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의 바다

닻 시 사진 / 茂正정정민 고요한 아침바다 밝은 해가 솟고 갈매기 한가하던 임진년 반세기도 훌쩍 더 지난 그때 나의 출항은 순조로웠다. 먹을 것 입을 것도 충분하고 잠자리도 편안하여 걱정근심 조금도 없었지만 태양이 정오를 알리기도 전에 어디선가 요란한 태풍이 불어와 흔들리는 배를 진정시킬 수 없었다. 부서지고 찢긴 상처투성이 배는 낯선 항구에 머물며 고장 난 곳을 고치고 찢긴 곳을 보수하여 다시 출항 반세기도 넘는 항해를 계속 이제는 너무 낡아 운항도 조심해야 한다. 어디에 닻을 내릴까 출항했던 곳은 사라진 포구 새로운 정착지를 찾으며 두리번거린다 내게 허락된 정박지는 어딘가 이제 고단한 뱃길을 쉬고 싶다. 단단한 닻을 영원히 내리고 싶다.

  

아침바다/무정 정정민 어느 해던가 10년도 훨씬 넘었던 날 새벽에 강화도에 간 적 있다. 새벽 바다를 보고 싶은 것이 이유였다. 많이 다니던 곳이었지만 그날따라 무척 멀게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 가는 이른 시간이라 그랬던 것 같다 막상 가서 보니까 외로움이 더 커갔다 쓸쓸한 바다 아는 사람 없는 거리 혼자만의 여행이 그런 기분을 만들어 냈다. 그냥 돌아오기는 멋쩍어 선두리 횟집으로 갔다 대부분 문을 열지 않은 가게 중에 한 곳이 이른 장사를 시작하고 있어 숭어회를 주문했다. 당시 만 원어치를 시켰는데 혼자 먹지 못했다 결국 포장해서 집에까지 가지고 왔다. 꽤 오래된 일인데 그때 일이 생각난다 나이가 더 들어 혼자만의 여행이 또 생기면 그때도 외로움이 생길까에 대한 의문이다. 당시의 숭어회는 정말 맛이 좋았다. 펄에서 나는 숭어이기도 하지만 겨울 숭어가 맛이 좋기 때문이다. 문득 아침 바다를 생각하며 오래된 시연하나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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