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3. 8. 1. 21:35
2013. 8. 1. 21:35
월미도 4 월미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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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계단/무정 정정민
오라는 이 없고
가야할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하늘이 가장 높은 때를 택하여
계단을 오른다.
한 계단 그리고 열 계단
벌써 무릎이 팍팍하다.
수백 계단은 될 것인데
시작부터 힘드니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잠시 쉬고 둘러보니
발아래 것들이 하찮다.
쳐다보던 것이 눈 아래 있으니
우쭐한 마음 절로 생겨
없던 힘이 솟는다.
이렇게 오르는 이유를 찾고
백 계단 백오십 계단
숨까지 턱에 찬다.
눈 아래 것들이 더 작아 졌는데
마음은 밝지 않다.
기왕 시작한 것
오르고 올라 보니
끝이 보인다.
이백구십 나머지 하나 이백구십일
하늘은 여전히 그 높이
나는 작고 초라한 한 사람
겨우 삼백도 안 되는 계단을 오르며
회의와 포기 절망과 탄식
그래도 다시 오르려 한다.
오라는 이 없어도
올라야 할 분명한 이유가 없어도
계단만 있다면
하늘로 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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