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노래방 연정 詩 사진/무정 정정민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남몰래 그리는 마음 수줍어 차마 말하지 못해 노래로 대신합니다 오늘은 직녀에게 애절한 가사 애타는 마음 바로 이내 심사 있는 힘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부릅니다 부를 때마다 내가 먼저 울고 있네요 알아주지 않아도 이렇게 부르고 나면 그 마음이 전달된 듯하여 혼자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잠시 붉게 물들다 이내 사라지고 마는 석양빛처럼 내 마음도 꽃 바람처럼 지나갑니다.

 

한밤의 데이트/무정 정정민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이다. 비가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시간에 어디든 가는 것은 삼갈 일이다. 나이도 있어서 눈이 밝지가 않기 때문에 어둠이 시야를 가리고 빗물마저 시야를 가리는 늦은 밤길은 운전하는 일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늦은 밤 시간에 서울을 벗어나서 한강변에 있는 자유로를 달리고 있었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실수하지 않도록 이정표를 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자칫하면 엉뚱한 곳으로 가기 싶다. 내가 가야 할 길은 행주산성이있는 곳이다. 서부간선도로에서부터 질주하는 차들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면서 자유로에 들어섰는데 그곳도 질주하는 차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늦은 밤시간과 빗속에서 나는 운전이 서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길을 부지런히 가고 있었다. 늦은 밤의 데이트 약속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만나지 않으면 큰일이 나거나 서로 그리워서 애가 터지도록 그리워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만나러 가는 나를 잘 알지 못하겠다. 사업상 만나야만 되는 것도 아니면서 늦은 밤의 빗속을 달리는 것은 도무지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그러나 약속을 했으니 가야한다. 나는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 왔으니 어기는 일은 너무 서툴다. 나를 부른 사장님은 늦은 시간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서 30분이면 족할 것이라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50분 정도가 걸렸다. 약속장소에 갔지만 그분은 없었다. 늦은 시간에 거리를 배회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는 그 시간도 분주하기만 했다. 음식점과 술집이 많은 곳이라 그랬다. 나와 약속한 시간에 다른 곳에 가실 일이 급하게 생겨 다소 늦게 출발을 하라고 했는데 내가일찍 도착을 하면 기다리겠다는 말을 한지라 서로 부담없이 나는 약속 장소로 그분은 자신의 일을 보러 간 것이지만 그분은 마음이 급하여 신호를 여러 번 위반을 했다는 말을 하셨다. 이렇게 만난 둘이는 곧장 노래방으로 가게 되었다. 두 번의 만남이라 얼굴은 알지만 어색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마음도 들었는데 소탈하시고 넉넉하여 잠시의 내 걱정도 사라져 버렸다. 둘이는 오붓하게 앉아서 무슨 노래를 할 것인지 의논 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사랑의 기도" 였다. 그런데 노래방 기계에서 나오는 반주가 너무 커서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목이 아프도록 불러 봤지만 여전히 형편없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넉넉하신 사장님은 잘한다는 박수를 빼놓지 않으셨다. 여자이면서도 남자의 노래를 주로 하셨다. 철학이 담긴 노래를 하셨고 슬픈듯한 노래를 선곡하셨다. 내가 아는 노래가 대부분이었지만 알지 못하는 노래도 있었다. 가사에 신경을 쓰면서 노래하는 모습과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내 느낌도 소중하게 간직했다. 얼마나 불렀는지 모른다. 시간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래 중간 중간 대화를 하면서 이어진 시간은 묘한 즐거움이었다. 이런 일은 내 평생에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늦은 시간에 노래방에 있어본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남자친구와도 가족과도 혼자라도 있었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사장님과 한밤의 데이트는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살아가면서 기묘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한밤의 데이트가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통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늦은 밤에 노래방에 갈 생각을 한 발상이 독특하기도 하지만 잘하는 노래도 아니면서 무슨 노래에 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둘이서 웃고 노래를 불렀으니 얼마나 맹랑한 일인가. 평소에 자주 만나서 이렇게 해 보자고 한 사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몹시 그리워하면서 만나기를 열망한 사이도 아니다. 사춘기적 발상을 할 나이도 지난 우리는 너무 엉뚱하게 늦은 밤에 노래방 데이트를 한 것이다. 아내에게 같이 갈 것을 권유했는데 아내는 피곤하다고 혼자 가라고 해서 결국 단둘의 데이트가 되어 버린 셈이다. 뉴스거리는 아닐지라도 일반의 상식으로 남과 여가 늦은 밤에 만나서 노래를 하는 것은 신기한일이다. 이런 경험이 없지만 매우 독특했다. 자꾸 웃음이 난다. 철없는 아이들처럼 웃기를 반복했다. 노래로 힘든 배를 설렁탕집에서 채우면서 높은 빌딩 숲의 중간쯤에 있는 식당유리창으로 텅 빈 거리를 보는 재미도 남달랐다. 자극적인 만남은 아니었을지라도 삶의 이야기는 순간순간계속되었다. 주로 친구들의 이야기였지만 이런 만남이 없었기 때문에 이 만남 자체가 평생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 늦은 밤에 가로등 불빛을 보게 되면 노래방과 설렁탕집 생각이 그 사장님 얼굴과 같이 떠오를 것이다. 만남, 그것이 이벤트다. 같이 노래해 보는 것이 특별하지 않는가? 누가 노래를 못하는지 알기 위한 만남인 것처럼 여겨졌어도. 05 4 20

'시인 정정민 >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여자 2  (0) 2017.11.18
소요산 가는 길  (0) 2017.10.30
향기로운 말  (0) 2017.01.21
가슴에 적고 싶은 전화번호  (0) 2016.12.08
우체통이 있는 풍경-영종대교 휴게소  (0) 2016.09.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