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 수목원 4 금불초金佛草
  

우연 같은 인연 하나 詩 寫眞/茂正 鄭政敏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일이 있을까? 길가에 초라하게 피운 꽃 한 송이에도 수많은 사연이 숨어 있듯이 나에게 일어나는 일 우연 같은 인연 하나 있다. 작고 볼품 없어도 밤마다 달빛이 내려와 향기를 만들고 바람은 어느 곳으로 향기를 날라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 날아왔다. 꽃과 나비의 조우가 우연이라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수억의 시간 속에 수많은 꽃과 나비 중에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도 꽃이었을 것이다. 향기가 많지 않은 색이 곱지 않아 아름답지도 않은 초라한 길섶에 피운 꽃이었을 것이다. 눈이 밝고 마음 고운 나비는 다정하게 날아와 입맞춤 하네 멈추지 못할 미소와 향기는 나비가 날아와서 더 밝아지고 그윽해진 꽃이 되었다.

  

금불초/무정 정정민 꽃이 오래 피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어느 계절에 잠시 피고 사라진다. 그래서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이라 했을 것이다. 화훼기술이 발달하여 꽃을 오래 지속시키고 또 그렇지 아니할 경우 온도나 습도 생장 특성을 살려 꽃이 지속적으로 피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하여도 대부분 일정 기간 피고 지는 것을 봤다. 이것이 생성의 원리며 우주의 이치일 것이다. 수많은 꽃을 보며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게 피고 때를 맞추어 필까 누군가 꽃에 싹이 날 때가 되고 필 때가 되고 이제 시들 때가 되었다고 알려 주는 것일까 아니면 계절의 민감한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자신의 필 때를 알아내는 것일까 아무튼, 자신의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모습은 아주 심각한 환경이 아니라면 늘 그 모습으로 천만 년을 지속한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라 한다면 사람의 생명도 역시 이 법칙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생자필멸 生者必滅 이라 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태어날 때가 있고 그것은 반드시 다시 절멸하는 것이다. 나도 이 법칙에서 생의 중간을 넘어섰다고 본다. 꽃이 머지않아 그 화려한 축제를 끝내듯 내 생명도 축제를 끝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더 잘나고 더 잘 살고 더 많이 알아 무엇할까 결국은 한 줌 흙으로 가는 것을 금불초는 부처를 어떻게 닮았을까? 부처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것이 무 無라 했던가 허망하여 절망할 수밖에 없는 무가 아니라.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의미일까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으로 지나쳐 흘러가듯 그렇게 무심 無心 하여 마음의 평온을 누리라는 것일까 금불초를 보며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언제던가 금불초를 보며 쓴 글이다. 내가 쓴 글이지만 다시 보니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영상과 수많은 생각들이 스처가는 것이리라 이렇게 사진이나 글로 남겨두면 오래전 나에게 있었던 일을 다시 돌아 보게 되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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