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4. 3. 3. 07:49
2014. 3. 3. 07:49
히아신스
히아신스 2
시 寫眞/茂正 鄭政敏
알록달록 꽃 방망이
귀여워 다가서면
아찔한 향기
숨이 멎겠다.
백합을 닮았는가 하면
개나리 같기도 하고
별처럼 생겼다 하면
벚꽃이 떠오르니
너는 천의 얼굴
물만 먹고 자라도
고운 자태
진한 내음
어느 꽃이 너를 당하랴.
히아신스 전설/무정 정정민
꽃말: 기억, 유희
오래전 한 나라를 다스리는 여왕이 있었다.
큰 문제 없이 온 나라가 평화로웠지만
이 나라에는 도둑질을 아주 잘하는
도둑이 있어 이것이 한 걱정거리였다.
여왕은 호위무사들을 시켜 이 도둑을 잡아오라 명했다
심지어는 현상금까지 걸었지만
아무도 도둑을 잡아오지 못했다.
머리가 비상하고 무예가 출중하여 그런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왕이 큰 잔치를 베풀었다.
자신의 생일이라 대신뿐만 아니라
참여하고 싶은 백성까지 모두같이 하기로 했다.
한 참 잔치가 무르익어 갈 무렵
잔치 자리에 향기가 퍼져나갔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하나둘이
슬슬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가 버렸다.
바로 그 나라의 대도 히야킨토스가
좋아하는 향기 히아신스 향이었기 때문이다.
히야킨토스는 늘 히아신스를 품고 다녀
그 향기로 사람들은 도둑을 기억하였다.
이렇게 모인 사람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가운데도
잘생긴 호남형 한 남자는 남아
여왕과 멋진 춤을 추었다.
여왕은 그가 누군지 물었다.
알고 보니
바로 현상금까지 내걸고 잡으려 했던 대도
히야킨토스였다.
여왕은 적지 아니 놀랬다
수염이 많고 험상궂게 생긴
성격도 고약한 놈일 것으로 알았는데
미남자요 예의 바른 호남자였기 때문이다
이제껏 보지 못한 멋진 남자에게 반한 여왕은
결혼하여 같이 살아 줄 것을 간청했지만
히야킨토스는 한사코 거부하여 떠나갔다.
자신의 성격은 자유분하여 제도나 틀 속에 사는 것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 속박으로 생각하여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여왕은 결혼하지 않고
홀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주름이 늘고 피부도 변하여
죽고 말았지만
여왕의 무덤에서 백합을 닮은 꽃이 피어났다
향기도 진한 꽃
바로 히야킨토스가 지니고 다녔던 꽃 히아신스
히아신스 5/글. 사진/茂正 鄭政敏
오늘은 히아신스 사진을 보며
그 향기를 추억하고 있다
작년에는 2월 말경에 히아신스를 방안에 두고
그 향기로 하여 얼마나 행복했던가
가까이 다가가 코로 향기를 맡아 보기도 하고
방문을 일부러 닫아 두기도 했었다.
또 다른 것을 탁자 옆에 두고
식사하면서도 향기를 맡았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일주일도 지속하지 않는 향기
대부분 꽃이 오래 피지 못한다
특히 봄꽃은 더욱 그렇다
몇 해 전의 서울 대공원 식물원에서
지독한 히아신스 향기를 맡았다
그때가 3월 초였다.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곳에
히아신스 향기가 진동했었다.
맨 위의 사진들이 바로 그때의 장면이다.
음악을 들으며 맡았던 진한 향기
올해도 맡게 될지 궁금하다
아직 히아신스를 사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의 눈치만 보며 향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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