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 공원 바람의 언덕/가을
  

가을바람 시. 寫眞/茂正 鄭政敏 창문을 흔드는 소리 잠결에도 예사롭지 않다. 가슴까지 떨리니 왜 아니 그럴까 그리는 이 없건만 잊었다 하는 그 사람일까 급하게 일어나 열어 보니 붉은 벚나무 잎이 손짓한다. 시베리아 어느 산골에서 태평양을 건너 내 긴 기억마저 넘어온 저 바람은 분명 가을바람인데 잠을 깨우고 기억마저 일으키니 그리움은 잠자지 않은 바람인가 봐.

  

가슴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글 사진/무정 정정민 창 밖이 어둑해진 초저녁이다. 내가 있는 곳의 불빛에 밖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이 빛 무리에 갇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눈을 크게 뜨고 보지만 자꾸만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무료함 인 것 같다. 책을 보다가 그것도 심드렁해지고 음악을 들어봐도 그것도 마음에 즐거움이 되지 못한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때도 있다. 무엇엔가 골똘하고 싶은 경우인데 그것도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혼자 있는 시간에 골똘할 무엇이 있다면 좋은데 그러고 싶지 않고 자꾸 무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인지도 모른다. 혼자 있다 하더라도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훌쩍 갈 수 있는 몸이라면 좋겠는데 근무중이니 보이지 않는 시간에 감금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일이 늘 있는 일임에 오늘 유난한 것은 이해가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안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홀로 남은 사람이란 이상한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아내가 누군가와 약속이 있어서 꽃 단장을 하고 나갔다. 아들도 무슨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준비운동을 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나갔다. 직장에 다니는 둘째가 종무식을 했다면서 유난히 일찍 들어오더니 언니와 외식약속을 했다면서 또 밝은 표정으로 나가 버린다. 나는 남아 있고 가족들이 하나하나 나가니 아무렇지도 않던 기분이 묘하게 외로워졌다. 가족들이 있을 때는 아무래도 나는 군림하는 입장이다. 아내가 아이들을 일사불란하게 관리하면서 아빠에게 잘하라는 당부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손하고 "무엇을 드시겠느냐? 피곤하시지 않으세요? "하는데 강아지만 남아서 나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으니 혼자서 왕 노릇도 틀린 것이고 당연히 쓸쓸해 지지 않겠는가? 지금이야, 자신의 볼일을 보러 나간 가족이 자정을 넘기지 않고 다 돌아올 것이니 긴 시간을 홀로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어질지 생각하니 이런 연습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지금 초 저녁의 내 기분은 뜰에 가득한 향기나는 과일이 모두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이 있던 자리에 헐렁한 바람만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 소리가 가슴에서 들린다.

  

임진각 바람의 언덕/정정민 임진각에 가보고 싶었다.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참게탕을 먹어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오래전에 갔었던 곳인데 문득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놀라웠다 광장도 크고 주차장도 생각보다 무척 컸다 더구나 바람의 언덕도 있어 거제의 바람의 언덕을 생각하며 연을 날리는 아이들이 있는 언덕을 보았다 사람 형상의 구조물도 있었다. 이 구조물은 안산 화랑유원지나 강원도 산정호수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했다 어쩌면 같은 작가의 작품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도 돌아가고 있었다. 바람을 생각하면 연이 떠오르고 무척 추운 겨울 2킬로의 논길을 걸어 학교에 갔던 초등학교 일도 생각난다. 슬픈 사람을 더욱 슬프게 하기도 한 바람 이젠 봄바람을 맞아보고 싶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꽃바람도 좋겠다. 벌써 몇 번인가 다녀온 평화누리공원 이번에는 장단콩을 사고 싶어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포크송 페스티벌이 있어 많은 사람이 공원에 모여있었다. 주차가 힘들어 바람의 언덕 뒤에 주차하고 바람의 언덕을 넘어왔다. 언젠가는 바람의 언덕을 걸어 보리라 했는데 이날 걸어보게 되었다. 연을 날리는 아이들도 있고 바람개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 축제장 옆에 텐트를 친 사람들 수많은 사람 사이로 걸어 장단콩을 사고 돌아왔다. 가을 초입이라 더웠다. 그래도 즐거운 날이었다. 바람과 관련된 글을 모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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