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내비게이션/수필 무정 정정민 -전략- 내 삶의 길 인도할 내비게이션 하나 장착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저축한 지식과 지혜일까 신앙의 길이 그 길일까 수 없는 갈등으로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번뇌하는 나에게 단순한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글 사진/무정 정정민 앉아서 천릿길을 아는 사람 그저 얻어진 정보는 아닐 것이다. 다리 품을 수 없이 팔아 눈으로 익힌 길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필요하면 쉽게 그것을 꺼내 자신이 다시 그 길을 가거나 그 길과 인접한 어떤 목적지에 갈 때 응용할 것이다. 누군가 그 정보가 필요하면 곧바로 꺼내서 자신이 얻은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 줄 것이다. 다른 사람이 경험한 것이라 해도 내가 알지 못하면 그것은 초행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무척 유용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 일을 내비게이션이 한다. 목적지 큰 건물을 치고 검색을 하면 내가 있는 곳에서 그곳으로 가는 모든 길을 미리 알 수 있다. 모의 주행도 가능하고 우회로도 알 수 있다. 시간이 얼마큼 소요되며 거리가 몇 킬로 되는지도 안다. 주소를 치면 더 정확하게 알려 준다. 이런 세상은 내가 자라던 소년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선생은 이 일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하는데 지금은 적외선 카메라로 한반도를 단숨에 촬영하고 오차도 없는 지도를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 격세지감을 느낄 법도 하다. 낯선 주소지로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나 꽃 배달을 하는 사람은 이 내비게이션이 얼마나 유용한지 모른다. 전국 여행 다니는 사람도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쉽게 검색하고 찾을 수 있어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어 이런 안내자가 없다. 나도 근거리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고 때론 배달을 가기도 하는데 이 내비게이션을 하나 장만하지 못했다. 가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격이 만만하지 않아 값이 내리길 기다렸다. 백만 원이 넘던 가격이 수십만 원대로 내려가고 기능이 더욱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사지 못했다. 누군가 나에게 줄지도 모른다는 망상과 친구 중 누군가가 두 개 정도 생기면 하나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쩌다 필요한 것을 꼭 사야 하느냐는 가족의 반대 때문이기도 했지만 낯선 곳을 가느라 찾고 헤매고 나면 다시 내비게이션이 필요하였다. 그런데 친구가 내비게이션이 둘이라 하나는 저렴하게 주겠다 하여 그것을 받아 장착했는데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고 더구나 설명서까지 없어 처음 사용해 보는 나는 날마다 그 기능 익히는 일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목적지를 갈 때 친절한 안내를 해주어 신통방통하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산에 가게 되었다. 가는 길을 친절하게 잘 인도하여 기분 좋게 갔고 모르던 지명이나 내가 알지 못했던 길로 인도하여 그 편리함에 기분이 좋았다. 다시 돌아오는 길 내가 아는 길로 가면서 이놈도 그렇게 인도하리라 믿었다. 한데 이놈은 먼 길 차가 밀리는 길로 나를 안내하였다. 어떻게 인도하는지를 봤더니 큰길 고속도로를 이용하도록 하여 통행료를 내야 했고 먼 거리를 빙 돌아서 집으로 왔다. 이놈을 전적으로 믿어선 안될 일이라 판단했다. 내가 전혀 모르는 길은 이놈에게 맡기되 아는 곳은 안내와 내가 아는 길을 동시에 생각하며 서로 맞지 않을 시 수정하면서 안내를 받으리라 생각하였다. 또 한 번은 영등포에 물건 매입을 위하여 갔었다. 목적지 안내를 잘해 주어 잘 도착하여 필요한 것을 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이놈이 어떻게 안내를 하는지. 알아보려고 목적지를 다시 치고 안내를 부탁했더니 주차한 위치에서 상당히 먼 거리로 빙 돌려서 안내하였다. 즉 내가 주차한 곳에서 후진을 5m만 하면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길을 아주 쉽고 단순하게 갈 수 있는데 이 후진하는 것에 대하여 내비게이션은 안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공중에서 GPS를 통하여 현 위치를 파악하고 자동차가 갈 길을 인도하여 사람이 보지 못하는 지형이나 땅 위 물체를 잘 볼 수 있다지만 사람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길 도로표지 등을 효율적이고 상황에 맞게 운용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 한 수 위였다. 그렇다 하여 사람이 할 수 없는 우수한 성능이 많은 내비게이션은 놀라운 현대 문명의 이기였다. 내 삶의 길 인도할 내비게이션 하나 장착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저축한 지식과 지혜일까 신앙의 길이 그 길일까 수 없는 갈등으로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번뇌하는 나에게 단순한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무정 정정민 오래전 쓴 글이다. 맨 처음 내비게이션을 갖게 된 감동과 그 편리함에 놀라 썼다. 이후 몇 번인가 더 내비게이션을 교체했다 그리고 지금은 차를 살 때 아예 장착된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면 내비게이션을 업그레이드 해야 했다. 새로 생긴 건물이나 길을 인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비게이션이 혼자 업그레이드 한다 그뿐이 아니다. 후방카메라와 연결되어 주차할 때는 후방상태를 내비게이션이 보여준다 차 안의 온도를 조정할 때도 라디오를 켤 때도 내비게이션은 온도나 소리의 크기를 보여준다 길을 안내할 때도 다양한 앱과 앱 중에도 최단거리와 고속도로, 실시간, 추천 등이 있어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안내 음성도 다양하여 사투리나 목소리가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한다 그뿐이던가 디자인도 각양이라 선택하는데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편리한 안내자지만 삶의 길은 인도하지 않는다 지능형이 아니기 때문에 내 요구에 응하거나 지금 가고 있는 위치를 알려 뿐이다 즉 능동적 안내가 아니라 수동이다 앞으로는 진화를 거듭하여 삶의 길을 인도할지도 모른다 혹 그런 시대가 될지라도 어떻게 사람보다 앞서기야 하겠는가 신이 우릴 만든 것처럼 내비게이션은 인간이 만든 것이니 언제나 사람의 하위에서 인간의 편리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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