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가을 편지 3 글 寫眞/茂正 鄭政敏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 올가을의 마음은 평온이다 이만큼 평안한 가을이 얼마 만인가 생각해보니 많지는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나이 들어가는 한 남자로 혼자 경험하는 수많은 것들이 평탄하고 고요하기만 했겠는가 자신의 몸이 아파 그럴 때도 있었다 아내가 아파 그렇기도 했고 아이들의 진학이나 이성 교제로 하여 가시방석에서 보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취업해서 직장에 잘 다닌다 가족이 심하게 아픈 사람도 없다 이만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물론 자잘한 근심이야 없다 할 수 없다. 나이 들어가며 무릎이 시큰거리기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시력도 약해졌다 아내도 아픈 곳이 많고 아이들이 더욱 더 좋은 직장에 다니길 소망하는 것이나 결혼 문제도 생각해보지만 마음 급하게 먹는다고 아픈 곳이 좋아지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게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일상 큰 근심 없다면 그것이 감사의 조건이라 생각하게 되니까 마음이 평온하다 이 가을 내가 감사한 사람이 누구인가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해본다 그분에게 편지를 써볼 생각이다 주소를 모른다 해도 써보자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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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상 詩 寫眞/茂正 鄭政敏 어느 천사가 그려 놓은 그림일까 정갈하여 눈길 돌리지 못한다. 이모저모 살피느라 굴뚝 같은 식욕마저 잠재운다. 어머니가 차려 주시던 정이 담뿍 들어 있던 밥 한 상 수십 년 먹으며 감사를 몰랐는데 돌아가신 수십 년 이제야 그 정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인생 아내가 차려주는 한 상에서 세상의 온갖 즐거움 생기더니 어언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내 머리도 억새꽃이 된 지금도 간장 한 종지 된장 한 점 김치 한 젓가락이 아름답다. 배를 채우는 식탁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깃든 음식 예술이 차려진 곳에서 정과 미와 향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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