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항아리/부천 옹기 박물관 3

할머니의 항아리 詩 寫眞/茂正 鄭政敏 항아리에는 쌀이 들어있다 절반이 조금 넘게 가득 채우지 않는 것은 또 다른 무엇을 채워야 해서 키가 크시지 않아 꽃 발 딛고 항아리에 손을 넣지만 손끝에는 쌀이 만져진다 그 쌀 속에 감추시는 것이 있다. 눈갈 사탕 그리고 감 마실 다녀오는 나를 은근하게 부르시고 쌀알 묻어나는 사탕을 주실 때가 있다 묵은쌀 냄새나는 사탕은 할머니 냄새도 따라온다 세월의 향기 달콤한 것만 있었던가 자식 사랑 탄식으로 보내고 그 자식의 자식을 눈물로 봐야 하는 짠한 마음도 있다. 세월이 흘러 빈 항아리만 남았다. 쌀만 채우랴 할머니가 그리운데 알사탕도 채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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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옹기 박물관 3 글 무정 정정민 항아리를 보면 고향 집이 그립다 이런 봄이면 햇볕이 먼저 들던 곳 된장과 장이 익어가고 고추장도 젓갈도 숙성되었던 곳이다 어머니는 날마다 장독을 닦고는 하셨는데 지금은 그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없어 어머니는 그리는 정이 가득하다 고향 집 광에도 항아리가 있었다. 이곳에는 쌀이 들어 있었는데 항아리에 쌀을 넣어 두면 쌀이 오랫동안 변질하지 않고 싱싱하게 보관되었다. 그렇다고 언제나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오래 싱싱하게 보관된다는 것이다. 이 쌀 항아리 속 쌀 속에 무언가를 감추어 두었다가 나에게 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항아리를 보면 할머니가 생각나는 것은 쌀독 속의 사탕이나 감은 유난히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주시던 사탕에서는 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쌀 냄새 할머니냄새도 같이 났다. 이제는 쌀독에서 사탕을 꺼내주시는 할머니가 계시지 않고 내 아이들도 그때의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성장했지만 그 시절의 그 할머니와 쌀 항아리 그 달콤한 사탕 맛은 그대로 그억된다 옹기 박물관에서 항아리를 보니 오래전의 그 일이 아련하게 생각났다. 문득 항아리와 독은 어떤 차일까 생각해 보았다 잘 알지 못하여 검색해보니 항아리보다 규모가 큰 것이 독이었다. 하지만 그 한계점은 내가 알 수 없었다. 무늬가 다르고 모양이 조금씩 다른 우리나라 여러 지방의 항아리를 보며 옹기에 대하여 단숨에 다 알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이 박물관에 다녀가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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