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5. 2. 12. 07:49
2015. 2. 12. 07:49
커피 한 잔의 추억 11 / 한 잔의 커피같은 전화
한 잔의 커피 같은 전화
글 정정민
새장 안에 새처럼 지내는 하루가 있다.
아무리 아우성처럼 가을의 소식이 들려도
아무 곳도 갈 수 없는 날이 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의 시간을 내서
막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는 벚나무 아래서
푸른 하늘을 보는데
아직 이른 나뭇잎이 푸르르 진다.
어쩌면 새가 자리를 옮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린다.
청명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름 한 조각 같은 부드러운 음성이다.
아름다운 산에만 가면
내가 생각난다는 말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말해줄 사람이
너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같이 가본 산이 없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을
같이 가 보고는 싶었다.
그녀도 나 같은 마음이
있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가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처럼
가슴을 훈훈하게 하는 한 통의 전화
" 나, 내장산에 있다. 네가 생각나."
-정정민의 커피 한 잔의 추억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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