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5. 2. 9. 21:12
2015. 2. 9. 21:12
커피 한 잔의 추억 10 잔잔한 그리움
잔잔한 그리움/무정 정정민
아련한 세월의 저편 속에서도
오롯하게 살아나는 사람이 있다.
사랑했던 연인도 아니고 빈번하게 오가며
정을 쌓아둔 사이도 아니련만
그곳을 생각하게 되면 그 누구보다도
먼저, 생각나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잔잔한 파도가 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올해로 지천명이 되었다.
제법 당당한 체격을 하고 차도 고급을 타고 다닌다.
그럼에도, 전혀 자신을 높이려 들지 않았다.
거만하지도 않았고 늘 정겹게 인사를 했다.
기다리지 않고 먼저 눈을 맞추고 가볍게 인사를 하는데
큰소리로 하지도 않고 그저 "안녕하세요, 친구는요?"
하면서 지나가는데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형식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아주 적당하다.
어떤 날은 오징어가 맛이 있어 가져 왔다며
아직도 구은 열기가 다 가시지 않는 놈을
검정 비닐로 칭칭 감아 가져오기도 한다.
그곳에는 맛 좋은 땅콩도 같이 들어 있다.
그리고는 캔 맥주도 가져온다.
때론 케이크를 들고 오기도 한다.
대학생 딸과 아들이 있는데 자신의 아이들은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곱게 포장하여 가져 오기도 한다.
남편도 나이가 같은 동갑내기 부부로
늘 바쁜 가게 일로 몸살이 날 지경이라 했다.
그런 중에도 우리 가게 앞을 지나면서 늘 눈을 맞추고
좀 특별하다거나 지나치지 않게 딱 알맞은 인사를 한다.
비 오는 어느 날은 잘 삶아 양념도 잘 된
통닭을 가져왔다.
노릇노릇 정말 잘 익어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녀가 하는 가게가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커피와 맥주를 파는 곳인데
자신의 가게에 있는 것을 가져오는 것이다.
우연하게 우리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아내를 보고 얼굴이 유난히 정이 가고
같은 또래 같아서 친구하고 싶었다는 이유뿐이다.
어떤 날은 아내가 꽃을 꽂고 있으면
말을 붙이고 싶어도 차마 방해 될까 봐
그냥 지나가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가게에 놀러 오란 수 번의 초청도
우린 한 번도 들어주지 못하고 이사를 와버렸다.
이제 먼 거리에 살게 되니 그녀가 생각난다.
잔잔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맛있는 무엇을 준비하여 그녀를 찾아가고 싶다.
아내와 둘이 간다면 틀림없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할 사람 같다.
이런 이웃 이런 사람 하나 알고 사는 세상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커피 한 잔의 추억 10/정정민
Coffee예찬을 탈레랑은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대단한 커피 소비국이다
상가 밀집지역에 가게 되면
한 집 건너 커피를 파는 곳이 있는 걸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이렇다 보니 부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남긴다거나
커피 생산국 국민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적은 수입을 생각하면
커피는 마시는 사람의 낭비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원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면 좋겠다는 여론도 많다
오늘은 블랙커피를 두잔 했다
피곤한 오후가 커피 덕에 거뜬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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