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 수목원의 7월 2


능소화凌霄花 詩.寫眞/茂正 鄭政敏 높은 하늘을 향하여 오른다. 손잡이도 없는 허공에 덩굴끼리 의지하여 더위도 장마도 아랑곳없이 푸른 잎 나부낀다. 더 높이 나팔을 걸어 놓고 붉어 버린 마음을 임에게 전하려 함인데 침묵의 외침이 너무 점잖은 것이었나. 기약한 계절이 가고 줄어드는 시간의 샘물을 퍼 올릴 힘마저 없어 걸었던 꽃등을 내린다. ********************************** 능소화를 보면 자꾸 슬퍼진다. 이 꽃 아래서 사랑을 약속한 일도 없고 특별하게 누구와 싸운 적도 없지만 마음이 자꾸 애잔하여 지는 것은 이 꽃에 대한 전설 때문일 것이다. 꽃이 가지고 있는 전설이 슬픈 것이 많은데 이 꽃에 대한 전설만 슬프게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꽃이 붉고 떨어질 때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째 떨어져 썩는 것이 슬픈 것일까 전설 속의 소화에 대한 동정의 마음일까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통비일까 장마 속에서 우울한 마음으로 꽃을 보기 때문일까 세상 사물을 볼 때 자신의 마음으로 보는 때가 많다. 내가 아프면 꽃도 아파 보이고 내가 즐거우면 꽃도 즐거워 보인다. 그렇지만, 어떤 꽃에 유독 슬픔을 느낀다면 분명 그 꽃과 연관되는 사연이 있으련만 잘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도 만날 때 어떤 사람은 유쾌하고 어떤 사람은 아프게 느껴지는데 성격이나 내력 때문에 그런 마음이 생길 것이다. 오늘 아침 능소화 꽃 앞에서 좀 우울한 기분이다. 달개비 꽃을 봐도 접시꽃을 봐도 마음이 잘 풀리지 않는다. 혹 마이산에서 본 능소화 때문일까 절벽을 기어오르는 안타까운 그 도전을 보며 안쓰러워했는데...

 
 

부천 무릉도원 수목원 2/무정 정정민 무릉도원 수목원도 개원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식물원을 확장하여 산기슭에 수목원을 만들었기 때문에 관찰로도 호수도 나무도 풀도 심고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자리를 다 잡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작년 보다는 좋다 계절이 변하면 색다른 꽃이 피기 때문에 봄에는 튤립을 기대하여 갔지만 지금은 무슨 꽃이 있을까 궁금하여 갔다 해바라기와 백합이 많았다 그중 백합이 많아 그 향기가 대단했다 가까이 가면 숨을 쉬기 어려울 지경으로 향기가 대단했다 그렇지만 그향기는 좋아서 숨이 멎드라도 맡고 싶었다. 그 길을 지날 때는 걸음을 더 천천히 했다 이렇게 걷고 나니 땀도 났다 비가 장시 소강 상태였을 때였지만 이내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여 준비한 우산을 쓰고 나왔다 향기를 맡고 나면 기분이 좋다 마음도 한결 가벼워 지는 듯하다 장마철이라 마음이 우울하기 쉽지만 잠시 걷고 땀을 흘리고 꽃향기를 맡고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나면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 집근처에 이런 수목원이 있어 정말 좋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하나님의 선물이 일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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