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

  

창 넓은 창가에서 글. 사진/茂正 鄭政敏 주일의 점심시간이었다. 아주 커다란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살펴 봤다. 내가 아는 친구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아는 얼굴이 없고 다시 나갈 수 없어 주저 주저하는 나에게 얼굴 곱고 친절한 종업원이 다가와 누구를 찾느냐고 물었지만 우물쭈물하고 말았다. 못 본체 하기보다는 그렇게라도 묻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어색한 나를 달래기 위해 어떤 음식이 맛있을까? 이것저것을 보고 있는데 입구에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내 어색함을 달래주는 그 모습이 얼마나 반가운지 큰 소리로 부르고 말았다. 둘이는 이내 의기투합하여 커다란 창가에 앉게 되었다. 따스한 햇볕이 창 반쯤 들어오고 있었다. 창 밖의 나무가 아직은 봄기운을 다 내놓지 않고 분수로 보이는 곳에서도 물줄기가 솟아나고 있지 않았지만 밖이 매우 잘 보이는 커다란 창가에 앉았다는 사실과 정말 오랜만에 다정한 친구와 단둘이 앉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부담도 없는 모든 것이 너무 여유가 있는 한가한 시간이 되었다. 진지한 삶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의 번화가 삼성동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친구와 같이 앉아있는 여유가 얼마나 마음을 향기롭게 하는지. 내 삶에서 이만큼의 시간이 행복함을 확인했다. 때로는 우연처럼 다정한 친구와 같이 내가 먹고 싶은 아무 음식이라도 먹으면서 시간과 금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마주앉는 일은 얼마나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소박하여 간재미를 먹었다. 그 맛은 혀끝을 자극하고 그 자극은 내 피부를 간지럽게 하는 햇살처럼 가슴으로 파고들어 다정한 사람과는 단둘이 앉아보는 것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이것은 내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둘만의 대화는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고 충분히 서로 집중할 수가 있어서 오랜 지기의 말이 즐거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술이 없어도 즐거운 친구 마주보기만 해도 눈빛이 좋아 기분 좋은 사람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은 것은 그가 가진 다정하고 이해심 많고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충분히 이해되는 사이라 그런가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서로 권하는 즐거움과 어디서 무엇을 먹었다는 평범한 말이 그 어떤 진리보다도 잘 들렸다. 커다란 창가, 햇살이 잘 드는 봄날 나를 아끼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향기나는 차를 앞에 두고 자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창넓은 창가에서-무정 정정민 오래된 일이다 이런 일이 사소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될까 그리고 최근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고 그런 기회도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소통하는 사람이 없는 것일까 혹 강팍한 마음이 된 것은 아닐까 무엇으로 살며 무엇 때문에 사는가 손해 보는 것 같이 시간도 내고 친구에게 맛있는 것도 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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