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4. 9. 22. 07:38
2014. 9. 22. 07:38
가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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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3
글 寫眞/茂正 鄭政敏
해마다 맞이하는 가을
올가을의 마음은 평온이다
이만큼 평안한 가을이 얼마 만인가 생각해보니
많지는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나이 들어가는 한 남자로
혼자 경험하는 수많은 것들이
평탄하고 고요하기만 했겠는가
자신의 몸이 아파 그럴 때도 있었다
아내가 아파 그렇기도 했고
아이들의 진학이나 이성 교제로 하여
가시방석에서 보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취업해서
직장에 잘 다닌다
가족이 심하게 아픈 사람도 없다
이만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물론 자잘한 근심이야 없다 할 수 없다.
나이 들어가며 무릎이 시큰거리기도 하고
허리도 아프고 시력도 약해졌다
아내도 아픈 곳이 많고
아이들이 더욱 더 좋은 직장에 다니길
소망하는 것이나 결혼 문제도 생각해보지만
마음 급하게 먹는다고
아픈 곳이 좋아지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게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일상 큰 근심 없다면 그것이 감사의 조건이라
생각하게 되니까 마음이 평온하다
이 가을 내가 감사한 사람이 누구인가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해본다
그분에게 편지를 써볼 생각이다
주소를 모른다 해도 써보자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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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상
詩 寫眞/茂正 鄭政敏
어느 천사가 그려 놓은 그림일까
정갈하여 눈길 돌리지 못한다.
이모저모 살피느라
굴뚝 같은 식욕마저 잠재운다.
어머니가 차려 주시던
정이 담뿍 들어 있던 밥 한 상
수십 년 먹으며 감사를 몰랐는데
돌아가신 수십 년
이제야 그 정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인생
아내가 차려주는 한 상에서
세상의 온갖 즐거움 생기더니
어언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내 머리도 억새꽃이 된 지금도
간장 한 종지
된장 한 점
김치 한 젓가락이 아름답다.
배를 채우는 식탁이 아니라.
삶의 철학이 깃든 음식
예술이 차려진 곳에서
정과 미와 향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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