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5 초콜릿
  

초콜릿 시 영상 무정 정정민 언젠가 내게 주었던 하얀 은박지에 싼 초콜릿 반은 녹아 형제가 변했어도 달콤한 맛은 그대로였지요 당신의 가슴에 품고 왔던 초콜릿 얼마나 뜨거운 마음이면 초콜릿이 그렇게 녹아내렸을까 그 열정 사랑을 감사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초콜릿 잊지 못합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 피부가 변하고 체형이 커졌어도 당신은 내게 영원한 초콜릿 녹아내려 변형되어도 맛이 같은

  

겨울 이야기 5 초콜릿 둘째가 초콜릿을 가져왔다. 먹어 보라며 한 알 주는데 자꾸 망설이고 있다 고지혈증이라 초콜릿을 피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생각해 냈기 때문이다 한 알을 먹는다고 죽기야 하겠는가 결국은 받아먹었다. 무척 비싼 초콜릿인데 시식회가 있어 갔더니 반값에 주더라는 외국산 초콜릿 이름도 처음 대하는 것이라 기억돼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드러운 껍질 속에 달콤한 맛이 가득하여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다 그래도 참아내며 초콜릿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내가 받았던 초콜릿 선물 제주에 갔을 때 잠시 들렸던 초콜릿 박물관 아이들이 내게 주었던 초콜릿 돌아보니 초콜릿으로 행복하였던 날도 많았다 겨울은 이런저런 추억이 생각나는 때인가 보다

  

달콤한 초콜릿 /무정 정정민 "선생님! 초콜릿!" 중년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를 부르면서 건네준 것은 푸른 사각상자에 든 초콜릿이었다. 세로가 10cm, 가로가 7cm, 높이가 5cm가량 되는 크지 않은 상자였지만 정성스럽게 포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또 다른 작은 상자가 앙증스럽게 얹혀있었다. 이것도 틀림없이 초콜릿이겠지만 분홍색포장이 귀엽고 사각으로 묶여 있는 것이 소장하고 싶을 만큼 예쁘기만 했다. 아마도 시각적인 상품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생각해낸 것 같다. 단 한 알의 초콜릿이 들어 있을 만했지만 하나의 상자보다는 이렇게 하니 더욱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푸른 사각상자 위에 아주 작고 귀여운 분홍 사각 상자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두 손을 공손하게 뻗어서 주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저절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밸런타인 데이기 때문에 드린다는 것이었다. 어색하여 포장마저 잘 풀지 못하는 나를 도와서 포장을 풀고는 쪽지도 들어 있으니 읽으라는 것이었다. " 봄비가 오는 날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할 선생님이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드리는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계절의 변화와 일상의 행복한 글을 많이 써 주세요. "하는 내용이었다. 다 읽고는 그 메모지를 잘 간직했다. 그리고 이어서 기왕 이렇게 귀한 선물을 주시는 것이니 초콜릿 하나 직접 주시면 안 되겠느냐는 아이 같은 나의 말에 서슴없이 달콤한 초콜릿 포장을 벗기고 주었다. 갈색의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즐거움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불혹의 나이라 하는 40대의 중반을 넘으면서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일은 흔하다고 할 수가 없다. 이상하리만큼 그런 선물을 밸런타인데이에 선물할 기회가 없는 사람도 있다. 그분에게 그런 일이 많았는지 없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할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이 분명하다. 설레야 하는 것이다. 그 설렘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 것이니 기쁨과 감사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선물을 아름다운 여성으로부터 받을 일이 없어지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행복한 일임이 분명한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두 딸에게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고 초콜릿을 선물할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빠가 욕심을 내도 되느냐고 했더니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돌아온 아이들 손에는 초콜릿이 있었다. 아주 간단한 초콜릿 이었다. 물론 포장이 되어 있거나 정성이 들어간 메모지가 들어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선물을 언제까지 받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은 감동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은 많이 먹었다. 그 모습을 보는 아이들이 행복할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결혼을 하게 되어도 지금 같은 상냥하고 명쾌한 기분으로 아빠에게 선물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다 성장한 성인이 된 두 딸이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할 사람이 없어서 아빠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는데 나는 가족이 아닌 아름다운 여성으로부터 초콜릿을 선물 받았다.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전혀 받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다른 분들에게 받은 초콜릿이 있었다. 어떤 시인님에게서 받은 일도 있다. 친구에게서도 받았다. 그러나 밸런타인데이 딱 맞추어 정성을 다하여 포장된 초콜릿을 받은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메모를 한 쪽지까지 들어 있는 것은 도무지 기억 속에 없었다. 이것은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오래 간직하고 싶은 행복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선물을 할 때 여러 가지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에게 보여준 많은 정성에 대하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기도 하고 어떤 기대를 하면서 뇌물의 성격을 가지고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음의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 초콜릿을 마음의 선물이라 생각을 했다. 내가 베풀어 준 것도 없고 사회적 명성이나 가진 것이 많아서 어떤 특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초콜릿을 준 것은 그 어떤 기대나 효과를 바라고 준 것이 아니라 다만 밸런타인데이를 핑계삼아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 마음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로부터 관심을 받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내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선물은 기분이 좋았다. 한 알의 달콤한 맛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순간이 무척 감동이 되었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 동안 나도 이런 선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마음의 선물은 주는 것도 무척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만 선물을 할 사람이 쉽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무에게나 선물하는 것은 선물의 의미가 작다. 꼭 주고 싶은 사람이 있고 주는 것이 행복인 경우가 있다. 선물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정성으로 주는 선물은 기쁨이며 받는 사람에게 그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는 것이다. 올해 밸런타인데이에 맛본 초콜릿은 유난하게 맛있었다.

  

'시인 정정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비게이션  (0) 2017.12.25
트리토니아  (0) 2015.04.22
물안개 아름다운 양수리   (0) 2013.11.29
베르아델 승마장 2  (0) 2013.09.30
인천대공워 수목원 1/맥문동 꽃  (0) 2013.08.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