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강

눈이 내리면 좋겠다 시/무정 정 정민 눈이 내리면 좋겠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면 좋겠다. 그리움 같은 눈을 흠뻑 맞으면 내 마음은 흰 비둘기 되어 하늘을 날아갈 테니까. 소복하게 눈 쌓인 들길을 연분홍 사랑을 가슴에 가득 담고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다. 발자국 숫자를 세다 보면 어느 사이 산모퉁이 작은 집 나를 기다리며 아궁이에 불을 지필 소박한 사람을 만나 따끈하게 구워놓은 고구마를 먹고 싶다. 아늑한 하늘 아래 작은 초가집 마당과 지붕과 감나무와 장독대 눈이 내려 내려서 쌓이면 무릎까지 닿는 눈길을 다시 걸어서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전히 내리는 눈은 하늘 멀리까지 바람 따라 휘날리고 하늘을 날아올라 비행하는 비둘기 같은 나는 고요한 겨울잠을 전설 같은 꿈을 꾸며 자리라. 이제 머리에도 눈빛에도 눈이 내린 내 나이 지천명 여전히 아름다운 겨울동화를 꿈꾸며 산다. 그 옛날이 그리운 나에게 논둑길 산길 같이 갔던 사람이 그립다. 소박한 초가집의 고구마 주던 그가 그립다. 매캐한 굴뚝연기가 그립다. 얼룩지고 그을려 희미해진 정과 사랑 같이 기억해 보고 싶다. 만나서 신나는 그 옛날을 이야기하고 싶다.

  

눈 내리는 강/무정 정정민 20대 중반에 송정리란 곳에서 겨울을 보낸 적이 있다. 강 이름이 황룡강 건설부 산하의 말단 공무원으로 한겨울을 보냈는데 한없이 내리던 눈을 창호지 문을 통하여 봐라 본적이 있다. 이 겨울 강에 대한 추억이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도 강이나 눈을 생각하면 그곳이 생각난다 겨울을 보내고 봄까지 살다 온 곳 지금은 대학이 들어서고 그곳 길이 아스팔트로 변하여 당시의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때는 시골 분위기가 물씬 났던 곳이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하염없이 내리던 눈 잠도 오지 않아 그 눈을 바라보며 나에게 그리운 사람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외딴집 울타리와 정원 그리고 차가 다니는 길과 강이 모두 하얗게 변했던 그때 그 순수했던 그리움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었다 해도 아름다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는 그때로 갈 수도 없고 그렇게 그리워 할만한 사람도 없지만 방안의 온도, 바람 소리, 가로등과 함박눈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각난다 눈이 내리는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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