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3. 12. 10. 07:50
2013. 12. 10. 07:50
눈 내리는 강
|
눈이 내리면 좋겠다
시/무정 정 정민
눈이 내리면 좋겠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면 좋겠다.
그리움 같은 눈을 흠뻑 맞으면
내 마음은 흰 비둘기 되어
하늘을 날아갈 테니까.
소복하게 눈 쌓인 들길을
연분홍 사랑을 가슴에 가득 담고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다.
발자국 숫자를 세다 보면
어느 사이 산모퉁이 작은 집
나를 기다리며 아궁이에 불을 지필
소박한 사람을 만나
따끈하게 구워놓은
고구마를 먹고 싶다.
아늑한 하늘 아래 작은 초가집
마당과 지붕과 감나무와 장독대
눈이 내려 내려서 쌓이면
무릎까지 닿는 눈길을 다시 걸어서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전히 내리는 눈은 하늘 멀리까지
바람 따라 휘날리고
하늘을 날아올라 비행하는
비둘기 같은 나는
고요한 겨울잠을
전설 같은 꿈을 꾸며 자리라.
이제 머리에도 눈빛에도 눈이 내린
내 나이 지천명
여전히 아름다운 겨울동화를 꿈꾸며 산다.
그 옛날이 그리운 나에게
논둑길 산길 같이 갔던 사람이 그립다.
소박한 초가집의 고구마 주던 그가 그립다.
매캐한 굴뚝연기가 그립다.
얼룩지고 그을려 희미해진 정과 사랑
같이 기억해 보고 싶다.
만나서 신나는 그 옛날을 이야기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