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3. 12. 1. 08:52
2013. 12. 1. 08:52
왕송호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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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송호수旺松湖水 3 (겨울 애상哀傷)
詩 寫眞/茂正 鄭政敏
꽁꽁 얼어버린 호수
찾아온 철새도 슬프다
잎 진 버드나무 사이로
하얀 눈이 내린다.
한여름 꽃향기 같았던
눈빛 고운 여자
이곳에 만나 새처럼 노래했다
호수 물결처럼 속삭였다.
물안개 자욱하던 유월 새벽
안개처럼 사라지고 말아
갈대꽃 피면 오려나 했다
붉은 노을이 지고 새하얀 달이 뜨면
소리 없는 안개처럼 오리라 했다.
속절없는 세월
그 가을 가고 또다시 갈대꽃도 졌다.
앙상한 나무 얼어버린 마음에
흰 눈이 내리는데
그녀는 여전히 침묵한다
꽃 지고 사라진 향기처럼
시간의 강은 흐르고 흘러
기다림이 고목처럼 퇴색하는 줄 알았는데
혼자 지우지 못한 멍
고목 속에서 더 선명하다.
겨울 호수에서
글 寫眞/茂正 鄭政敏
찬바람 불어도 그리움은 움츠려 들지 않는다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흰 눈이라도 내리면 금세 꽃처럼 피어난다
어느 사이 향기가 되어 나에게
그 근원을 찾아가게 한다
그곳은 호수였다.
만남이 있어 좋았던 곳
철새와 꽃향기와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달빛도 좋아 봄바람도 좋아
가만가만 호수를 거닐지 않았던가
그곳에서 그녀는 떠나갔다
올 때는 꽃향기로 갈 때는 안개로
그래서 잊히지 않는 곳이 되었다.
한겨울 앙상한 나목만 남아 있는 호수에 이르니
호수는 꽁꽁 얼었고
마땅히 자맥질 할 곳을 찾지 못한 철새가
귀퉁이 작은 물가에서
원망하듯 언 호수를 보고 있었다.
그 호수를 걸어보며
수많은 회상에 잠겼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며
또 살아갈 시간도 다시 이런 아름다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환상에 젖었다.
누구나 인생길이 늘 꽃피는 봄이길 바라지만
어느 사이 그 시절은 가고
눈 내리는 겨울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다시 꿈을 꾸는 것이 인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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