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친 여행길/무정 정정민 한 달 전부터 준비했다. 큰딸이 제안하여 온 가족이 제주 여행 가기로 한 것이다. 올 여름휴가는 2박3일로 리조트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아내도 그날에 맞추어 자신이 해야 하는 공부를 잠시 쉬기로 했고 둘째도 휴가를 그 시점에 맞추었다. 이 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광복을 한 날을 우리 가족이 광복한 날로 삼아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일로부터 그리고 더위로부터 광복도 뜻이 있겠다 싶어 이른 시간인 오전 7시20분 발 제주행을 15일에 예약을 한 것이다. 드디어 꿈에 부픈 여행을 앞둔 하루 전날부터 꼼꼼하게 챙기기 시작하여 자정이 넘도록 옷과 음식과 세면도구를 다 챙기고 5시에 일어나 다시 미비한 것들을 준비하려고 알람시계를 맞추어 놓았다. 그런데 들뜬 기분이 그랬는지 3시 반 경에 잠을 깨고 말았다. 그 뒤로 다시 잠을 청하나 어설프게 잠이 들뿐 깊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내도 그런지 4시에 일어나 이것저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5시가 되어 아이들을 깨우고 모든 준비를 다 하고 출발을 시작했다. 나야 간단하게 준비하여 5시에 밖으로 나가 기다리기 시작했고 조금 있다 막내아들이 나왔다. 그런데 아내와 두 딸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타는 가슴을 달래며 기다리니 큰딸이 나오고 이어서 10분을 더 기다리니 아내와 둘째 딸이 나왔다. 공항 비행기가 7시20분에 출발하기는 하지만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탑승수속을 국내선은 약 30분 전에 밟기 때문에 미리 가야 하는 것은 상식이었다. 그렇지만, 평소에 미리 가는 습성이 있는 나는 그보다 먼저 도착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5시30분 출발이 조금 넘어 버린 5시 45분이 되어서야 출발하게 되니 가슴이 얼마나 탔는지 모른다. 그래서 택시를 타야 하는지 우리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에 잠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문제도 간단하지 않았다. 여행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 전철을 타기로 잠정 합의를 한지라 택시 타는 것은 지나치게 호사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이른 시간에 일어난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5명인 우리 가족이 택시를 타려면 2대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기도 했다. 그래서 자가용을 이용하려 하기도 했는데 2박 3일 동안 공항에 주차하면 그 주차비가 만만하지 않아 결국 처음 생각대로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공항까지 한 번의 마을버스를 이용하고 전철을 한번 갈아타야 하지만, 이렇게 가는 방법이 가장 저렴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설마 늦기야 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먼저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출발했는데 눈앞에서 사라지는 마을버스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5분이 소요되고 전철역에 도착하여 쉽게 전철은 탔지만 바꾸어 타고 전철역을 헤아려 보니 생각보다 많은 15역이나 되었다. 대략 10 정거장쯤 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좀 차이가 나버린 상태였다. 인제 와서 어떻게 돌릴 방법도 마땅하지 않아 공항역에서 뛰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속이 타는 마음을 진정 시키느라 고생을 해야 했다. 드디어 공항역에 도착하여 더운 여름도 무시하고 온 가족은 열심히 자신이 가진 출력을 최대화하여 뛰다시피 걸었다. 잘하면 무사하게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치는 곳이 많아 수속을 밟는 곳에 도착하니 7시 2분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이 2분이었다. 마을버스만 놓치지 않았어도 7시에는 도착할 수 있는 것이었다. 7시20분 비행기라서 최소한 20분 전에 수속을 밟아야 하는데 그 데드라인이 7시였던 것이다. 그런데 눈으로 보면서 마을버스를 놓친 것이 천추의 한처럼 아깝기만 했다. 그래서 왜 아내에게 늦게 나왔는지에 대한 추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홀로 남겨둔 강아지가 안타까워 라디오 전원코드를 찾다가 5분을 허비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철역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5역이나 많았다. 여기서도 착오가 생겨 대략 7분 정도 시간이 더 소모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충분하다 생각한 공항도착 시각은 마을버스를 놓친 것과 라디오 전원코드를 찾는 시간 그리고 전철역이 생각보다 많았던 이유로 해서 결국 7시 이전에 도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7시에서 2분이 초과된 7시 2분에 도착하고 만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2분은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 항공사에서 정한 2분은 우리에게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2분 정도 경과될 것을 알았다면 항공사에 전화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경황이 없어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해내지 못하고 다만 열심히 가다 보면 시간 안에 도착하리라 생각했고 설마 2분 정도의 시간이 경과된다고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할 리야 있겠는가 쉽게 생각한 것인데 막상 도착하니 우리 자리는 벌써 다른 사람의 자리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도리 없이 공항에 남아 다음 비행기에 우리가 탈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는 일만 하는 도리 밖에 별다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약속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타는 가슴을 안고 우리 같은 사람이 다섯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자꾸자꾸 항공사 측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안타까운 마음과는 상관없이 우리처럼 예약시간에 나타나지 않거나 예약을 취소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야 이른 시간이라 약속시간에 도착하기 힘들 수 있었지만 우리보다 늦은 시간에 예약한 사람은 착오 없이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리없이 시간시간 항공사에 물어보면서 다시 예약할 수 있는 시간을 물었더니 가장 빠른 방법이 오후 2시 예약이었다. 일단 2시 예약을 해 놓고 시간마다 체크를 하기로 하고 공항 휴게실에 앉아 탑승수속을 밟는 사람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비행기를 놓치게 되니 이른 시간에 일어난 것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원인이 발생된 것에 대한 원망도 생기고 많은 시간을 공항휴게실에서 보내게 되는 것이 마치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도착해야 할 시간에 맞추어 렌털한 차에 대한 재계약도 수시로 변경해야 하고 주차비도 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또한, 첫째 날 구경해야 할 곳에 대한 수정도 변경해야 하고 들뜬 감정이 짜증으로 변한 것에 대한 수습도 작은 일이 아니었다. 다행이라 한다면 이 일을 주도한 큰딸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추궁보다는 나머지 여행에 대한 준비를 말없이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살아 온 세월에 비교하여 수십 년이 짧으면서도 어찌 저리 속이 깊고 침착하기만 한지 감탄하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사람을 알려면 여행을 같이하라 했는데 몇 시간의 이 사태를 잘 정리하고 다시 수정하고 변경하면서도 짜증보다는 침착하게 나머지 일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낀 바가 많았다. 내 자식이면서도 오히려 스승 같은 아이가 얼마나 마음속으로 기쁨이 되었는지 모른다. 지혜를 얻고 배우는 것은 죽는 날까지 한다는 것을 절감한 날이었다. 시간을 어기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었지만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하여도 우리의 생각과 달리 결국 시간을 어기게 되어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것을 보고 시간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잃은 것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욱 큰 것을 얻었다면 이런 와중에도 큰아이가 침착하여 손실된 것에 대하여 연연하지 않고 닥쳐올 일에 대하여 준비하고 수정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가족이 서로 원망하고 탓하고 원성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소 짜증난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이내 서로 이해하고 준비하고 오히려 이렇게 된 것을 다른 각도로 이용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절로 행복해 졌다. 남아 있는 시간 동안 공항의 곳곳을 둘러보기도 하고 조금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했으니 가족의 단합과 불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기른 오히려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잃은 것 같지만 얻는 사람이 있고 얻는 것 같지만 잃는 사람이 있다는 교훈을 다시 얻었다. 제주 도착 예정시간보다 4시간이나 지나 도착했지만 잃어버린 것 같은 4시간보다 가족의 단단한 단합과 사랑을 확인한 것은 분명 더 큰 것이었다. -8년 전 제주 여행길에서 있었던 일-

  

제주 여행 준비/무정 정정민 8년 전 제주 여행을 했었다 가는 길 김포공항에서 비행을 놓친 일 단 2분의 시간이 늦어 놓치고 말았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미리 공항에 나가 보았다 이번은 전철을 타지 않고 우리 차로 공항까지 가서 주차하고 탑승하여 돌아오는 보다 편리한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아들은 직장 일로 가지 못하고 큰아이와 나와 아내 셋이 먼저 금요일에 가고 다음날 둘째가 회사 일을 마치고 제주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이번 출항시간은 8시 10분이지만 좀 여유롭게 가기 위해 오전 6시에 집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약 12킬로밖에 안 되고 공항까지 걸릴 예상 시간도 30분밖에 안 되지만 만약의 변수를 생각했다 5,000대의 주차가 가능한 공항이지만 내가 간 시간대에 쉽게 주차하지 못하면 심각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 차로 공항에 가서 주차하는 일은 몇 번의 숙고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여행경비를 아끼려면 집에서 전철을 타고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럼에도 결국 내 차로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편리성 때문이다. 전철은 공항까지 걸어가야 하는 거리가 멀고 시간도 좀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사실 비용면에서도 크게 절약되지는 않았다. 내 차로 공항까지 가는 것은 전철보다 약 15,000원가량 더 들지만 편리성 면에서는 아주 우수하므로 그 비용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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