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향기 수목원 201308-4 소나기

먹장구름 시 사진 / 무정 정정민 금방 비라도 쏟아 놓을 저 기세 마음이 자꾸 급하다. 마당에 널린 고추가 걱정 장군바위 아래 서당골이 어두워 집으로 향하는 내 발길 어지럽다. 듬멀둥에서 오백 미터 그 길이 십리 같을까? 송정을 지나 벽유정인 우리 집 후두둑 방앗간 양철 지붕이 요란하다. 방앗간 지나 작은 개울 발은 더욱 빨라지는데 전방 옆 탱자나무에 참새가 시끄럽다. 이제 마지막 집앞에 있는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내 가슴이 쿵쿵 젖은 사립이 외롭다. 끊어질 것 같은 허릴 참고 뜨거운 태양 볕을 견디며 오동통한 고추를 따서 그 빛깔 같은 햇살에 말리는데 이 무슨 장난인가 투명한 고추의 붉은빛 아내의 새색시 적 다홍치마였는데 내 연모의 정 같았는데 먹장구름 장난에 기진해 가로누웠다.

물향기 수목원 4 소나기/무정 정정민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길었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했다 불볕더위를 견디는 일은 비가 제격일지도 모르니까 잠시 비긴 날의 오산 물향기수목원 산책 주차장 좌측 매표에서 시작하여 작은 산을 하나 넘고 물방울 식물원까지 대부분을 구경했다. 이제는 메타쉐커이어 숲으로 향하는 습지원으로 향했다. 데크길 양옆으로 푸른 수생식물이 보기 좋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펴고 키 큰 메타쉐커이어 숲으로 들어서자 큰 나무 아래라 그런지 빗소리만 요란하고 가는 길은 아직 비가 도달하지 않아 좀 더 진행했는데 어찌나 비가 거세던지 숲이 어두웠다. 다음에 구경하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바람도 세차고 비도 거침없이 내려 우산을 쓰고 있어도 하반신은 다 젖고 말았다. 신발에서 물소리가 났다. 이렇게 특별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은 무언가 많은 것을 충전한 기분이었다.

비 오는 날의 여행 글 정정민 가벼운 여행이라면 비 오는 날이라고 거부할 필요가 없다. 비가 오면 행동의 자유가 속박당 하기는 하지만 산천초목이 비를 맞아서 더욱 싱그러워지고 산뜻하여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보기 좋다. 더구나 차를 타고 가면서 주변 경계를 본다면 그 맛도 보통이 아니 다. 동행이 다정한 사이라면 오히려 비 오는 날을 택하여 여행해 볼 수도 있다. 차창으로 수 도 없이 떨어져 내리는 비가 오히려 낭만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희뿌연 빗줄기 사이를 달 리는 기분은 마치 꿈속에 나타날 어느 궁전으로 찾아가는 행복한 환상에 젖기도 한다. 이런 날은 음악도 참 기분 좋은 날이다. 서둘러 운전하지 않고 가볍게 움직이다가 분위기 있는 찻집이 보이면 서슴없이 들어가 보는 것이다. 이때 우산을 사용하지 않고 잠깐이라도 비를 맞아 본다면 그것도 보통 즐거움이 아니다. 비를 맞고 나서 칙칙한 기분이 생겨서 비를 맞기 싫지만 조금 더운 날은 몸의 온도를 식혀주 기 때문에 오히려 비를 맞아 보고 싶은 생각도 난다. 사실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은 비를 맞 아 무척 기분이 좋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하늘에서 폭우로 쏟아지는 비를 옷을 다 벗고 맞 아본 적이 있다. 이때 빗줄기가 몸을 때리는 기분은 참 좋았다. 어루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마사지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마를 받는 것 같기도 하여 마구 뛰어다니고 싶었다. 외 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더러 이런 기분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드물게 듣기도 했다. 산골에 사 는 젊은 부부가 소나기가 내리는 날 서로 옷을 다 벗고 비를 맞았다고 하는데 그 기분을 뉘 라서 알까 하고 고백한 내용이다. 어느 여류작가도 그런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이런 것 은 비에 한정하여 생각할 것만 아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온전히 나체가 되어 바다 앞 에 서보면 이상한 자유가 느껴진다. 나도 아주 어릴 적에 그런 자유를 누린 것을 기억한다. 비는 참 많은 상상과 추억을 불러 오기도 하는데 빗속을 달리다 보면 길섶의 많은 풀이 춤 을 추는 것 같기도 하지만 요즘 특히 많이 피어 있는 접시꽃과 망초가 보인다. 접시꽃은 그 래도 꽃이 커서 제법 눈에 띄기라도 하지만 망초는 너무 흔하고 작아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그 흔한 망초가 늘 눈에 보인다. 바로 관심과 사랑으로 보 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여행길은 목적지가 진천이었다.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는 마구 쏟아지다 어느 지역에 가면 가랑비처럼 내렸다. 어쨌거 나 비가 내리는 개천물도 보고 산등성이에 걸려 있는 구름도 보는 재미는 비 오는 날이 특 히 좋았다. 꼭 가야할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여행이 목적이라면 바람만 부는 날도 햇 살이 고운 날도 비 오는 날도 분명 재미가 각각 다르다. 그러나 그 중에도 비 오는 날은 정 말 좋은 여행이 된다. 찻집이 아니라 하더라도 길옆에 서 있는 자판기에서 차를 빼내어 차 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를 듣고 보면서 마시는 기분은 누가 알기나 할까. 노천카페의 특별한 기분이다. 어디서나 흔 하게 볼 수 있는 풀이고 꽃이라 하더라도 비 오는 날은 모두가 의미가 달라진다. 친구가 그 립기도 하고 형제가 생각나기도 하고 고향이 생각나기도 한다. 비와 관련되어 특별한 사연 이 있다면 비 오는 날이 유난히 좋은 사람도 있다. 비가 오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과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 있는데 이상하리만큼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 지는 것은 비가 주는 어떤 속박이 나에게는 안정감으로 다가서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비가 오는 날은 많은 사람이 쉬기 때문에 농촌에서 태어난 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런 생 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이기는 해도 비 오는 날은 농촌풍경이 보고 싶어서 산골 풍경이 그리워서 혼자 운전하면 서 들길과 산길로 다녀 본적이 있다. 사람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냥 좋기도 하다. 외진 길에 주차하고 가만히 풀숲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거나 차 안에 누워서 빗소리를 들어도 좋다. 그 것도 싫증나면 책을 읽기도 했는데 이번 진천으로 가는 여행길은 내가 조수석에 앉아 있었으 니 무척 편했다. 나는 바라보고 싶은 곳을 보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참 아쉬운 것이 있 었다면 시력이 많이 나빠져서 더 세밀하게 주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진천에 도착하니 도시 전체가 비에 젖어 있었다. 작은 물방울이 도시 전체를 가릴 듯이 퍼 져 있는 모습이 오히려 커다란 어떤 성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사람을 만나러 가긴 했지만 진 천 시내가 아니라 외곽인지라 도심을 관통하는 기분은 좀 색달랐다. 거대한 서울에 비교하 여 조용하고 작아서 오히려 친근감이 서는 도시는 비가 주는 오묘한 기분이 겹쳐서 마치 친 구가 어디선가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길을 몰라 헤맸던 것까지도 오히려 기 분 좋은 진천은 비 오는 날 더욱 정겨운 도시였다. 앞으로 비 오는 날은 진천이 더욱 그리울 지도 모르겠다. 참 많은 저수지를 봤기 때문이다. 낚시하는 사람과 그 저수지 부근의 찻집 에 그리고 식당에서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맛을 다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기 때문 이다. 진천의 여행은 비 오는 날이 나에게 더욱 그리운 날이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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