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수목원 1

맥문동 꽃/무정 정정민 최근에 알게 된 작은 호수에 자주 가고 있다. 걸어서 빙 둘러본다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릴 것 같고 차로 돈다면 10분쯤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곳이 마음에 드는 것은 물새가 많 이 살고 있고 호수 주변에 야생 꽃들과 풀들이 잘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한층 더 마음에 드 는 것은 주변을 잘 정비하여 꽃과 나무를 심어 놓고 앉아서 쉴만한 의자도 놓아두었기 때문 에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의자에 앉아서 호수를 거쳐서 불어오는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 가는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 풀을 눞이고 새들의 깃털을 흔드는 미풍이라 할지라도 이런 곳에서 느끼는 기분은 참 좋은 것이다. 수양 버드나무와 물속에 자라고 있는 붓꽃잎이 보기 좋다. 낚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고 물가를 걸어보는 것도 즐거워 그 호수를 알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지만 여러 번을 가게 되었다. 문득 얽히고 설킨 문제가 머리를 아프게 할 때도 그곳에 가 있는 나를 보기도 했다. 아직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꽃 들도 피어나서 그 꽃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자색코스모스도 여러 송이 피어있는 것을 봤 다. 그런 중에 약간 그늘진 나무 아래 심어진 맥문동을 보게 되었다. 이 맥문동은 어려서부 터 대나무밭에서 봐 왔다. 다만, 이 이름을 알지 못하여 어쩌면 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최근까지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꽃을 조금 먼 곳에서 본다면 너무 아름답게 보여서 저 꽃 이 무엇일까 하고 관심을 가졌다. 보라색 꽃이 피어나면 화려하지 않은 그 꽃은 나를 자꾸 자신 가까이 다가가게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모르고 그 친구가 아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늘 궁금하던 것을 해결하여 늘 그 꽃을 보면 그 친 구 생각이 절로 난다. 구름산 한 음식점에서 여름이 가는 시점에서 본 기억이 난다. 고추잠자리가 그 위에 맴돌고 그 꽃은 아름답게 피어나 나를 너무 기분 좋게 했다. 환한 대낮보다는 해가 지는 저녁 무렵 에 더욱 아름다운 꽃. 대방동 철길 옆에서도 봤고 광명시 아파트 단지에서도 봤다. 꽃이 진 자리에 파란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는 결국 까맣게 변하는데 그때 그 열매를 따서 말랑거리 는 곁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 속에 있는 열매가 너무 단단하여 목걸이를 만드는 것이 이것 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른 감이 있는 그 꽃망울을 이 호수에서 보게 되었 다. 아직 뿌리를 잘 내리지 않았는데 다른 맥문동은 꽃을 피울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그놈 만 꽃망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세하게 보면 맥문동 꽃 색도 자색과 보라색 등이 있는 것으 로 보였다. 나는 보라색을 좋아한다. 꽃 안개 같은 느낌을 받는 그 꽃이 피어나면 꽃이름을 말해주던 고운 친구 얼굴이 생각난다. 아름답고 친절하여 같이 있고 싶었던 친구다. 꽃망울이 하얀색이었다. 피어나면 하얀 꽃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했다. 완전히 하얀색이 아 니라 보라색을 띠고 있는 하얀색이었으니 피어나면 아주 고운 보라색 꽃이 작게 피어나라. 그 꽃망울을 보고 온 지가 며칠이 지났으니 지금쯤은 피어나 흔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이 글을 쓰는 이 시간에 당장 가보고 싶어진다. 차로 간다면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 리니 간다면 갈 수도 있는 거리다. 그 고운 꽃에서 늘 친구를 생각한다. 시골집의 대밭을 생 각한다. 맥문동꽃은 가까이 있어서 늘 보고 있지만 그 이름을 몰라 궁금했는데 그 이름을 말 해준 친구가 이 꽃을 볼 때마다 생각난다. 어떤 꽃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 꽃은 꽃이름을 가르쳐준 친구가 생각난 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 꽃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하 면 귀를 기울여 줄 사람이다. 코스모스 피어 있고 새들이 드나드는 작은 호수. 작지만 곱게 피어있을 맥문동꽃이 이 밤에 생각난다. 내일은 그 호수에 가서 그 꽃을 보고 와야겠다. 작 은 꽃이 이처럼 안부가 궁금한 날도 있다. 아마도 그리움인가보다. 꽃 속에 숨어 있는 친구 가 그리운가 보다.

열매 숲/무정 정정민 아직도 덥지만 숲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기억하는 숲은 먼 곳에도 있고 가까운곳에도 있다. 무척 더운 때는 멀리 보다는 가까운 곳이 좋겠다 싶어 인천 대공원 숲으로 갔다. 계절이 바뀌면 숲속에서 변화가 생겨 그것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아직 한 여름 같은 때였지만 인천 대공원 수목원에는 이미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양한 열매가 화목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멀지 않아 가을이 오겠다 싶었다. 점차 가을의 모습이 보일 것 같아 가을이 보고 싶다면 자주 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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