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여인
  

기도하는 여인 글 사진/무정 정정민 내가 어렸을 적에 나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할머니의 음성을 들었다. 기도는 정갈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하든가 정화수를 떠 놓고 하든가 하는 것으로,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나 어머니를 통해서 봤는데, 당시의 모습을 보면 목욕도 하고 머리도 감고 머리를 정성을 다해 깨끗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옷도 좋은 것으로 차려 입으시는 것을 봤다. 조금 자라서는 교회에 다니시는 고모님이 나를 위해서 교회에서 정성스럽게 기도하시는 것을 여러 번 봤다. 더 성장하여서는 많은 기도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다. 기도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음과 뜻을 다해서 하는 것이다.

  

이런 기도를 하는 여인을 봤다. 내가 모르는 여인이다. 사십대 중반의 수려한 용모를 지닌 여인이 하는 기도는 너무 아름다웠다. "내 남편을 통해서 우리 가족이 모두가 은혜를 받게 해 주세요. " 이런 기도를 하고 있었다. 가끔은 "여보! 나, 너무 힘들다. 나를 안고 기도를 좀 해 주라. 응!" 이렇게 말을 하는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남편이 있을까.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여인을 만난 남자는 행복하다. 이렇게 말을 하는 여인에게 왜 남편을 통해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사연이 기가 막힌다.

  

자신이 극구 만류한 사업을 남편이 시작했단다. 그 사업이 실패를 했단다. 한 번도 아니고 5번이나 실패를 했으니 이제는 자신들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바닥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남편은 빈둥빈둥 놀고 자신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어야 했단다. 지금도 돈을 벌고 있으니 그 남편이 얼마나 미운지 모르겠단다. 아이들도 남편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아버지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집에서 빈둥거리니 영 불편하고 다른 집과 달리 엄마가 돈을 버니 은근히 아버지를 무시하는 것을 봤단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도 남편에게 목소리를 크게 내고 남편에게 함부로 하는 것을 봤단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진탕 먹고 오기도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남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교만 해진 자신을 반성하고 위에 말한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남편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며 가장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 본인도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책무를 다 한다는 떳떳함이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지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단다. 지금은 비록 사업이 실패한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했단다. 사랑은 사랑을 할 수 있을 때만 편리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힘든 남편을 사랑할 때라고 생각을 해서 지금 더욱 사랑을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본인이 힘들면 남편에게 응석을 부리면서 자신을 안아 달라고 하면서 가장인 당신이 나를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여보! 나, 힘들다. 나를 안고 기도해줘!"

  

남편의 눈이 젖어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경제는 바닥이지만 마음은 부자가 되었다고 했다. 어느 때 보다도 풍요해 졌다고 했다. 여인의 기도는 능력이 있어서 하마터면 깨질 뻔한 가정을 든든히 붙드는 밧줄이 되는 것을 보았다. 기도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것이기도 했다. 기도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한다. 원망이 감사가 되기도 하고 가볍게 여겼던 것들이 소중하게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다. 겸손해진 마음에 이 세상의 아름다운 그 무엇이 자리 잡지 않겠는가. 그 밝은 미소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무래도 그 가정의 소원이 꼭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봄 소식과 함께. 200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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