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3 
  

아껴두는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언제나 그리운데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만나고 싶어 죽을 것 같은데 참아야 될 이유가 없다. 그래도 참는 것은 너무 그리워 아끼고 견디면 더욱 고와질 사랑 같아 터져 나오는 노래를 오늘도 누르나니 아! 가슴이 아프다.

  

문득 그립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바람소리가 들린다. 전깃줄을 흔들고 늦가을 남은 낙엽을 흔드는 거리의 방랑자가 차갑게 지나가는 그러면 창가로 간다. 김이 서리는 유리창에는 외진 섬 하나 떠올라 갈매기 날고 출렁이는 파도가 수도 없이 밀려들고 하얀 조가비 줍던 작은 손 시리다며 내 주머니에 넣고 지그시 기대어 왔던 그녀의 머리결에서는 갯내음이 났었지. 아! 그리움이다. 잠잠했던 심해가 거리의 바람소리에 일어나는

  

옛사랑의 그림자/정정민 추수가 지나간 들에는 마른 풀이 삭풍에 울고 고향을 찾아가는 기러기는 칼바람에 한숨 짓는다. 세월의 강을 건너 초로의 언덕에 서있는 외로운 소나무 하나는 오늘도 긴 그리움을 끝내지 못해 동구 밖 그 자리에 서 있다. 오월의 장미꽃 같던 사람 반짝이던 별처럼 다가서던 눈빛 참지 못하여 흔들리던 호수처럼 마구 뛰던 가슴이 수십의 풍상에도 지워지지 않았다. 원망했던 탄식의 노래도 채송화꽃처럼 수줍던 그리움도 먼 세월을 돌아 온 동구 밖 그 소나무 였다. 사랑은 시작만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은 세월의 그림자다. 다만, 숨어 있을 뿐이다.

  

사이버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어느 하늘 아래 어느 땅일까 주소를 알길 없어도 날마다 그리운 사람 사진에서 보고 애틋한 마음 돋아나고 글에서 만나 보고 싶은 마음 무성하더니 댓글에서 성장한 나무 메신저 대화로 꽃 피운다. 컴퓨터 켤 때마다 그 카페 찾아가고 창가에 어리는 닉 반가움에 부르면 어느 나라든 어느 별이든 마음은 유성처럼 번개처럼 만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날은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 것처럼 쓸쓸한 바람만 가슴에 일었다. 만난 적 한 번 없어도 가슴에 등록한 그리움 굵은 글씨로 붉게 새겨져 삭제되지 않고 있다.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달빛이 서러운 밤에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까치의 외로움처럼 처마 밑에서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 눈물처럼 흩어지는 처량한 낙엽이 갈 길을 잃어 버린 것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볼 때만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천 년을 기다려도 그 자리 그대로 차갑게 빛날 수밖에 없는 높은 하늘의 별처럼 기다림이 멍이 될 때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장미꽃 한 송이 민들레 홀씨 하나 가냘픈 음악소리에도 내 그리움은 언제나 호흡처럼 일어나 있었다. 잠이 들어도 그리운 이여 그대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나요. 무엇을 위하여 멀리 가십니까? 이승의 시간이 백 년도 못 되는 세상 어서 오세요.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요.

  

겨울 이야기 3/무정 정정민 겨울에 생각나는 것은 많다 눈 내리는 산길을 걷고 싶기도 하고 따뜻한 찻집에 앉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바닷가를 차로 달리고 싶기도 하다 따뜻한 음식을 구들 목에서 먹고 싶기도 하고 온천에 가서 몸을 푹 담그고 싶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음식을 나누며 아무 사연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 이것이 바로 겨울에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겨울에 생각나는 수많은 것들을 조금씩 생각나는 그대로 적어 보았다

  

겨울 바다의 사랑 시 寫眞/茂正 鄭政敏 낯선 해안길 갈대꽃이 깃을 세우고 차가운 겨울을 견디는 갯벌에 밤이 소리없이 찾아왔다. 철새도 숨을 죽여 졸고 어느 등대의 불빛인가 조용한 그리움처럼 지나가면 초저녁별 하나 곱게 지는데 엄숙한 밤 공기를 견디지 못한 나그네 한 사람 겸손한 나루터에 흔들리는 오래된 뱃전의 깃발 위로 초승달을 보았다. 달빛 가난한 바다는 소리없이 다가와 긴 한숨을 짓고 그리운 이름하나 내려놓고 가만히 사라진다. 겨울 바다는 가슴이 얼어 터지도록 시린 그리움을 안으로 잠재우는 서글픈 사랑이다.

  

그리운 마음/무정 정정민 마른 나무에 잎이 돋아 그 위에 매달린 이슬이 곱고 어느 사이 빛나는 햇살 영롱한 봄이 아지랑이 걸음으로 다가와 봄이 오는 길목마다 향기 고운 꽃들이 피고 새 노래가 더욱 정겨운데 꽃구경 가자 하던 이는 오시지 않고 바람에 지는 꽃잎이 흐르는 물속에 멀어져도 나무는 푸른 잎이 무성해 졌어도 새소리 처량하고 달빛 고와도 여전히 혼자 있습니다. 오늘도 창 밖을 바라만 보는 마음 아시나요. 바람결에 이 마음 전합니다.

  

겨울 바다 시 寫眞/茂正 鄭政敏 푸른 파도가 밀려오고 뜨거운 태양이 빛나던 모래사장 내 사랑 그녀는 아름다운 인어였다. 섬광처럼 번쩍이며 장미 향기처럼 향기롭게 내 혼을 다 앗아가 달콤한 행복에 내 여름은 찬란했다. 그 여름 가고 단풍이 물들자! 그녀는 황금빛 모래사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아 내 마음속 낙엽이 하나 둘 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치던 바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작열하던 태양이 멈추었던 그곳 모두 떠나고 그 모래만 남았다. 지워진 그녀 발자국 얼어버린 열정 겨울바다는 쓸쓸히 흐느끼고 있다.

  

'시인 정정민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이야기 6 들빛차  (0) 2014.01.23
겨울 이야기 4 쪽박섬  (0) 2014.01.21
겨울 이야기 2 창가  (0) 2014.01.19
고잔성 가든 겨울 낚시터  (0) 2014.01.15
눈 내리는 날 7  (0) 2014.01.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