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추억 25-웨스트레이크

빈 의자 2/무정 정정민 당신을 위해 오늘도 의자를 준비 했습니다 지나는 바람도 앉지 못하게 하고 작은 먼지라도 쉬는 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내 사랑 나에게 가장 소중한 당신이 앉아야 하니까 밤이어도 좋고 아침이어도 좋습니다 눈 내리는 날도 좋고 비가 와도 좋습니다 언제나 당신만을 위해 빈 의자로 둡니다 꽃피는 봄에 오시려는지요 향기 가득 안고 오실 것을 생각하면 벌써 이 겨울이 저만치 간 것 같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오시어도 됩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향기니까 꿈속에라도 오세요. *********** 웨스트레이크는 행주산성에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벌써 10년도 넘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로 소설가와 이곳에서 만났다 대추차를 시키고 한강을 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있었던 수많은 사연을 돌이켜 보았다. 절두산 양화진 장어집 친구들 모임 노을 속 양화대교 행주산성의 사계절 아내와 같이 거 어느 봄을 즐겼던 일도 여자 친구와 같이 가 풀꽃 팔찌를 만들었던 일까지 올봄에도 행주산성에 가보고 싶다 한강을 보며 차 한 잔도 맛보고 싶다

  

웨스트레이크(west lake) 산문 /茂正 鄭政敏 외진 강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었다. 들어가 보지 않고 아껴 두었다. 그 대신 주변을 샅샅이 구경했다. 그 집은 2층으로 되어 있고 일층은 식당 이층은 카페인 것으로 보였다. 실내는 알수가 없지만 강이 내려다보이는, 제법 분위기 그윽한 집으로 보였다. 외양은 갤러리 쉐브아 처럼 생겼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드는 집이었지만 자꾸 아껴두려는 내 마음은 따로 있었다. 나에게 맛있고 향긋한 차를 사 주실 분이 계신다면 이런 곳에서 대접을 받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대접을 한다 해도 이곳에서 해보고 싶다. 그러면서 낯선 집에서 만난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집은 뒤쪽으로 들어가는 문도 있는데 이층인 카페로 통하는 문 같았다. 들어가면 아마도 일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으려니 생각을 했다. 경사진 언덕에 지었기 때문에 앞으로 보이는 강은 일층이나 이층이나 다 같이 전망이 좋지만 뒤쪽은 경사면과 일층이 붙어 있어 이층만 밖이 보이는 집이다. 집 주변도 아주 잘 꾸며 놓았다. 정면의 우측과 좌측에 작은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파라솔을 놓아두었다. 공기가 차지 않는 저녁 이곳에 나와 차 한 잔을 한다면 강이 바로 코앞에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카페는, 누구라도 정이 들고 말 것 같은 분위기다. 탁자와 의자가 있는 곳은 아름다운 꽃들도 있고 큰 나무도 제멋대로 자란 모습이 그대로 유지가 되어 있었다. 지금 막 잎을 틔우니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한참을 있고 싶은 분위기다. 일층에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길을 집 앞에서 경사지게 해 놓았는데 그 길에 침목을 놓아 걸어가는 기분을 새롭게 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제주에서 나는 현무암을 깎아서 깔아 놓아 색다른 기분을 연출시켰다. 정면의 일층보다 더 아래로 조금 경사진 곳에 아주 작은 연못을 만들어 이층에서 물이 졸졸 흘러 내려와 작은 계곡을 연상하게 하였는데, 작지만 그 연못에는 고기를 풀어 운치를 더하게 했다. 지금은 계절이 봄이라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 만발한 꽃보다는 작게 피어 있는 꽃들이 어느 계곡에 온 느낌을 받게 했다. 만약 밤에 간다면 강이 주는 특별한 분위기에 물새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커다란 주차장과 아주 작은 공원이 곁들여진 곳은 바로 곁에 있는 작은 산까지 아담하고 조용하여 아무래도 내가 가고 싶은 새로운 장소로 선정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간 낮에는 섹소폰 연주를 하는 분도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과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분도 보였다. 예술가로 보이는 많은사람이 보여, 이곳이 예술과 무관하지 않음도 알 수가 있었다. 분위기 있고 한적한 카페를 알게 되어 행복하다. 저녁에 다시 꼭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정말 물새 울음이 들리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가을은 어떨까? 강물이 단풍에 물들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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