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벚꽃 10
 

벚 꽃 詩 사진/茂正 鄭政敏 성근 가지 마다 하나 둘 별빛이 내려온 것인가 희미한 가지마다 빛나는 보석. 잎 진 늦가을 지난봄을 그리워했는데 마른 가지마다 내 마음 피어났네.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 가냘퍼 마음만 조마조마 새들아, 지나지도 마라. 크게 울지도 마라. 나비야 조심 봄바람도 조심 >

  

청잣빛 茶器 글 鄭政敏 푸른빛이 감도는 차 그릇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색상이다. 보는 것만도 기분 이 좋다. 보지 못하던 다기를 보고는 막내가 어디서 난 것이냐고 묻는다. 참 보기 좋다는 간단한 말을 한다. 나와 같은 안목이다. 간장종지처럼 생겼다고 해야 할까 그보다는 키가 좀 커서 딱히 같다고 할 수는 없다. 높이가 10cm는 되는 것 같다. 보통은 찻잔이 손잡이가 있는데 이것은 손 잡이도 없다. 혼자서 추측을 해 보기는 차를 음미할 때 뜨거우니 손잡이가 있으면 그 뜨거움을 덜 느끼라는 뜻으로 손잡이가 존재한다면 손잡이가 없는 것은 차라리 그 뜨거움을 손으로 느끼 라고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를 가장 맛있게 음미할 온도가 차마다 다르다고 하 니 이 찻잔이 푸른 색이라 혹시 녹차 전용 찻잔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녹차를 가장 맛있게 음미할 온도는 얼마일까? 내 기억으로는 60도라 들었는데 확실하 지는 않다. 손으로 그 온도는 뜨겁다는 느낌이 드니까 코로 향내를 맡고 혀로 맛을 느끼고 손으 로 온도를 느끼라는 의미가 아닐까. 찻물을 대우는 그릇 속에서는 작은 철망이 들어 있다. 스테 인리스인 것 같은데 아마도 녹차의 잎을 그 안에 넣어서 끓인 후 찻잔에 찻물을 따를 때 같이 따 라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 같다. 이런저런 것은 이해가 나름대로 되는데 한가지는 이해가 되 지 않는 것이 있다. 찻잔이 네 개가 있는데 세 개는 크기가 같다. 그런데 한 개가 모양은 같은데 크기가 좀 작다. 이 점을 이해할 수가 없다. 혼자서 꿰맞추어 보기는 포장박스에 넣어서 조립을 해 보니 크기가 같다면 박스 안에 다 들어가 지 않을 것 같았다. 박수를 만들 때 잘못 만든 것 같다. 그렇다고 잘못 만든 박스에 차 그릇을 다 넣기 위해서 그리했다는 생각이 설득력이 없다. 보통은 만든 후에 박스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 다. 아이가 사용하라는 뜻으로 작게 만들었다는 것도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세 개는 같고 하나가 작아서 이것이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더욱 전체의 모양을 좋게 보이게 하는 것 같기 도 하고 실수하여 작은 것을 하나 잘못 넣은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이곳에 곡우 때 따서 만든 녹차를 한 번 끓여 은은한 향기를 즐겨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그런 차 가 준비되지 못했다. 하동이나 보성에서 나온 차가 제일이라 하던데 시험 삼아서 라도 즐겨보고 싶 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녹차를 즐기지 않는 아내가 그런 기회를 줄지 모르겠다. 카리브 카페 에서 아는 분이 사주신 허브를 그곳에 대신 넣고 끓여서 음미하고 있다. 향도 좋지만 찻잔의 몸 뚱이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보기도 좋고 이런 색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 는 이 그릇을 선물 받았다. 벚꽃이 지는 거리에서 흰 눈이 내리는 겨울 길을 달리는 착각을 하고 외진 산모퉁이에 자리한 보 리 집에서 여러 가지 야채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선물 받은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시인님에 게 받은 것이니 더욱 소중한 그릇이다. 아내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탁자 위에 자신을 존 재를 잘 빛내는 모습도 좋아서 기분이 좋다. 이 그릇을 두어 번 내가 씻어 보면서 다시 한 번 그 벚꽃이 휘날리던 거리와 보리밥집을 생각한다. 웃으면서 이 다기를 주시던 시인님의 얼굴을 생 각한다. 기분 좋은 일이다. 행복한 선물이었다. -10년 전 벚꽃잎 휘날리던 봄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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