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오션캐슬/무정 정정민 둘째 딸이 잡아 놓은 숙소였습니다. 큰아이와 막내는 회사출근과 학교 때문에 가지 못하고 셋이서만 간 여행이었습니다. 가는 날 서울은 몹시 화창했지만 안면도는 흐리기만 했습니다. 8층은 전망이 참 좋았습니다. 바로 아래 꽃지 해수욕장의 금모래가 보였고 꿈꾸는 바다처럼 뿌옇게 흐린 바다가 파도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오션동 바로 아래 바람 아래 광장이 있는데 그곳에 바로 무대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었지만 흰 의자에 앉아 흑송이 보내주는 솔향기도 잠시 맡아 보고 파도소리와 해변에 빛나는 가로등불빛을 듣고 보며 모랫길을 걸어 보기도 했습니다. 한가한 월요일 밤은 그래서 참 좋았습니다. 이른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바다로 난 창이 희뿌옇게 발아 오길레 저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싶다는 생각에 얼른 촬영했는데 플래시를 사용하였더니 좋지 않아 수동모드로 촬영했더니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새벽 빛이 잘 나타났습니다. 창문을 열자 파도소리와 빗소리 그리고 새소리까지 제법 크게 들렸습니다. 그렇지만, 좀 춥기도 하여 창문을 조금 열어 두고 이불을 쓰고서 자연의 소리를 감상했습니다. 창문을 크게 열고 다시 작게 열고 함에 따라 들어오는 소리의 크기가 달라지는 현상을 느꼈습니다. 마치 라디오 볼륨 같았습니다. 아내도 조용하게 태고에서부터 있었던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수만 가지 생각과 수만의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누리는 하루의 행복 이것이 짧아 아쉽지만 오래 기억될 것 같았습니다. 지난여름은 큰 아이가 제주 한라산 중턱에 있는 한화콘도를 2박3일 예약하여 온 가족이 같이 있다 왔는데 이곳 안면도는 둘째가 하루를 예약하여 호사를 누린다는 행복에 젖어 보며 도심의 고달픈 일상에서 한가한 휴식을 취하는 오늘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비가 오는 안면도와 서해 바다, 파도소리는 바람소리와 창문에 이르러 거세게 밀려 오는데 가끔 갈매기와 까치소리도 섞여 들어와 묘했습니다. 빗소리는 쉼 없이 들렸기 때문에 화창한 날씨가 아니었어도 무척 좋았습니다. 곧 가야 할 시간이란 생각 때문에 사랑하던 어떤 사람이 이런 곳에서 이별을 한다면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한 편의 시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결국은 한 편도 쓰지 못했습니다. 잔잔한 감동만 가슴속으로 자꾸 여울져서 언제고 이 마음과 현상을 단편이나 수필로 쓰겠다는 다짐을 한 날이었습니다. -정정민의 커피 한 잔의 추억 15 수년 전 안면도에서의 하룻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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