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순
  

고구마 순 시 寫眞/茂正 鄭政敏 베란다 한 귀퉁이 빈 화분 있어 무엇을 심을까 궁리 하던 차 바람 빠진 고구마 있어 반쯤 묻어 두었다. 며칠 지났을까 표면에 조금씩 돌기가 돋더니 밤색 어여쁜 순이 올라왔다 기쁜 마음에 물주며 날마다 보았다 어디에서 그런 덩굴이 나왔을까 뻗고 뻗어나와 베란다에 가득하다 밤색 어린 순이 푸른 색으로 변하고 덩굴 줄줄이 하트 잎을 달고 나와 고놈 참 기운차다 했더니만 어린잎마다 허연 진딧물이가 생겼다. 이 높은 베란 다 어디서 왔을까 순을 자르기도 하고 잎을 따내기도 했지만 소용없어 쌀뜨물을 투여했더니 진딧물은 줄고 여전히 기운차게 자라 푸른 이파리 자랑스럽게 펼치고 있다. 잎줄기 따와 껍질 벗기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된장 넣고 조물조물 한 뒤에 풋고추 썰어놓고 갖은 양념을 다하여 밥상에 내놓으면 그 담백한 맛에 밥 한 그릇 뚝딱 했던 추억 어머니 손맛 고구마순 어찌 있는단 말인가 오늘은 아내를 졸라 그 맛을 보련다 고향 집 고구마밭 실한 고구마 씨알 그 고구마 쪄낸 향기도 같이 느껴보려.

  

고구마 순/무정 정정민 베란다 고구마 순이 기운차게 뻗어 가고 있다 너무 많아 일부는 잘라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베란다에 가득하다 창문을 여닫기 힘들 지경이다. 푸른 이파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햇살에 반짝일 때도 그 잎이 자랑스럽고 하트 모양이 어여뻐 나팔꽃을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어찌 보면 나팔꽃잎과 많이 닮았다 잎만 그런 것이 아니고 꽃도 그렇다. 창밖 아래서 큰아이와 막내가 배드민턴을 친다 하여 창밖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보며 고구마 순도 찍어 보았다. 올여름은 이 고구마 순이 난을 대신하여 내 마음에 풍요를 주었다. 고향 생각 어머니 생각 고향의 고구마밭도 생각나고 고구마 캐던 일 고구마순 나물 맛있게 먹던 일도 생각난다 아내도 이제는 고구마순 나물 무침을 잘하는데 베란다에 가득한 고구마 순으로 나물 한 번 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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