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0. 9. 18. 23:30
2010. 9. 18. 23:30
이츠마인
나의 집
시. 사진/茂正 鄭政敏
대궐처럼 크지 않아도 된다
창문을 열면 뜰이 보이고
뜰에는 작은 야생화가 보이면 된다.
내 차가 드나들 길이 있고
더러 날 사랑하고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달빛을 받으며 올 수 있으면 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작은 서재가 있으면 된다
집 뒤에 산이 있어
새소리가 들리면 된다.
잠 못 드는 새소릴 들으며
같이 외로워 하기 도하고
새벽에 우는소리에 잠에서 깨면 된다.
비가 오는 날에
빗소리가 들리면 된다
침대에 누워
아름다운 추억을 돌아볼 수 있게
가을 단풍도
한겨울 설경도
작은 창문을 통하여 볼 수 있다면
내마음의 정원
詩 寫眞/茂正 鄭政敏
사철 푸른 나무를 심겠습니다.
언제나 시들지 않는 싱싱한 잎이
금방이라도 파란 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구상나무를 심겠습니다.
당신이 날아와 쉬어 갈 수 있게
나무 사이에 작약을 심겠습니다.
붉은 꽃 하얀 꽃 피는 오월에
노랑나비 날아와 너울거리면
천사도 쉬어가고 싶은 곳
당신이 오고 싶어 견디지 못하게요.
정원 뒤쪽에 폭포를 만들겠습니다.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여
산새가 모여들면
물소리 새소리가 아름다워
당신이 찾아와 목욕할 수 있게요.
폭포 주변에 능금나무를 심겠습니다.
과실이 작아도 붉어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시큼하고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면
한 바구니 가득 담아 당신께 드리고 싶어서
어서 오세요.
구상나무 우거진
능금열매 익어가는
나의 정원으로.
무주 설천면 이츠마인 펜션에서/정정민
어느 해보다 더웠던 올여름
가족과 휴가를 같이할 수 없어 고민했다.
휴가 날짜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때 대전에 사시는 권사님께서
딸이 운영하는 무주의 펜션에 가겠느냐고 묻는다.
여름날의 한줄기 소나기 같은 말이다.
염치불구하고 불쑥 찾아간 나를
이츠마인 주인께서는 반갑게 맞아주셨다.
대전에서 교사로 봉직하다
노년을 공기 좋고 전망 좋은 곳에서
보내기 위해 준비한 펜션은
동화 속 요정이나 살법한 멋들어지고
기분 좋은 집이었다.
더구나 산기슭 맨 위에 있어
앞 창문으로 무주의 많은 펜션이 보이고
뒤뜰은 바로 소나무 숲이어서
위치도 천혜의 자연적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작은 텃밭도 있어 가지나 호박 옥수수 상추 고추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여 한번 방문으로도
평생 잊지 못하고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탤런트 뺨치는 아주 잘생긴 두 아들이
집 뜰에 참숯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있었다.
우리를 환영하는 의미였다.
무주의 산 공기 향기로운 곳에서
후한 인심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가족이
우리를 맞아 주는 것만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데
그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찬을 준비하여 주니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두 동의 펜션 중 가장 크고 편리한 곳에
우리를 재우는 주인의 배려도 즐거웠다.
숲에서 우는 새소리에 잠이 들고
다시 그 새소리에 일어나니
그동안 찌든 몸이 거뜬했다.
창문 사이로 보이는 전깃줄도 정겹게 보였다.
아주 특별한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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