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芍藥

      작약/무정 정정민 돌담 너머 붉게 핀 저 작약 바람결에 흔들흔들 어떤 천사의 모습이 저러할까 오늘은 나비가 되고 싶다 담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꿀도 취하고 향기도 취하니 어제도 오늘도 눈부신 그 모습 보고 싶어 마음은 벌써 그 집으로 간다

 

작약芍藥/茂正 鄭政敏 벌써 작약 꽃이 다 지고 말았다 봄에 피는 꽃이니 당연할 것이다. 지금은 여름이니 어찌 봄꽃을 보겠는가 심지어 장미마저 지고 있으니 봄은 이제 먼 추억처럼 느껴진다 그 추억 속의 꽃 작약은 비 온 뒤에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이파리 위에 어느 꽃보다 선명하여 멀리서도 발길을 끌어들였다. 아리따운 봄 처녀 인가하면 선녀 같기도 하여 나도 몰래 가까이 가곤 했었다 외딴집에 작약이 피거나 작은 담 너머로 작약 꽃이 피면 그 집주인도 달리 보였다 삶을 아름답게 사는 분으로 생각되었다 하니 그 집에 사는 처녀가 있다면 그 꽃처럼 어여쁘게 생각되지 않았겠는가 옷자락이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가슴 설레던 소년의 마음이 되살아나는 꽃 작약 이제는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작약 전설 이웃 나라 왕자를 사랑한 파에온이란 공주가 있었다. 그런데 왕자의 소식을 몰라 안타까워 하던 중 대문 밖에서 이상한 노래가 들렸다. 가만히 들어보니 자신이 사랑한 왕자가 죽어 모란꽃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급히 밖으로 나가 보니 신기하게도 시각장애인이 그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이웃 나라 왕자의 나라에 가보니 전쟁이 일어나 왕자가 전쟁에 참가했고 그 전쟁에서 왕자가 전사했다는 것이었다. 무덤을 찾아가 보니 놀랍게도 모란꽃이 피어 있었다. 시각장애인의 노래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사랑한 사람을 잃고 절망한 공주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통곡하다 죽어 왕자의 곁에 묻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작약이 피었다는 것이었다. 이전설 때문인지 모란이 피면 작약이 따라서 핀다. 작약의 꽃말이 고향생각 수줍음인 것이 이전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모란과 약리나 모양이 흡사한 꽃 독성이 있다니 약으로 사용할 때는 주의가 요구된다고 하는데 부귀를 상징하는 꽃이라 부케 꽃으로 사용한다 들었다. 이런저런 내용을 알게 되어 그런지 적작약보다 백작약이 너무 곱다. 장미보다 못하지 않고 모란보다 더 고운 백작약 눈에 아른거린다. 겹으로 된 작약은 한택식물원에서 홑꽃은 일산호수공원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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