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식물원

식물원에 가고 싶다 무정 정정민 가끔 식물원에 가고 싶다. 머리가 아플 때면 식물이 발산하는 푸른 기운을 듬뿍 받고 싶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몸에는 새로운 비늘이 돋는 것 같다. 이 에너지로 얼마간 살 수 있다. 머리가 아프지 않아도 식물원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겨울철이다. 푸른 잎이 사라지고 마른 잎이 거리에 가득하면 추억처럼 그리워지는 것이 푸른 계절이 아닌가 마음속에 기억하는 푸른 계절 그 계절은 식물원에 있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식물원에 간다. 그곳은 남국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은 열대지방의 식물을 보면 자신이 따뜻한 남쪽 나라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때론 이런 착각을 얼마나 원하든가 행복한 착각은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그러면 누구에게나 친절할 힘이 생긴다. 나에게 귀한 손님이 오면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단둘이 앉아 있을 의자가 있는 조용한 식물원이다. 보온병에 담아 간 허브차를 그곳에서 나누어 마시면 아무래도 너무 행복하여 지고 만다. 이런 이유가 아니어도 더러는 식물원에 간다. 지금쯤 어떤 꽃이 피어 있을지 궁금하여 몹시 알고 싶어서다. 작고 볼품없어도 내가 보아 주면 씽긋 웃는 그 미소가 즐거워서다.

안산식물원-무정 정정민 매년 봄이면 어떤 꽃이 웃고 있을지 조금 알고 있는 곳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면 아내와 간다 올봄에는 너무 이른 탓인지 많은 꽃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3월 중순쯤은 되어야 꽤 많은 꽃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하였다 아직 개나리도 없었고 산당화는 봉오리만 뾰쪽하게 보였다 하지만 매화는 이미 진 것도 있었다 영춘화는 만개 상태였으나 천리향은 아직 만개는 아니었다 여러가지 꽃을 보니까 화성 우리 꽃 식물원보다 조금 늦었다 온실 온도를 낮게 잡아 그런 것이려니 혼자서 생각했다 안산 식물원에 가면 식물원 앞 홍두깨칼국숫집에도 들린다 바지락의 양이 많고 겉절이 배추와 총각김치가 일미인 점도 있다 두 가지 즐거움을 누리는 곳 안산 식물원 삼월에도 다시 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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