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능의 봄
詩 寫眞/茂正 鄭政敏
광명에서 안산으로 가는 길
안티나들목 지나 작은 언덕
뽈깡 넘고 나면 저수지 하나
작아서 귀여운 애기능
어느해나 봄은 남쪽에서 전철을 타고
독산역에 하차를 한 뒤에
흰색 승용차를 타고
바람처럼 언덕을 넘어
이곳 저곳에 금가루를 뿌리면
개나리꽃으로 피어나고
진달래 꽃으로도 피어나
벌 나비를 부르면
할미꽃도 덩달아 춤을 추었다.
아직 이른 봄
그 언덕에 앉아서
흰색 차를 기다리는 신사
눈부신 2월의 햇살 받으며
자꾸 몸을 떤다.
약속된 봄이 오련만
기다림은 떨림
남몰래 가슴 졸이는
고요한 흔들림
진달래꽃 보다 아름다운 당신
詩 사진/무정 정정만
진달래를 보면
청초하리만큼 고왔던
18세 당신이 생각납니다
수줍어만 하던 모습
나도 차마 말 못하고
가슴만 태우던 시절
돌이켜 보니
황홀하게 아름다웠던 그때로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당신은
이 꽃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워
얼마나 가슴 깊게 담았는지
내 평생 잊지 못할 고운 모습입니다
이 꽃은 피면 지고
계절이 다시오면 또 피련만
우리의 지나버린 모습은 다시 오지 않으니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에
조용히 눈을 감아 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이
시간 앞에 무력하여
변화를 거듭하고 쇠퇴하지만
내 사랑은
더욱 고와지고 더욱 성숙해진
깊은 뿌리가 되어
단단하고 튼튼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이 세상 무슨 꽃이 당신보다 더하리
내 맘에 핀 꽃
이 사랑 꽃은
이 생명이 다하여도 변하지 않는
청초한 18세 당신입니다.
옥구도 낙조대
시. 사진/茂正 鄭政敏
옥구도는 바다에 있었다
해가 지면
너무 쓸쓸하여
속으로 울었다.
눈물이 가슴에 고여
생금 우물이 되자
나무가 살고 새가 사는 곳이 되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이 섬이 좋아 찿게 되고
드나들기 편하게 하려고
섬과 육지를 연결하여 공원을 만들었다.
정상에 정자를 만들고
그 옆에 낙조대도 만들었다.
그래도 섬은 외로웠다
진달래 피고 장미가 피어도
수 많은 사람이 찾아와도
해는 섬을 두고 밤마다 떠나갔다
이 세상 이별 없는 것이 있을까
이별이 슬퍼 만남이 더욱 찬란했다.
옥구도 낙조대에 서면
수많은 이별이 눈물처럼 보인다.
꽃이 지는 것이
배가 떠나는 것이
사람이 떠나는 것이.
바다가 보이는 진달래 숲/茂正
머리가 아픈 날이 있다. 원인을 알 수 있는 날도 있지만
불분명하지만 무엇엔가 탁 막힌 느낌이 머리를 짓눌러
눈까지 피곤해 지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만사 귀찮다.
자칫하면 화를 내기 쉽고 그 화가 다시 나에게 돌아와
우울함이 증폭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거칠게 호흡을 하고 나면
그런 증세가 사라지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런 날은 작은 산으로 간다. 급하게 오르고 숨이 턱에 차면
앉을 곳을 찾아 가만히 자신의 일을 돌아보면 어느 사이
무거운 머리가 가벼워 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찾아간 옥구 공원은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천천히 걸어도 주차장에서 산에 오르고 내려와 다시 주차장까지
한 시간이면 되는 곳이다. 코스가 많아서 늘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오늘은 진달래가 많은 곳을 택했다.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햇살이 눈 부시지도 않아서
산을 오르기 좋은 날이라 생각하며 부지런히 올랐다.
있는 힘을 다 풀어놓을 것처럼 급하게 오르고
내친김에 낙조대까지 올라 시흥시를 보노라니
오늘따라 맑지 않은 공기가 아쉽기만 했다.
그러나 꽤 많이 핀 진달래는 그런 중에도 위로가 되었다.
진달래 숲은 아이들의 시가 걸려 있었다.
한적한 장소를 골라 앉아 보았다. 탁자와 의자가 붙어 있는
간이의자였지만 산책하는 많은 사람이 비켜가는 자리였다.
서해 바다가 보이는 곳에는 막 핀 진달래와 산수유가
개나리와 생강나무와 같이 어우러져서 작은 정원 같았다.
턱을 괘고 자신을 돌아보니 아직도 버리지 못한 세상의
잡다한 욕심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가진 것을 더 많이 가지길 원하고 상대적 박탈감으로
스스로 괴로워하는데 그러고 있는
나를 보고 놀랐다. 어떻게 이 세상 떠나갈 것을 알지만
어느 사이 손으로 쥐기를 원하니 그것이 고통이 되었다.
'쥔 것이 없이 왔으니 가볍게 살자'.
이 작은 생각이 나를 회복시켰다. 그러자 들리는 새소리.
이름을 알 수가 없지만 7종 이상의 새소리가 들렸다.
이런 봄에 짝을 찾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희미하지만 바람소리도 들렸다.
물결소리도 들렸다. 어쩌면 이미 들었던 소리를 기억하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진달래 꽃술이
작게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조팝나무
푸른 잎도 버드나무 고운 잎도 다 보였다.
청설모 한 마리 곡예 하듯 나뭇가지를 타는 것도 보였다.
먼바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이 있는 중심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자!
아, 이렇게 신비한 곳에 앉아 있다는 행복이
턱 앞에 있었다. 혼자 짓는 미소가 즐거웠다.
진달래 숲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꽃이 피는 숲에서 우울은 가당치도 않다.
나도 어느 사이 꽃이 되어 미소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런 자연에서 왔다 이름없이 간들 그것이 어떠랴.
꽃이 피는 것은/정정민
햇살이 벙긋하니 따라 웃었다.
부끄러워 붉게 피니
진달래라 하고
개나리도 따라 웃다
입이 찢어지는 것도 모르고
겨우내 참은 웃음
햇살처럼 웃는다.
산수유는 작은 방울
가지에 걸어놓고
살랑살랑 봄바람에
솜털을 흔들더니
견디지 못할 간지러움
향기만 날린다.
이웃사촌 생강나무
새소리에 웃고 나니
노란 털이 부스스
그것보고 웃는 나는
무슨 꽃이라 할까
그리움은 진달래꽃 필 때마다
詩*寫眞/茂正 鄭政敏
사랑노래 지치도록 부른 종달새 소리에
우리들의 뒷산에 연분홍 진달래 피고
그 꽃 한 다발 꺾어 순금에게 주던 창현
우리는 모두 순금이고 창현이었다.
눈을 감아도 잊히지 않아 편지를 쓰고
너무 정겨운 편지에 가슴에 새긴 연서
어제 일 같은데 벌써 50년 세월
진달래 꽃 필 때마다 그리운 얼굴
종달새 노랫소리 가슴에서 났다.
못 잊을 얼굴 잊히지 않는 이름
눈감으면 생각나서 지금도 불러 보는데
어느 곳에 살든 어떻게 변했던
내 첫사랑, 언제나 그리운 사람
엄다라는 말이 신계리 성천리 삼정리가
똑같이 그리운 사람
진달래 필 때마다 그 향기날 때마다
만나고 싶은 이 모두 모였다.
내년에도 그 이듬해도 수십 년 뒤에도
지금처럼 만나자!
보고파서 잠 못 이루는 사람 되자!
보석 같은 추억이 되자!
너와나는 순금 이와 창현이니까
화성의 진달래/정정민
작년엔 화성 우리꽃 식물원 산책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 진달래를 보았다.
올해는 아직 일러
온실 안에서 여러 컷을 찍어 보았다
봄의 화신은
온실 안이라 해도 반갑기 그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