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6. 8. 10. 18:40
2016. 8. 10. 18:40
물안개 아름다운 양수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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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아름다운 양수리 길에서/茂正 鄭政敏
이른 봄, 아직 나무에 새순이 올라오지 않았던 3월이었다.
흐린 차창 너머로 강이 보이는 길을 따라 양평으로 가고 있었다.
주말이라 행락객이 많을 법도 한데 비가 오고 있어서인지
교통량이 많지 않아 평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강변길을 가는 것은 그 길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있고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뿌연 물안개가
강을 따라 연기처럼 올라오고 있어 그 가운데 있는
버드나무가 더욱 황홀한 모습으로 보였고
강은 먼 꿈속의 이니스프리 섬의 전경을 떠올리게 해서
몽환적인 환상에 쉽게 젖게 했다.
목적 없이 이 길을 지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양평에 찻집을 개업한 시인님의 개업 행사에 가는 길인데
동행하는 두 분이 또한 시인이었다.
한 분은 인사동 시인으로 한 휘준 시인님이었고
또 한 분은 영혼의 떨림 같은 목소리로 시를 더욱
시답게 낭송하시는 송 연주 시인 겸 낭송가였다.
강이 내려 보이는 길을 가게 될 때였다.
가까운 곳에서 갑자기 물새가 포르르 날아갔다.
물안개가 낀 강가에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고
그 사이를 새가 날자 선경이 이런 것이려니 생각되었다.
희미한 먼 산자락이 더욱 멋지게 보이는데
송 연주 낭송가님이 갑자기 시집 하나를 꺼내 펼쳐들고
낭송을 하겠다고 하셨다.
이런 선경에서 낭송을 하고 싶으신 것이었다.
라디오 볼륨을 줄이고 천천히 운전하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선경이 아까웠고
낭송하는 목소리를 더 세밀하게 듣고 싶어서였다.
"몽돌해변에서/세이 하니/한 휘준
쉬지 않고 푸른 물빛 흔들어대는 그리움의 원천
다도해 돌고돌다 내 가슴에 파도치는 당신의
애절한 사랑이 더 큰 아픔으로 나를 때리며
바다의 시지프스가되어 밤낮 몽돌을 굴려 올립니다
안을 수록 다시 물결에 쓸려 멀어져 가는 안타까움
차르르 차르르 수없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끝없이 반복되는 아픈 사랑의 형별
바람의 언덕을 맴돌아 온 神話(신화)속 사랑이 울고 있다
너도 나도 가슴 한 켠 뭉그러져 몽돌되어 함께 흐느끼고 있다."
많은 낭송을 들었고 낭송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낭송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운전하는 옆자리에서 육성으로 듣는 낭송
고요하게 흐르는 안개와 강물도 분위기을 더욱 고취시키고
작은 차 안이란 것이 음성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하여
숨 쉬는 소리까지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그래서일까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낭송을 들으면서 일어나는 이런 감동은 처음이었다.
흐느끼는 영혼의 목소리 같은 빼어난
송 연주 시인 겸 낭송가의 목소리가 그랬지만
비오는 날 강가를 지나면서 듣기에 딱 알맞은
수채화 같은 한 휘준 시인님의 시도 그랬다.
더구나 주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안개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젖어 버렸는데
아름다운 목소리와 시는 너무 절묘하게 분위기에 맞아
나의 심금을 울리고 말았다.
삶에서 이렇게 감동받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 이런 경험을 자주 하고 싶다.
물안개란 말과 양수리 그리고 시낭송 이란 말만으로도
이날의 감동은 바로 살아난다. 언제나 그럴 것이다.
물안개 아름다운 양수리 /茂正 鄭政敏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 잊힌 기억
양수리에 갔던 추억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주도하여 갔던 것이 아니고
친구가 운전하여 간 차 안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른 새벽이었고 그 지점이 어디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고 생각한 양수리에 두 번이나 갔었다
물론 이번에 간 지점이 아닐 수도 있다.
이른 새벽 양수리 물안개는 분명 환상이었다
이제야 기억하고 그때의 친구들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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