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7 까치 집

물왕골 연가 詩 사진 무정 정정민 들꽃향기 가슴에 한 아름 안고 안개처럼 조용히 조는 물왕골 적막을 찢는 까치소리 크다. 어느 연인의 슬픈 사랑을 숨기고 싶어 잔물결마저 깊게 얼었는가 긴 침묵을 다짐하는 자라처럼 심연의 모래톱 속에 숨었다. 그래도 다하지 못한 사랑을 달빛은 서러워 눈물을 흘리고 그 씨앗이 꿈꾸는 개나리 꽃망울 되었다. 겨울나무는 산에서 자고 바람이 숨죽여 지나는 하늘은 지나가지 못한 구름이 떠있어 봄은 멀리 있지만 남아있는 마른 꽃 향기 희미한 사랑은 노란 개나리로 피어나리라.

  

고독의 숲 詩 寫眞/茂正 鄭政敏 숨을 곳 없는 외로움이 석양빛 슬픈 자작나무 숲에서 낙엽처럼 뒹군다. 늘 낯선 시간 때문에 희망의 거미줄 가지마다 걸어 둔 여름이 부질없는 달빛처럼 부서져 나무는 하얗게 야위어 간다. 자신을 감추지 못한 고독 천적을 피하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나무 끝까지 오르지만 나목의 겨울 숲은 추위만 기승부린다. 아직 버리지 못한 미련 지천명의 겨울 숲은 까치 울음으로 더 휑하다.

  

겨울 갈대 詩 寫眞/茂正 鄭政敏 발등을 덮는 한설이 서러운가 겨울 냇가 갈대는 옷깃을 세운 듯 한껏 부풀어 까치 집 되었다. 가는허리 칼바람 감당하기 벅차 활처럼 휘었네! 팽팽한 긴장이 더 춥다. 모두가 떠난 빈들에 혼자 떠나지 못하는 것은 내심 봄을 기다리는 것이겠지. 멀리 아파트 불빛 아련해도 기다려야 할 자릴 아는 갈대는 오한에 부스스 몸만 떨 뿐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빈 까치 집 詩* 영상/ 茂正 鄭政敏 반짝이는 은사시나무 그 화려한 옷을 벗어 버리자 바람도 쉬어가지 못해 외로움으로 떨어야 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숨어 있던 까치집 하나 부끄러워 차마 내려오지 못하고 눈이 오는 날은 눈을 담고 별이 뜨는 밤엔 별을 담아 보나 늙어 가는 집에는 허무뿐이다. 까치가 떠난 까치집 아직 다 사라지지 못한 울음뿐 아무것으로도 채울 수 없어 허기로 지친 빈 가슴 하얀 허공에 까만 멍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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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까치 꽃/무정 정정민 양지바른 어머니 무덤가 겨울바람 아직도 차가운데 군청색 꽃이 피었다. 머지않아 봄이 오겠지만 잔설 남아 있는 산등성이 동짓달의 겨울이 무섭지 않은지 푸른 잎 줄기마다 힘차고 무리지어 한꺼번에 어머니 그리운 나를 반긴다. 어머니는 산에 계시고 산죽 바람 따라 울던 날 산 까치 찾아와 노래해 나를 사랑한 어머니 그 마음처럼 봄 까치 꽃 많이도 피었구나! 서울 변두리 작은 둑길 봄 까치 꽃 볼 때마다 어머니 본 듯 반갑다.

그리움 시 寫眞/茂正 鄭政敏 달빛이 서러운 밤에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까치의 외로움처럼 처마 밑에서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 눈물처럼 흩어지는 처량한 낙엽이 갈 길을 잃어 버린 것처럼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볼 때만 가슴이 저리도록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천 년을 기다려도 그 자리 그대로 차갑게 빛날 수밖에 없는 높은 하늘의 별처럼 기다림이 멍이 될 때만 그리운 것이 아니었다. 장미꽃 한 송이 민들레 홀씨 하나 가냘픈 음악소리에도 내 그리움은 언제나 호흡처럼 일어나 있었다. 잠이 들어도 그리운 이여 그대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나요. 무엇을 위하여 멀리 가십니까? 이승의 시간이 백 년도 못 되는 세상 어서 오세요. 기다림이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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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리면 오마더니 무정 정정민 지금도 기다리는 세월 그대는 아시나요. 산 까치 울 때마다 동구 밖으로 향하던 시선 소복이 쌓인 눈길을 빨간 코트를 입고 오실 것 같아 마음은 벌써 십 리나 그대를 마중 갑니다. 산이며 들이며 찬 바람이 쌓인 눈을 괴롭히면 언덕 밑으로 비산 하는 흰 가루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바로 내 마음입니다. 이불처럼 덮인 첫눈은 내 화단에 가득하여도 도저히 다 덮지 못한 그리움은 벌써, 오시는 길목에 허수아비처럼 서 있습니다. 첫눈이 내리면 오마 한 눈 같은 피부를 가진 이여 반백 년을 기다리고도 또 기다려야 합니까.

  

눈 내리는 날 3 詩. 寫眞/茂正 鄭政敏 눈이 내린다. 구름산이 하얗다. 상수리 나뭇잎 진 가지가 하얗다. 아파트 높다란 굴뚝에도 찻길로 나가는 샛길도 화단의 피라칸사 붉은 열매에도 하얀 눈이 소복하다. 지난밤 잠들지 못하고 밤새워 뒤척이다 설 잠 든 새벽에 들린 까치 소리 행여 누가 올까 창가에 서보니 이렇게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는 날은 잠들지 못한다. 소리없이 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맞아야 하니까.

눈 소식 /茂正 鄭政敏 하얀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온 세상이 잠잠한 새벽 첫 발자국을 남기며 교회에 나가 기도하고 싶기 때문이다. 밤을 새워도 잠재우지 못한 안타까운 그리움을 차가운 눈송이가 덮을지도 몰라 감사의 기도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하늘을 봐도 곧 내릴 것 같은 눈은 내리지 않고 그리움은 보름달보다 더 커지고 말았다. 오늘 이른 아침 멀리 까치소리 은은하더니 전화기 문자 음이 귓전을 울린다. 함박눈이 내린다는 눈이 내려도 창 밖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도 내 마음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 여전히 잠 못 이룰 일 그대로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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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울음/茂正 鄭政敏 앞마당 대추나무 빈 가지에 까만 까치가 울어댄다. 대추도 없고 잎도 없어 삭막한 정월의 한기가 서러운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운다. 내리는 흰 눈으로는 지난밤의 고독을 다 덮지 못하는지. 목청을 높여 나뭇가지를 흔들고 창문까지 흔들리게 한다. 밤을 새워도 완성치 못한 사랑 노래가 안타까워 창가를 서성거리던 심사가 저 까치 같아 반가운 마음 임인 것 같구나!

가을 여자 6 詩 /茂正 鄭政敏 지석산 까치 울면 만산에 홍엽인데 그 보다 먼저 붉은 마음 수줍은 그 심사 반만 감추고 싶어 새빨간 의상이 얼굴을 물들인다.

까치 집/무정 정정민 겨울에는 까치 집이 잘 보인다 여름에 짓는 까치 집이야 푸른 이파리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지만 잎 진 겨울에는 까치 집이 잘 보인다 마치 허공에 까만 점으로 떠 있는 듯하다 여름에 낫던 까치 소리가 푸른 소리로 들린다면 겨울 까치 소리는 외로움으로 들린다 창가에서 글을 쓸 때면 가끔은 까치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쓴 글 중에 까치에 대한 것이 얼마나 되며 또 까치 집 사진은 얼마나 될까 헤아려 보았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아 이만큼만 정리해 보았다. 겨울의 까치 집 낡아 버린 까치 집에 찬 바람이 분다 나도 까치 집처럼 자꾸 야위어 가는 것은 아닐까 세월을 쌓아가는 나이가 아니라 내 성이 자꾸 허물어지는 것 같은 이것이 나이일까 허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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