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배달 사고 글. 사진/茂正 鄭政敏 우장산역 지하도에 케이크가 널브러져 있었다. 울고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두 아이와 30대 후반의 건강한 아주머니가 그 케이크를 바라보고 각자의 처지가 딱하여 울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한푼이라도 벌어 볼 요량으로 케이크배달을 나선 한 아주머니가 오만 원 상당의 케이크를 들고 조심스럽게 배달처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이때 초등학생형제인 두 아이가 장난을 치며 지하철 계단을 급하게 뛰어 내려오다가 부주의하여 그만 그 케이크와 부딪히고 말았다. 그래서 케이크는 내동댕이쳐지고 아이도 넘어졌다. 이 케이크를 배달하러 나선 아주머니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배달하여 자신의 손에 쥐어질 만원은 고사하고 오만의 케이크를 변상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서로 참으로 딱한 입장이었다. 아이는 오만이 너무 크고 겁이 나서 울고 있고 이 아이에게 오만 원을 변상 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대하여 아주머니는 안타까워 울고 있는 것이었다. 형편이 좋은 사람이 케이크 배달 일을 할 리 없고 큰 수입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모처럼 하게 된 일이 사고로 이어지니 자신의 처지가 한탄이 되고 아이를 다그쳐 배상을 요구하자니 그도 딱하여 같이 울고 있었다. 그 길을 지나던 50대 아저씨 한 분이 이를 민망하게 여겨 그날 자신이 한 일로 얻은 수입의 전부인 삼만 원을 아주머니에게 주고 이것밖에 없어서 오만 원을 다 주지 못하니 아이들을 보내고 열심히 살다 보면 이것이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갔다. 살다 보면 뜻밖의 일을 만나게 된다. 모두가 다 안타까운 일이긴 해도 남의 일을 무심하게 보지 않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따듯한 이 아저씨의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는 내 친구였다. 언제나 자랑스런 친구다. 061107

'시인 정정민 >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겨운 배웅  (0) 2016.02.08
노변정담 15-편지 쓰고 싶은 날  (0) 2016.02.05
비행기를 놓친 여행길  (0) 2016.02.03
영종도 왕산리  (0) 2016.02.02
노변정담 10-친구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0) 2016.02.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