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芍藥
작약芍藥/茂正 鄭政敏
벌써 작약 꽃이 다 지고 말았다
봄에 피는 꽃이니 당연할 것이다.
지금은 여름이니 어찌 봄꽃을 보겠는가
심지어 장미마저 지고 있으니
봄은 이제 먼 추억처럼 느껴진다
그 추억 속의 꽃 작약은 비 온 뒤에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이파리 위에
어느 꽃보다 선명하여 멀리서도
발길을 끌어들였다.
아리따운 봄 처녀 인가하면
선녀 같기도 하여 나도 몰래 가까이 가곤 했었다
외딴집에 작약이 피거나 작은 담 너머로
작약 꽃이 피면 그 집주인도 달리 보였다
삶을 아름답게 사는 분으로 생각되었다
하니 그 집에 사는 처녀가 있다면
그 꽃처럼 어여쁘게 생각되지 않았겠는가
옷자락이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가슴 설레던 소년의 마음이 되살아나는 꽃 작약
이제는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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