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정 정민
2014. 1. 27. 08:00
2014. 1. 27. 08:00
겨울 이야기 9 마른 갈대
마른 갈대
시 寫眞/茂正 鄭政敏
윤기 없는 까칠한 얼굴
관절마다 삐걱 리는 모습으로
삭풍을 견디어 왔다.
이제는 더는 견디기 벅차다
울 힘마저 없어
겨우 소리를 내보지만
물기 없는 소리로 서걱서걱
그래도 낡은 몸뚱이를
자꾸 뒤채이며 남아있는 것은
머지않은 봄을 만나기 위함이다
둥지를 튼 겨울새를 곱게 보내기 위해
겨울 시화호 6/무정 정정민
연례행사처럼 시화호에 간 것 같다
지난해도 연휴에 시화호에 갔었는데
올해도 시화호를 찾았다.
시화호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 달리는 기분이
꽤 상쾌하기 때문이다.
시야가 확 트이는 넓은 시화호
철새를 볼 수 있고 갈대도 볼 수 있다.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행글라이더를 타는 사람
얼음호수도 볼 수 있고
조금 한적하여 그것도 좋기 때문이다.
올해도 철새를 만나러 갔었다.
그런데 어느 해보다 철새가 없었다
그 이유가 무언지 알지 못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너무 추워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수면이 얼어 버리면 먹이를 얻을 수 없으니
철새가 찾기 어려운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른 갈대만 보고 왔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을 지날 때
전곡항이 생각났다.
길을 따라 곧장 가면 전곡항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곡항은 요트가 많고 가까운 탄도에서는
누에섬도 볼 수 있어
겨울 섬 여행으로는 그만인 곳이다.
내년에는 시화호에서 철새를 자주 볼 수 있길
기원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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