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해당화 시. 사진/茂正 鄭政敏 보내지 말걸 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어찌 바보처럼 보내고 말았을까 보내고 후회하지 않는다면 보낸 것이 무엇이 잘못일까 보낸 뒤에 후회할 줄 도무지 몰랐다니 바보 내 누님 떠난 뒤 나는 홀로 남아 하염없이 바다만 보았다 행여나 돌아올지도 몰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야속한 세월은 파도 따라 자꾸 멀리 사라지고 삶의 가치마저 잃어 날마다 지치고 야이워가다 이제 죽어 꽃이 되련다. 그리움의 화신 해당화로 -단둘이 살던 누님을 궁궐로 보내고 홀로 그리다 지쳐 죽어 해당화가 된 남동생의 사연-

  

꽃이 그리운 날에는/무정 정정민 그립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 있지요 그리운것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향산천이 그리울 수 있습니다 정든 집이 그리울 수 있습니다 어린 날 즐겨 먹던 추억의 음식이 그리울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철따라 피어나는 꽃들이 그리울 수 있잖아요 이때 쯤에는 해당화꽃이 그립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하게 소담스럽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지요 더구나 가시가 있어서 가까이 가기는 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꽃이 자꾸 보고 싶어지는 것은 어렸을 적에 마을 입구에 그 해당화가 있었지요 가면서 보고 오면서 보고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그 꽃은 너무나 익숙하여 그냥 단순한 꽃이라기 보다는 고향같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에 가시가 그대로 있지만 그 사이를 분주하게 넘나들던 참새들이 생각나고 가을이면 그 가지에 걸쳐진 벼짚이 생각납니다 이때쯤이면 꽃이 피고 그 꽃속에 벌들이 들락이던 모습 한잎 두잎 붉은 꽃잎이 지고 나면 씨알 굵은 열매가 연두색으로 달리고 점점 굵어지면서 노란색으로 그리고 마침내 붉은색으로 변화하는 열매를 보기도 합니다 열매가 너무나 이뻐서 손이 가는 것도 도리가 없지요 가시 때문에 찔리기도 하지만 매끄러운 열매가 좋아서 그 색이 좋아서 따곤하지요 열매를 입으로 깨물면 약간 달긴 하지만 요즘 과자처럼 달진 않습니다 이 처럼 많은 추억이 있는 해당화가 그립지 않을 수 있나요 소래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소래 포구 부근 수도권 해양생태공원에 가면 그 해당화가 얼마나 많이 웃음짓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꽃을 통하여 차라리 고향을 본다는 것이 맞을것 같습니다 긴 둑길에 가득 피어난 해당화를 보면서 한참을 가노라면 해당화 사이사이 새들은 와서 사랑을 노래합니다 꾀꼬리가 아닐까 생각을 하는데 그곳에는 아리리스 아름다운꽃도 같이 있습니다 같이 우뚝 서 있는 아카시아가 은은한 향을 풍기면 찔레꽃도 지지않으려고 향을 내놓지요 이 길을 가는 것은 행복입니다 잎큰 쑥들을 보면서 아내와 같이 왔던 생각이 납니다 푸른 물을 손끝에 묻히면서 같이 뜯던 쑥들이 보이고 가을에 들국화 같이 꺾었던 기억도 납니다 오늘은 아들과 같이 왔지만 내 삶에서 이 처럼 꽃을 보는 것은 얼마나 호사인가요 부르지 않았어도 찾아온 새들과 나는 서해바다가 사라진 자리에서 행복을 줍고 있잖아요 고단한 소금밭에 흘린 염부들의 고통을 생각해 보긴 하지만 지나버린 시간들을 아쉬워만 하기는 너무나 낭만처럼 보이는 이곳이 사색을 하기는 참으로 조용하고 한적합니다 가끔은 찾아와 계절을 보고가는 곳 꽃이 그리울 때도 오지만 사람이 그리울 때도 찾아옵니다 답답하여 가슴이 터질것 같은 기분이면 소금결정을 기다리는 늦태밭에서 작은 알갱이 소금을 봅니다 물을 보내야 생기는 소금보석처럼 내 통한을 보내고 나면 반짝이는 행복을 보기 때문이지요 비오는 날에도 가고 바람 부는 날에도 가고 눈이 올때도 찾아가지만 햇살 부신 여름에도 갑니다 시꺼먼 뻘밭에 발을 담그고 싶기 때문입니다 꽃이 피는 날에는 더욱 가고 싶지만 꽃이 져도 추억을 주을 수 있어서 갑니다 -10년 전 해당화가 그리운 날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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