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말/무정 정정민 "아프지 마세요." 이 말을 오래 기억하고 있다. 내 귀에 향기롭게 들렸기 때문이다. 무척 기분이 좋았다. 정말 병이 나아 버린 것 같았다. 나를 걱정하여 주는 말이 기분이 좋았다. 가져주는 관심이 행복하게 한 것이다. 너무 간단한 말이지만 꿈꾸는 봄날의 꽃향기 같기만 하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 마주친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을까. 다정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해서 무조건 기분이 좋았을까. 짧지만 진심 어리고 애정이 어린 말일 때 그 말은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내가 신뢰하고 내가 아끼는 사람이 나와 같은 감정으로 그런 말을 할 때 그 말은 신묘한 약처럼 들린다. 사랑으로 하는 말. 정감 어린 말. 나에게 소중한 당신은 아프면 안 된다는 말 그 말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몸에서 신비한 힘이 생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너무 고맙다. 세상의 말은, 단어적인 뜻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마음으로 전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고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도 중요하다. 아프지 말라는 단순한 말 한마디가 나를 아프지 않게 하는 기도가 되었다. 한마디 말로 천 냥의 빚을 갚았다는 말. 한마디 말로 살인을 했다는 말 한마디 말로 사람을 살렸다는 말 수 없이 들었다. 말에는 분명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아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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