한마디를 했다. 그런데 그 말이 나를 감동시켰다. 지금까지는 이런 구실을 내가 했는데 반대로 아들이 나를 잡아 올려주고 있었다. 시원한 바다의 전경이나 바람보다도 갈매기의 싯적인 노래보다 파도소리의 낭랑한 울림보다도 아들의 한마디는 나를 충분히 감동시켰다. 그 어떤 노래보다도 그 어떤 시보다 감동을 주는 말은 "제 손을 잡아요!" 이 한마디였다. -05년 7월 서해 측도에서-

아들 4-무정 정정민 41세에 둔 아들 위로 두 딸이 있어 이 아들이 더욱 애틋했다 결혼한 지 8년이 되었음에도 아이가 없던 부부를 위해 교회에서 열심히 기도했다 전 교인의 기도는 매일 계속되고 부흥회까지 연결되었다 그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 부부에게 아들이 생겼다 사진 속 아들이다. 늦둥이가 아빠에게 자신의 손을 잡으라고 했을 때 나는 무척 감동했다 이것이 부모인 모양이다 군에 가 발목 수술을 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제 열심히 살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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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창 넓은 창가에서 글. 사진/茂正 鄭政敏 주일의 점심시간이었다. 아주 커다란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살펴 봤다. 내가 아는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아는 얼굴이 없고 다시 나갈 수 없어 주저 주저하는 나에게 얼굴 곱고 친절한 종업원이 다가와 누구를 찾느냐고 물었지만 우물쭈물하고 말았다. 못 본체 하기보다는 그렇게라도 묻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어색한 나를 달래기 위해 어떤 음식이 맛있을까? 이것저것을 보고 있는데 입구에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내 어색함을 달래주는 그 모습이 얼마나 반가운지 큰 소리로 부르고 말았다. 둘이는 이내 의기투합하여 커다란 창가에 앉게 되었다. 따스한 햇볕이 창 반쯤 들어오고 있었다. 창 밖의 나무가 아직은 봄기운을 다 내놓지 않고 분수로 보이는 곳에서도 물줄기가 솟아나고 있지 않았지만 밖이 매우 잘 보이는 커다란 창가에 앉았다는 사실과 정말 오랜만에 다정한 친구와 단둘이 앉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부담도 없는 모든 것이 너무 여유가 있는 한가한 시간이 되었다. 진지한 삶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의 번화가 삼성동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친구와 같이 앉아있는 여유가 얼마나 마음을 향기롭게 하는지. 내 삶에서 이만큼의 시간이 행복함을 확인했다. 때로는 우연처럼 다정한 친구와 같이 내가 먹고 싶은 아무 음식이라도 먹으면서 시간과 금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마주앉는 일은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소박하여 간재미를 먹었다. 그 맛은 혀끝을 자극하고 그 자극은 내 피부를 간지럽게 하는 햇살처럼 가슴으로 파고들어 다정한 사람과는 단둘이 앉아보는 것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이것은 내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둘만의 대화는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고 충분히 서로 집중할 수가 있어서 오랜 지기의 말이 즐거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술이 없어도 즐거운 친구 마주보기만 해도 눈빛이 좋아 기분 좋은 사람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은 것은 그가 가진 다정하고 이해심 많고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충분히 이해되는 사이라 그런가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서로 권하는 즐거움과 어디서 무엇을 먹었다는 평범한 말이 그 어떤 진리보다도 잘 들렸다. 커다란 창가, 햇살이 잘 드는 봄날 나를 아끼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향기나는 차를 앞에 두고 자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창넓은 창가에서-무정 정정민 오래된 일이다 이런 일이 사소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될까 그리고 최근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고 그런 기회도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소통하는 사람이 없는 것일까 혹 강팍한 마음이 된 것은 아닐까 무엇으로 살며 무엇 때문에 사는가 손해 보는 것 같이 시간도 내고 친구에게 맛있는 것도 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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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여인
  

기도하는 여인 글 사진/무정 정정민 내가 어렸을 적에 나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음성을 들었다. 기도는 정갈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하든가 정화수를 떠 놓고 하든가 하는 것으로,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나 어머니를 통해서 봤는데, 당시의 모습을 보면 목욕도 하고 머리도 감고 머리를 정성을 다해 깨끗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옷도 좋은 것으로 차려 입으시는 것을 봤다. 조금 자라서는 교회에 다니시는 고모님이 나를 위해서 교회에서 정성스럽게 기도하시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더 성장하여서는 많은 기도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기도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과 뜻을 다해서 하는 것이다.

  

이런 기도를 하는 여인을 봤다. 내가 모르는 여인이다. 사십대 중반의 수려한 용모를 지닌 여인이 하는 기도는 너무 아름다웠다. "내 남편을 통해서 우리 가족이 모두가 은혜를 받게 해 주세요. " 이런 기도를 하고 있었다. 가끔은 "여보! 나, 너무 힘들다. 나를 안고 기도를 좀 해 주라. 응!" 이렇게 말을 하는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남편이 있을까.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여인을 만난 남자는 행복하다. 이렇게 말을 하는 여인에게 왜 남편을 통해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연이 기가 막힌다.

  

자신이 극구 만류한 사업을 남편이 시작했단다. 그 사업이 실패를 했단다. 한 번도 아니고 5번이나 실패를 했으니 이제는 자신들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바닥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남편은 빈둥빈둥 놀고 자신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어야 했단다. 지금도 돈을 벌고 있으니 그 남편이 얼마나 미운지 모르겠단다. 아이들도 남편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집에서 빈둥거리니 영 불편하고 다른 집과 달리 엄마가 돈을 버니 은근히 아버지를 무시하는 것을 봤단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도 남편에게 목소리를 크게 내고 남편에게 함부로 하는 것을 봤단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진탕 먹고 오기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교만 해진 자신을 반성하고 위에 말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남편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며 가장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 본인도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책무를 다 한다는 떳떳함이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단다. 지금은 비록 사업이 실패한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했단다. 사랑은 사랑을 할 수 있을 때만 편리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힘든 남편을 사랑할 때라고 생각을 해서 지금 더욱 사랑을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본인이 힘들면 남편에게 응석을 부리면서 자신을 안아 달라고 하면서 가장인 당신이 나를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여보! 나, 힘들다. 나를 안고 기도해줘!"

  

남편의 눈이 젖어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경제는 바닥이지만 마음은 부자가 되었다고 했다. 어느 때 보다도 풍요해 졌다고 했다. 여인의 기도는 능력이 있어서 하마터면 깨질 뻔한 가정을 든든히 붙드는 밧줄이 되는 것을 보았다. 기도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도 했다. 기도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한다. 원망이 감사가 되기도 하고 가볍게 여겼던 것들이 소중하게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겸손해진 마음에 이 세상의 아름다운 그 무엇이 자리 잡지 않겠는가. 그 밝은 미소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무래도 그 가정의 소원이 꼭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봄 소식과 함께. 200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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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은 사람을 울린다
  

2세 작은 숙녀가 식사중이다. 아버지는 생선에서 뼈를 골라내고 아이의 숟갈에 올려놓는다. 맛이 좋은 생선은 아이의 구미를 돋군다. 작은 숙녀는 급하게 생선을 재촉한다. 그런데 생선의 잔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당황하여 쩔쩔매는데 숙녀는 성질이 급하여 마구 재촉이다.

  

"아이야! 눈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구나!" 하고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지만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돋보기 안경을 휴대하지 못하여 생긴 일이다. 그러나 철없는 아이는 어서 생선을 달라는데 아무렇게나 생선을 줄 입장이 아니다. 어린 것에게 가시가 든 생선을 주면 목에 걸려서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던 5세의 사내아이가 "아버지! 눈이 안 보여? 내 눈을 빼줄까?" 아버지는 금세 울 것만 같이 감동하고 있었다. 늦게 둔 아이들이다. 50을 넘기고 둔 아이들이니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밥을 먹이는 것도 생선을 골라주는 것도 아이들과 식사하는 것도 커다란 감동인데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눈을 주겠다는 말이지 않는가.

  

철이 없어 한 말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라 할지라도 아이는 아무에게나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이기 때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사랑으로 하는 말 진심으로 하는 말 그 말은 사람을 울리고도 남는다. 오늘도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말았다. 글 사진 / 무정 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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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 데이 4
 
 

초콜릿-무정 정정민 언젠가 내게 주었던 하얀 은박지에 싼 초콜릿 반은 녹아 형제가 변했어도 달콤한 맛은 그대로였지요 당신의 가슴에 품고 왔던 초콜릿 얼마나 뜨거운 마음이면 초콜릿이 그렇게 녹아내렸을까 그 열정 사랑을 감사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초콜릿 잊지 못합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 피부가 변하고 체형이 커졌어도 당신은 내게 영원한 초콜릿 녹아내려 변형되어도 맛이 같은.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옮긴 글 3세기경 로마 시대에 밸런타인이라고 하는 사제가 있었다. 당시 로마의 황제인 클라우디우스 2세는 군 전력 유지를 위해 법으로 젊은이들의 결혼을 금하였는데 밸런타인은 이를 어기고 젊은이들을 몰래 결혼시켰다. 그러나 이는 들통이 나게 되고 밸런타인은 이로 인해 순교하게 되었다. 그날이 바로 269년 2월 14일이어서 이 날을 성 밸런타인의 날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이교도 축제인 Lupercalia를 그리스도교화 하기위해 밸런타인축제를 행사화하였다. 당시 Lupercalia축제에 도시의 젊은 여자들은 자기 이름을 큰 항아리에 적어 넣고 남자들이 항아리에서 이름표를 고르는 짝짓기 행사가 있었는데 이 행사를 통해 결혼에 이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당시 그리스도교회 측에서는 이 축제가 지나치게 이교도적이라고 생각하여 서기 498년에 2월 14일을 성 밸런타인의 날로 선포하여 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삼았다. 영국에서는 1400년경부터 밸런타인데이가 지켜졌다. 밸런타인데이에 사랑의 글을 보내는 풍습은 1415년 영국에 포로로 잡혀간 프랑스의 오를레앙 공작 샤를르가 밸런타인데이에 런던탑의 감옥에서 부인에게 사랑의 시를 보낸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던 것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였다. 18세기 중엽까지는 친구간이나 연인간에 연정을 표시하는 작은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8세기 말에는 인쇄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쇄된 카드가 널리 보급되었다. 인쇄된 카드는 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고 싼 우편료 역시 밸런타인 축하 카드의 보편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축하카드협회에 의하면 밸런타인데이카드는 크리스마스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보내지며 약 85%는 여자가 보낸다고 한다.

 
 

2016 밸런타인데이 - 정정민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다 가족 아무도 관심 두는 것 같지 않고 나도 오늘이 밸런타인데이 인 것을 출근하는 차 안에서 들었다 상업적이든 좋은 의미이든 이런 기회를 빌미로 가족이나 연인이 가벼운 선물로 서로를 웃게 한다면 좋을 것이다 퇴근하여 초콜릿이 있는지 한 번 보겠다 있다면 다정하게 웃을 것이고 없어도 지난 밸런타인데이를 생각하며 미소 지어보겠다. 회사에서 쓴 글이다 집에 와 보니 초콜릿은 없었다 혹 사오지 않았느냐고 둘째에게 물었더니 집 안에 있는 과자를 꺼내 놓는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당장에라도 사오겠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역시 웃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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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파는 가게
        감동을 파는 가게 글 정정민 사반세기가 지난 일이다. 아내는 오랜 일이지만 지금도 감동이 된다며 그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말을 한다. 우리의 큰 아이를 임신했던 때의 일이었다. 가난한 살림에 모든 것을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산복이 싸다는 강남터미널을 찾아갔다. 배가 불러오니 일반 옷은 좀 민망하여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서였는데 막상 그곳에 가서 옷을 사려 하니 예상했던 가격보다 좀 비싸서 옷을 사지 못했다.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렸지만 예상 가격이 빗나가서 지치고 피곤한 몸을 그늘에서 좀 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자신을 보면서 같이 가자고 하더란다. 낯선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으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무슨 이유인지를 물었더니 너무 피곤하고 지쳐 보여서 우리 집에서 물이라도 먹고 좀 쉬어가라고 그러는 것이라는 말을 하더란다. 많이 지치고 목도 말라서 따라 들어간 곳은 그 근처의 옷 가게였단다. 시원한 물을 주고 땀을 닦으라고 손수건도 주었다. 물까지는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그것도 참 고마운데 서슴없이 건네주는 손수건이 뜻밖이었다. 지치고 피곤한 임부에게 얼마나 고마운 배려인지 그 편하고 행복한 휴식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단다. 고마운 일이었다. 마침 그 집이 옷 가게라서 둘러보고 자신이 원하는 임산복이 있었고 고급 임산 복임에도 예상가격과 맞아떨어져 그것도 구매했다는 것이다. 내가 필요한 것을 산 것도 고마운 일이 되었다. 마음속에 그리던 옷이었고 가격대까지 맞아서 그것만도 기분이 좋은 일이 되었다. 이 디자인과 가격대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게에 다녔고 그로 인하여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는데 구원자처럼 나타나 쉬어가라 하시고 해갈을 위해 물을 주시고 손수건까지 건네주셨다. 우연처럼 지나가시다가 안타까워 쉬어 가라 하신 것이다. 성경에" 여호와 이레"란 말이 나온다. 필요한 것을 준비해 주시는 하나님을 뜻한다. 그 할머니가 권사님처럼 여겨졌다고 했다. 그 가게는 지치고 힘든 사람을 쉬게 했고 찾아 헤매던 물건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당시의 아내에게 그 시간에 그보다 감동주는 일이 어디에 있었겠는가. 영원히 잊지 못할 일이라고 오늘도 이야기한다. 그곳은 감동을 파는 곳이라고 말을 한다.

        감동을 파는 가게-무정 정정민 감사한 일, 감동되었던 일은 잊고 싶지 않다 가끔은 그 기억을 살려 다시 감사하고 싶다 가게가 번창하고 그 자손이 모두 하는 일마다 잘 되어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베풀며 살기를 기원한다 우리 또한 그 감사를 잊지 않고 그 받음을 그대로 베풀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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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겨운 배웅 글 정정민 사람을 보내는 일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든 사람을 보내는 일은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보내는 일은 일시적인 것에서부터 영원히 보내는 것까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 순간의 마음 상태나 조건에 따라서 그것도 여러 얼굴로 나타난다. 가장 최근에 경험한 일이다. 아는 분이 하는 흑염소 집에 들렸다. 이른 시간이었다. 가게 문을 여는 것은 단순하게 들어가는 입구의 출입문만을 여는 것이 아니라. 팔 물건과 가게 안의 여러 가지 물건을 정리하는데 다소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하필 그런 시간에 도착하였다. 미리 연락을 하고 간 것이 아니라. 내 편리한 이른 시간에 아내와 같이 갔다. 딱히 무엇을 구매하려는 생각보다는 그 시장의 모양과 그 가게의 주인과 그 가게에서 파는 것이 궁금하여 종합적인 호기심의 발로로 가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서로 미안한 시간이었지만 친절한 그분은 의자를 권하고 찻물을 끓이고 하던 일을 분주하게 하고는 마주앉아서 참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주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돌아서는 우리를 자신의 가게를 비워두고 차를 주차한 곳까지 나왔다. 시장이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가게와 먼 거리에 주차하여 두었는데, 간단한 물건을 구매하여 그 대금을 의자에 놓고 왔는데, 그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 가게와 먼 거리임에도 자꾸만 따라나와 기어코 시동을 걸고 떠나는 순간까지 곁에 있어 주었다. 결국, 차가 멀어진 뒤에야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전주의 전주대가 있는 곳에 사는 친구 집에 갔었다. 지금부터 30년 전일 것이다. 미나리밭이 많은 그곳은 당시에는 시골이라 해야 했던 곳인데 친구가 사는 집과 버스를 타야 하는 곳이 가깝지 않았다. 친구가 그리워 찾아갔다가 돌아가는 나를 친구는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나와서 전송해 주었다. 물론 버스가 올 때까지 있어주고 버스에 오르자 손까지 흔들어 주는 것도 잊지 않고 버스가 사라지고 안 보일 때까지 버스가 간 방향을 바라봐 주었다. 어느 교회 권사님 댁에 갈 일이 있었다. 평소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지내는 사이인데 안부도 궁금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어 찾아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아이들을 다 불러서 아파트 밑 주차장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었다. 내가 집을 나서면 우리 집의 강아지는 문앞까지 나와서 꼬리를 흔든다. 까만 눈으로 보면서 작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잘 다녀오라는 표현 같다. 내가 다녀가거나 잠시 외출하는 일에 대하여 이렇게 다정하게 인사하는 사람이 있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가끔은 이런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며 행복한 일인지를 망각하고서 외로운 세상에 산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오늘도 집을 나서는 나에게 아내는 잘 다녀오라 한다. 키 작은 강아지도 같이 나와서 꼬리를 흔든다. 이 모두가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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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편지 쓰고 싶은 날 글 정정민 누군가가 몹시 그리운 날이 있다. 당장에라도 달려서 가고 싶은 시간이 있다. 달려간다면 틀림없이 환하게 웃는 낯으로 맞이해 줄 것만 같은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한 날이 있다. 어떤 모습으로 있건 어떤 시간이든 반겨줄 사람이 있다면 그 행복이 얼마나 크다 할 수가 있을까. 차를 같이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가늘게 비가 내리면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차를 같이 마시고 싶다. 마른 잎 위에 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마른 잎이 젖어들 듯 마음도 같이 젖고 싶은 날이 있다. 큰 빗줄기가 내려도 역시 차를 같이 마시고 싶다. 어쩌면 큰 빗줄기 속에서는 차 안에서 마시고 싶을 것이다. 차창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를 같이 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과 같이 마시는 차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차의 천정에서 빗방울 듣는 요란스런 소리가 즐겁기만 할 사람과 같이 하는 행복은 아주 커서 눈을 감고 웃지도 못할 것이다. 큰 소리로 웃어야 할 테니까. 노래를 같이 불러보고 싶은 날이 있다. 혼자서도 부를 수 있는 것이 노래이지만 둘이 불러야 더욱 즐거운 노래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혼자 부른다 하더라도 잘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불러 보고 싶은 날도 있다. 손을 마주 잡고 불러 보고 싶은 날도 있다.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도 있다. 부른 뒤에 박수를 받고 싶은 날도 있다. 꼭 그 사람에게 박수를 받고 싶은 날이 있다. 전화하고 싶은 날이 있다. 꼭 해야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대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보고 싶다는 말이다. 또한, 목소리만이라도 듣고 싶은 날도 분명히 있다. 서로 연결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그런 마음이 있다. 전화기를 통하여 들려오는 목소리나 숨소리가 가슴을 뛰게 하고 온몸에 힘이 나게 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얼굴이 몹시 보고 싶은 날이 있다. 낡은 사진첩에서 몇 번이고 같은 얼굴을 보면서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늘 떠나지 않는 그리움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꼭 이유가 있어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고 싶은 것이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그런 날은 사진첩을 보고 내려놓고 다시 보는 것이 참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마주보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맛있는 식사를 같이하고 싶은 날이 있다. 서로 권하면서, 먹는 모습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먹는 모습이 보고 싶고 그것은 즐거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먹는 것도 기쁨이 되지만 같이 먹는 행복이 환희로 가슴을 벅차게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꽃을 같이 보고 싶은 날이 있다. 마주보는 눈도 아름답지만 같은 사물을 보는 기쁨도 크기 때문이다. 향기를 같은 공간에서 향유하는 것은 행복이 된다. 고운 꽃과 향기를 혼자만 보고 맡는 것이 아깝기 때문이다. 꽃이 주는 기쁨을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깝기 때문이다. 둘이 보는 행복이 더 증폭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가득한 날은 편지를 쓰고 싶다. 내 마음이 이렇다는 말을 쓰고 싶다. 그대도 나 같은 마음이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길고 긴 편지를 밤을 세워서 쓰고 싶다. 또 밤을 세워서 쓴 편지를 달콤하게 받고 싶다. 그대가 그리운 날은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다. 1 Orchestra(연주) - Green Sleeve (푸른 소매)

  

밥 한 상 詩 寫眞/茂正 鄭政敏 어느 천사가 그려 놓은 그림일까 정갈하여 눈길 돌리지 못한다. 이모저모 살피느라 굴뚝 같은 식욕마저 잠재운다. 어머니가 차려 주시던 정이 담뿍 들어 있던 밥 한 상 수십 년 먹으며 감사를 몰랐는데 돌아가신 수십 년 이제야 그 정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인생 아내가 차려주는 한 상에서 세상의 온갖 즐거움 생기더니 어언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내 머리도 억새꽃이 된 지금도 간장 한 종지 된장 한 점 김치 한 젓가락이 아름답다. 배를 채우는 식탁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깃든 음식 예술이 차려진 곳에서 정과 미와 향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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