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벤치
詩 사진/무정 정정민
젊은 날의 호숫가
그리움이 출렁거렸다
작은 새 한 마리 몸짓에도
희미한 풀벌레 소리에도
요동치는 가슴을 달랬었다.
달 뜨는 밤이면
허전한 옆자리를 탄식하며
슬픈 비가를 홀로 불러야 했다
아롱거리는 도시 불빛 사이로
떠오르는 얼굴을 지우지 못해
자꾸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아 몸부림쳤었다.
들꽃향기 젖어들면
같이 거닐던 길들이 다가와
어느 사이 향기 따라 거닐어야 했다
아름다운 일들이
모두 눈물로 변했다.
그 세월 수십 년
인생의 가을이 되었다
눈물이었던 추억은 아름다운 단풍이 되고
풀벌레 소리는 음악이 되고
꽃향기는 그녀의 향기로 다가와
물그림자 여울지는 호반의 벤치는
이 우주의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