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의 추억 11 / 한 잔의 커피같은 전화
  

한 잔의 커피 같은 전화 글 정정민 새장 안에 새처럼 지내는 하루가 있다. 아무리 아우성처럼 가을의 소식이 들려도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날이 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의 시간을 내서 막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는 벚나무 아래서 푸른 하늘을 보는데 아직 이른 나뭇잎이 푸르르 진다. 어쩌면 새가 자리를 옮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린다. 청명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름 한 조각 같은 부드러운 음성이다. 아름다운 산에만 가면 내가 생각난다는 말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해줄 사람이 너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같이 가본 산이 없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을 같이 가 보고는 싶었다. 그녀도 나 같은 마음이 있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가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처럼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한 통의 전화 " 나, 내장산에 있다. 네가 생각나." -정정민의 커피 한 잔의 추억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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