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촌 1
  

초가지붕 詩 寫眞/茂正 鄭政敏 허연 보름달이 놀다 가는 곳 참새 무리 지어 앉았다 가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 굼벵이는 여름날을 기다리는 곳 흰 눈이 펑펑 내리면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다 받아주던 고드름이 낭만적인 지붕 머리 삭아 부스러져도 가슴에 품은 것은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곧 여름이 오리라 믿어 그저 묵묵히 세월을 켜켜이 이고 있다 여름날의 박꽃을 사랑하여 안고 애지중지 별빛까지 모아 키우지 않았던가 가슴저리는 고통 속에서도 기어이 키우고야 말았던 그 사랑 노란 호박꽃 푸른 나팔꽃이 찾아오면 한여름의 모진 더위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저 날 의지하여 하늘로 오르라 했다 그런 너를 사랑했다 불평 없는 너를, 사랑만 있는 너를 사랑해 가을마다 마람으로 덧옷을 입혔지 상투자리에 용마람까지 올려 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답게 꾸몄지 찬바람 이는 이 저녁 내 조부모, 내 부모가 사랑한 너를 나도 사랑한다. 마람:이엉 용마람: 지붕 맨 위에 올리는 이엉

초가지붕/무정 정정민 내 고향 집에는 초가가 있었다 헛간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ㄱ 자로 생긴 헛간은 사립문에서 청죽 밭까지 연결되었는데 청죽 밭과 맞닿는 곳에는 호박이나 박을 심어 올렸다. 대밭과 가까운 이 지붕에는 수많은 참새가 놀다 가기도 했다. 달 뜨는 밤이면 유난히 검게 보이던 지붕 그 위로 초승달이 빼꼼하게 보이기도 했었다. 흰 눈이 내리는 날은 지붕은 말없이 모든 눈을 받아이고 흰머리 되어도 그저 말이 없었다. 해가 돋아 눈이 녹으면 처마에 고드름이 생겼는데 그 고드름 사이로 참새가 월동하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이나 고드름이 녹는 날은 처마에 떨어지는 비가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이 지붕에 올라가 미끄럼을 타던 나는 결국 다리를 심하게 다치고 말아 지금도 지팡이를 딛고 다닌다. 새로 이사한 곳에서도 초가는 있었다 본채는 기와집이었지만 헛간은 역시 초가라 매년 가을이면 새로 옷을 입혔다. 많이 삭은 짚을 걷어내면 그 속에 굼벵이가 있어 더러는 구워먹는 모습도 보았다. 나이가 좀 든 청소년기에는 이 지붕에 올릴 마람을 엮어 보기도 했다 손이 빨라 제법 많은 마람을 만들기도 했고 맨 꼭대기에 얹을 용마람도 해본 적이 있다. 20세가 넘은 뒤에는 해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도시로 나와 살아 그런 것 같다 농한기에는 망태도 덕석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련한 추억 속 이야기지만 한국 민속촌에서 지붕 얹는 장면을 보았다. 먼 옛 시절의 고향과 친구와 가족이 생각났다 이제는 갈 수 없지만, 그 추억은 죽는 날까지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리움으로 가끔은 생각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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