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2
  

아껴두는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언제나 그리운데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만나고 싶어 죽을 것 같은데 참아야 될 이유가 없다. 그래도 참는 것은 너무 그리워 아끼고 견디면 더욱 고와질 사랑 같아 터져 나오는 노래를 오늘도 누르나니 아! 가슴이 아프다.

  

문득 그립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바람소리가 들린다. 전깃줄을 흔들고 늦가을 남은 낙엽을 흔드는 거리의 방랑자가 차갑게 지나가는 그러면 창가로 간다. 김이 서리는 유리창에는 외진 섬 하나 떠올라 갈매기 날고 출렁이는 파도가 수도 없이 밀려들고 하얀 조가비 줍던 작은 손 시리다며 내 주머니에 넣고 지그시 기대어 왔던 그녀의 머리결에서는 갯내음이 났었지. 아! 그리움이다. 잠잠했던 심해가 거리의 바람소리에 일어나는

  

옛사랑의 그림자/정정민 추수가 지나간 들에는 마른 풀이 삭풍에 울고 고향을 찾아가는 기러기는 칼바람에 한숨 짓는다. 세월의 강을 건너 초로의 언덕에 서있는 외로운 소나무 하나는 오늘도 긴 그리움을 끝내지 못해 동구 밖 그 자리에 서 있다. 오월의 장미꽃 같던 사람 반짝이던 별처럼 다가서던 눈빛 참지 못하여 흔들리던 호수처럼 마구 뛰던 가슴이 수십의 풍상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원망했던 탄식의 노래도 채송화꽃처럼 수줍던 그리움도 먼 세월을 돌아 온 동구 밖 그 소나무 였다. 사랑은 시작만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은 세월의 그림자다. 다만, 숨어 있을 뿐이다.

  

사이버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어느 하늘 아래 어느 땅일까 주소를 알길 없어도 날마다 그리운 사람 사진에서 보고 애틋한 마음 돋아나고 글에서 만나 보고 싶은 마음 무성하더니 댓글에서 성장한 나무 메신저 대화로 꽃 피운다. 컴퓨터 켤 때마다 그 카페 찾아가고 창가에 어리는 닉 반가움에 부르면 어느 나라든 어느 별이든 마음은 유성처럼 번개처럼 만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날은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 것처럼 쓸쓸한 바람만 가슴에 일었다. 만난 적 한 번 없어도 가슴에 등록한 그리움 굵은 글씨로 붉게 새겨져 삭제되지 않고 있다.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달빛이 서러운 밤에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까치의 외로움처럼 처마 밑에서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 눈물처럼 흩어지는 처량한 낙엽이 갈 길을 잃어 버린 것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볼 때만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천 년을 기다려도 그 자리 그대로 차갑게 빛날 수밖에 없는 높은 하늘의 별처럼 기다림이 멍이 될 때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장미꽃 한 송이 민들레 홀씨 하나 가냘픈 음악소리에도 내 그리움은 언제나 호흡처럼 일어나 있었다. 잠이 들어도 그리운 이여 그대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나요. 무엇을 위하여 멀리 가십니까? 이승의 시간이 백 년도 못 되는 세상 어서 오세요.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요.

  

도자기 펜션/무정 정정민 언제던가 이 펜션 앞을 지나며 신기하기 짝이 없어 카메라에 담았다 당시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겉모양만 찍었었다. 그 이후로 몇 번인가 지나며 결국 사장님도 만나게 되었고 내부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해서 언젠가는 이곳에서 하루 정도 묶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땅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자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페인트도색도 변하고 금이 조금 간 곳도 있어 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자주 지나는 곳이 아니라 잊었는가 했는데 이번 정월에 영흥도에 가게 되어 지나가며 카메라에 담았다. 기회가 생이면 이 도자기 펜션 안에서 하루 정도 지내보고 싶다 영흥도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겨울 바다의 사랑 시 寫眞/茂正 鄭政敏 낯선 해안길 갈대꽃이 깃을 세우고 차가운 겨울을 견디는 갯벌에 밤이 소리없이 찾아왔다. 철새도 숨을 죽여 졸고 어느 등대의 불빛인가 조용한 그리움처럼 지나가면 초저녁별 하나 곱게 지는데 엄숙한 밤 공기를 견디지 못한 나그네 한 사람 겸손한 나루터에 흔들리는 오래된 뱃전의 깃발 위로 초승달을 보았다. 달빛 가난한 바다는 소리없이 다가와 긴 한숨을 짓고 그리운 이름하나 내려놓고 가만히 사라진다. 겨울 바다는 가슴이 얼어 터지도록 시린 그리움을 안으로 잠재우는 서글픈 사랑이다.

  

그리운 마음/정정민 마른 나무에 잎이 돋아 그 위에 매달린 이슬이 곱고 어느 사이 빛나는 햇살 영롱한 봄이 아지랑이 걸음으로 다가와 봄이 오는 길목마다 향기 고운 꽃들이 피고 새 노래가 더욱 정겨운데 꽃구경 가자 하던 이는 오시지 않고 바람에 지는 꽃잎이 흐르는 물속에 멀어져도 나무는 푸른 잎이 무성해 졌어도 새소리 처량하고 달빛 고와도 여전히 혼자 있습니다. 오늘도 창 밖을 바라만 보는 마음 아시나요. 바람결에 이 마음 전합니다.

  

겨울 바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푸른 파도가 밀려오고 뜨거운 태양이 빛나던 모래사장 내 사랑 그녀는 아름다운 인어였다. 섬광처럼 번쩍이며 장미 향기처럼 향기롭게 내 혼을 다 앗아가 달콤한 행복에 내 여름은 찬란했다. 그 여름 가고 단풍이 물들자! 그녀는 황금빛 모래사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아 내 마음속 낙엽이 하나 둘 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치던 바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작열하던 태양이 멈추었던 그곳 모두 떠나고 그 모래만 남았다. 지워진 그녀 발자국 얼어버린 열정 겨울바다는 쓸쓸히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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