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그대여/정정민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서 따끈한 커피 한 잔을 한다. 조금 뜨거운 커피잔을 입술에 대는 순간 커피를 무척 좋아 하는 사람이 생각났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지만 유독 그 사람이 생각이 나는 것은 커피를 너무 행복하게 마시기 때문이다. 특별히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는 그는 커피를 한 잔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두 잔을 마시는 것도 봤다. 어떻게 마시는 것이 행복하게 마시는 것인가 생각 해 본 적이 있다. 자판기 앞에 가면 우선 표정이 밝아 진다. 커피는 여러 곳에서 마실 수가 있지만 맛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생각인데 아주 작고 미묘한 차이를 알아내는 능력이 우선 부럽다. 정말 자판기 커피도 자판기마다 맛이 다른지 알 길이 없다. 그는 어디에 자판기 커피맛이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기 때문에 무딘 내가 생각을 해 볼 때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뜨거운 커피도 좋아하지 않는다. 뜨거운 커피를 식혀서 단숨에 마시기도 하니 커피 마시는 폼으로는 아주 형편이 없다. 그런데 그는 커피를 좀 유별나게 마신다. 우선 자판기 커피를 잡는 모습부터가 다르다. 두 손으로 아주 감싸듯이 잡고 마신다. 아주 소중하고 귀한 것을 마시듯이 소중하게 모신다는 점이 나와는 아주 다르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난 식기를 기다려 단숨에 마시는 것에 비하여 그는 아주 조금씩 마신다. 조금씩 마실 뿐만 아니라 아주 천천히 마신다. 먹기는 먹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먹는지 알 길이 없을 정도로 마신다. 조금씩 마시면서 혀끝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노라면 존경심까지 생긴다. 어떻게 하면 커피를 신처럼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만약 내가 보지 않는다면 혀끝으로 조금씩 음미를 하다가 아까워서 먹지 못하고 다 식힐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가장 작은 단위로 마시고 어떻게 하면 가장 오래 마실지를 연구하는 학자 같다. 대단한 미각탐구자 같고 천천히 마시기의 챔피언 같다. 과연 자판기 커피는 장소에 따라서 맛이 다를까? 단지 기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맛이 다를지? 내가 아는 상식을 동원하여 본다. 사람이 빈번한 곳은 물의 온도가 다를 수 있어서 맛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또 자판기마다 커피 물의 온도 설정을 달리할지도 모르니 맛이 다를 수 있다고 추측을 해 보기도 한다. 또 하나 다른 것은 자판기 속에 들어가는 커피의 제조회사에 따라서 맛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커피 물로 사용하는 물의 맛도 커피맛을 좌우할 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자신이 경험한 자판기 커피가 맛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예측이 된다. 미각을 느끼는 혀끝이 잘 발달된 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람은 같은 음식이라도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 맛을 달리 느낄 수가 있고 또 커피를 마시는 시간대에 따라서 맛을 달리 느낄 수가 있으니 어떤 장소의 자판기 커피가 맛이 있다는 말은 결국 맞는 말로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아침에 입술로 전해지는 커피잔의 온도와 향긋한 차향에서 소중하게 두 손으로 종이컵을 감싸 안듯이 잡고 커피를 즐기는 한 사람을 생각한다. 작게 홀짝거리는 입 모습이 생각난다. 한 모금을 작게 마시고도 황홀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생각난다. 한 모금 한 모금이 모두다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혀끝을 적시고 목으로 들어가는 따뜻한 커피에서 느껴지는 즐거움과 행복을 나도 느끼면서 문득 그와 같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한 향기. 커피향 그대여! 자판기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지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한 모금을 마시고 나를 바라보는 그 고운 눈빛을 보고 싶다. 차가운 날씨가 더욱 그 모습을 그립게 한다. How Deep Is Your Love - BeeG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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