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4. 1. 21. 07:34
2014. 1. 21. 07:34
겨울 이야기 4/쪽박섬 추억
쪽박 섬
시 寫眞/茂正 鄭政敏
서해 바다 대부도 등 뒤에 서서
수억의 시간 잠자지 않고
날마다 서울 향해 눈길 주었다.
갈매기 날아와 쉬어가고
하얀 파도가 부딪혀와도
선재대교 영흥대교 준설 되었어도
머리에 이고 있는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그 마음 기다림이라
점 같은 어느 시간
잠시 다녀갈 한 사람을 위해
뼈가 부서지고 살이 깎여도
여전히 그 자리 그 모습으로
한겨울의 삭풍도 견디고 있다.
그런 줄 모르고 이제야 왔구나!
청춘 다 가버린 지천명에
찢긴 가슴 흐릿한 눈빛으로
마음은 천년을 살고 몸은 백년도 못사니
긴 한숨 폭풍 되고 마음은 썰물이 되어
섬 그늘로 사라지는 낙조로다.
겨울 이야기 4/무정 정정민
오래전에 다녀온 섬
집 한 채도 제대로 지을 만한 품도 안되는
그야말로 쪽박을 엎어 놓은 듯한
섬이 생각났다.
겨울에 다녀왔기 때문에 생각났다.
그곳에 사시는 한 어부의 집에 들어가
굴 한 접시 먹고 왔던 사진과
방안에 난로가 있어 온기를 느꼈던 일
그곳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생각났다
방으로 들어가는 곳에 걸려있던 메주도
그리고 또 오래전에 찍은 꽃 전시회 사진
어울리는 사진은 아니지만
겨울날 방에서 꽃 사진을 보는 것도 좋고
겨울에 방안에서 바다를 생각하며
그날을 추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같이 묶어 보았다.
쪽박섬
글. 사진/茂正 鄭 政敏
나목이 침묵하는 거리를 거닐면
자꾸 지난 여름날의 숲이 그리워진다.
그리고 푸른파도가 궁금하다
이런 날은 은근히 섬여행을 하고 싶다.
푸른 파도 푸른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된다.
너무 먼곳은 피곤하고 너무 가까우면 여행의 맛이 없다.
이렇게 혼자서 섬을 생각하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원로 소설가님이 생태찌게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오늘 점심을 같이 하면 어떠 하겠는가 물어 오신다.
그러면 거절하지 못하고 만다.
할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순위를 바꾸어 버린다.
무리가 생기지만 그래도 좋은 핑게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에 초대받은 곳은 목동
문단의 소식과 그간 지나온 이야기를 하다가
갈매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으신지 여쭈었다
요즘의 갈매기는 바다에 살며 사람이 그리워 운다고 하면
우리 그 갈매기 위문하러 가자 하신다.
바다는 많고 섬도 많지만 운전대는 내가 잡았으니
내가 갈 곳으로 가기 시작한다.
급한 마음에 목동에서 바다가 가까운 곳을 생각하니
강화도와 시화호 부근이었다.
강화도는 얼마전에 다녀왔기 때문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안산에서 갈만한 곳을 찾다가
대부도를 향하여 갔다.
몇 번인가 갔던 작은 섬. 이름은 쪽박섬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근처만 갔다가 그 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고 왔다.
오늘은 제대로 보리라 생각하고 가장 가까운 곳까지
차를 전진시켰다. 멀리에서 물이 들어 오고 있었지만
굴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어 안전한지를 묻고 들어가니
굴껍질이 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카페트처럼 깔려 있어
기분이 무척 좋았다.
작은 섬은 소나무 몇그루 안되고 주변은 돌 뿐이었다.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나오려 했으나
원로 소설가님이 자꾸 말렸다.
아우성을 치듯 바다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 그 섬에 두고 그냥 나오고 말았다.
이때 이 섬 근처로 다가가는 한 사람을 보았다.
사진작가 인듯했다.
쪽박섬의 노을을 찍기 위해 온듯했다.
주차한 곳으로 나오니 젊은이 세사람도
노을지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휴식과 사색을 해보는 것도 좋으려니 생각했다.
이 섬으로 오는 곳곳에서 촬영한 갈대
부풀대로 부풀어 제법 겨울의 풍취를 더했다.
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 섬에서 채취한 굴을
파는 집이 있어 조금 사서 먹고 담소를 나누고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양식이 아니란 것이 좀 색다르다 싶었다.
다시 가고 싶다.
좀더 여유있게 가서 섬도 돌아보고
파도 소리도 듣고 노래도 불러보고 싶다.
사진도 다시 잘 찍어보고 싶다.
좀 오래 머물며 우릴 위해 노래하는
갈매기와 더 친하고 싶다.
겨울날의 짧은 여행
작은 섬과 그 섬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맛보고
시원한 바다의 바람 맞아보며
노을까지 보고 나면
가슴에 가득차고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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