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상동 호수공원 5

호반의 벤치 詩 사진/무정 정정민 젊은 날의 호숫가 그리움이 출렁거렸다 작은 새 한 마리 몸짓에도 희미한 풀벌레 소리에도 요동치는 가슴을 달랬었다. 달 뜨는 밤이면 허전한 옆자리를 탄식하며 슬픈 비가를 홀로 불러야 했다 아롱거리는 도시 불빛 사이로 떠오르는 얼굴을 지우지 못해 자꾸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아 몸부림쳤었다. 들꽃향기 젖어들면 같이 거닐던 길들이 다가와 어느 사이 향기 따라 거닐어야 했다 아름다운 일들이 모두 눈물로 변했다. 그 세월 수십 년 인생의 가을이 되었다 눈물이었던 추억은 아름다운 단풍이 되고 풀벌레 소리는 음악이 되고 꽃향기는 그녀의 향기로 다가와 물그림자 여울지는 호반의 벤치는 이 우주의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 된다.

상동 호수공원의 6월/무정 정정민 두 해 전이던가 상동 호수공원에 갔던 적이 있다 가을이었다. 그곳에는 억새가 대단했다. 식재된 곳이라 억새 숲 사이로 걷는 것은 마치 구름을 헤치고 다니는 듯했다. 그리고 호반길을 따라 걸으며 단풍이나 물이나 열매를 보는 즐거움이 컸었다 그래서 이 호수 공원의 또 다른 모습도 결코 가볍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갈 일이 생기지 않았는데 여름이 되고 말았다. 문득 여름의 모습을 어떨지 궁금하여 주말에 찾아간 호수 공원은 아름다운 야생화와 해바라기 청포도 복숭아 열매가 싱그러웠다. 아쉬웠다면 억새가 있던 곳에 양귀비가 있었는데 꽃 한두 송이뿐이었다. 그렇지만 호수를 돌며 클로버 꽃향기를 맡거나 자귀나무 꽃등을 보는 즐거움이 작지 않아 참으로 잘 찾아왔다는 행복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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