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필 무렵엔 비가 내렸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능소화 필 무렵엔 비가 내렸다
담벼락을 올라가는 덩굴 사이
자주색 꽃이 달려
바람에 파르르 떨면
이내 눈물 같은 비가 내렸다
초로의 작가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비를 보면서도
창문을 곧 닫지 않았다
습기 진 바람이 좋았다
빗소리가 좋았다
꽃처럼 웃던 사내
젊은 사내가 찾아왔던 때가
능소화가 만발하고 비가 내리던 날
자두가 하나둘 낙과 하던 때였다
강화도 해변의 파도소리
관곡지 연꽃
찻집 해주에서 나누었던
자연과 문학에 대한 이야길
하루가 다 가도록 대화했던
그 황홀한 일이 생각나
능소화가 피면 비가 내렸다
지금도 마음속에는 비가 내린다
창문은 여전히 열려있다.
능소화/옮긴 글
금등화, 金藤花, 자위화, 타태화, 墮胎花, 능소화나무, 대화능소,
뇨양화, 양반꽃 trumpet creeper ,凌霄花
학명 Campsis grandiflora (Thunb.) K. Schum.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심어 기르는 덩굴나무이다.
길이는 8-10m쯤이며, 곳곳에서 공기뿌리가 나와
다른 물체를 붙잡고 줄기는 덩굴진다. 잎은 마주나며,
작은잎 5-9장으로 된 깃꼴겹잎으로 길이 10-20cm이다.
작은잎은 난형 또는 난상 피침형, 길이 3-6cm, 폭 1.5-3.0cm,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피며 새로 난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고
지름 6-7cm,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이다. 열매는 삭과이며,
기둥 모양, 2개로 갈라지고 9-10월에 익는다.
민가 주변에 관상용으로 식재하며, 꽃은 약용으로 쓴다.
능소화 피던 집/무정 정정민
비가 내린다
그 비를 능소화가 맞고 있다
그러면 목을 겨우 가누고 있던 능소화는
툭 하고 통째로 떨어진다
능소화가 누워있는 길은
꽃길이 된다
습기 진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래된 단독주택의 문이 열려있다
열린 문 저쪽에 글을 쓰는 작가님이 보였다
희끗한 머리가 현기 넘치게 보인다
노크하지 않았어도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어서 들라고 하신다
그리고 쓰시던 작품에 대한 이야길 시작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또 능소화가 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더욱 신바람이 나
마치 소나기 같았다
능소화가 피면 비가 내렸다
그리고 능소화가 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그 집이 생각난다
비가 와도 창문을 닫지 않았던
오래된 단독주택과 그 안에서
글을 쓰시던 작가님
오늘도 비가 내린다
그 집이 생각난다
여전히 글을 쓰시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