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푸른수목원 9 청갈대 울음
  

청갈대 울음/무정 정정민 갈대가 운다 사그락사그락 옷을 찢어가며 운다 무슨 서러운 사연이 저리 많아 밤을 새울까 호곡하는 물새 소리 촉촉촉 저항동지에 울음소리뿐이다 어느 해 여름 남편을 여읜 한 여인이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물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마을 사람의 전언이 사연일까 바람 불면 청갈대는 더욱 크게 운다 물 울음 소리마저 듣지 못하게

 

항동지 3/무정 정정민 항동지에는 고기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낚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낚시를 금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갈대숲이 무성하고 연도 많아 갈대숲 어디선가 물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물닭이 산다면 분명 물고기도 많을 터 맑은 호수는 하늘까지 담고 있어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호수를 지나 호수 옆으로 난 철길을 걸어 보았다 오류역에서 어디로 연결된 철길인지 모르겠지만 이 철길에 철길 자전거를 설치한다면 나도 타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집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집에서 천왕산을 넘고 이 항동지에 이르면 얼마나 좋은 산책코스가 될까 거리상으로 2킬로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차로 가면 더욱 쉽게 접근이 되니 머지않아 좋은 쉼터가 하나 더 생기는 격이니 내 삶도 그만큼 행복하여지는 것이리라 어서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윗글이 써진 지 1년 정도 되었을까 그보다 조금 더 되었는지 작년 가을에 쓴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갈대가 꽃을 피운 때에 쓴 글이다. 작은 사진이 그때 찍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 푸른 수목원이 이 항동지에 생긴 것이다 이제는 항동지로 불러야 할지 푸른 수목원 호수로 불러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이곳에서 매년 사망사고가 생겼다고 한다 남편을 잃은 여인의 한이 서린 곳이리라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삶의 경계를 떠나버린 사람들의 명복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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